식물을 전시하는 편집 숍 4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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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을 채운 자리, 4T
“식물 가게를 열기 전에는 식물의 아름다움을 몰랐어요.” 4T의 김동은 대표 이야기다. 용산의 골목길이 굽이굽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주택 2층. 테라스 전체에 크고 작은 식물이 모인 이곳은 4T의 세상이다. 패션 머천다이저로 일했던 김동은 대표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피로감을 느낄 즈음 우연히 식물을 배웠다. 생명력 있는 존재에 흥미를 느껴 식물 공부에 매진했고, 오래지 않아 해방촌에 작은 가게를 열었다. ‘For Tree’라는 뜻의 브랜드 이름도 그때 만들었다. 그 후 햇빛이 잘 드는 테라스를 찾아 이곳에 온 지는 3년이 넘었다. 길고 널찍한 테라스는 그녀의 작업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4T에서 사용하는 분재는 한국이나 일본 등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자생하는 종이 많아 변하는 계절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데, 이전에는 건조하고 빛도 적은 실내에서 자라게 할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에서 늘 상상만 하던 온실을 현실로 만들어 야생화 같은 수종들을 좀 더 다채롭게 늘어놓고 지켜보게 된 것도 큰 수확이자 기쁨이다. “가게의 가구 디자인은 ‘사사건건’, 브랜드 로고는 ‘희소성’이 각각 디자인했어요. 모두 해방촌 시절 가게 손님으로 만난 인연이에요. 이곳은 이전에 가정집이어서 방으로 나뉘어 있는데, 곳곳마다 주제별로 식물을 전시하듯 컨셉트를 다르게 했어요. 차가운 스틸 진열장과 선반을 사용해 전반적으로 ‘모던한 식물 편집 숍’처럼 보였으면 했죠.”
김동은 대표는 이기원 · 정승원 작가가 함께하는 도예당의 화기를 즐겨 사용한다. 돌처럼 거친 텍스처의 유약과 분장 향로 화병 등은 4T의 작고 아름다운 분재와 잘 어울린다. 자연스럽게 구르고 깎이며 형태가 잡힌 자연석 역시 그녀에게는 멋진 화기다. “돌에 식물을 식재하는 석부작을 좋아해요. 가늘고 여리지만 나름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야생화를 돌에 심곤 하죠.” 그래서 제주 화산석에 심은 돌단풍은 4T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작품이다. 돌 사이에 뿌리를 내리는 터프함과 하늘거리는 잎, 은은한 향내가 공존하는 순간. 요즘 그녀가 가장 몰두하고 있는 것은 당진의 작은 땅에서 짓는 농사다. 12평의 땅에 여러 송백류의 나무와 준베리 · 야생화 등을 심었고, 쉬는 날이면 이들과 씨름하는 것이 새로운 일과가 됐다. “작은 묘목이 자라 꽃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매일 식물을 보는 것이 직업인데, 직접 나무를 길러보니 자연의 신비가 새삼 벅차게 느껴져요.” 그녀는 4T 덕분에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식물처럼 아름답고 묵묵히 자라나고 싶다고 묵직한 가위로 색이 변한 잎을 정리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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