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없이도 오르는 유가…골디락스, 포기해야 하나 [임상균 칼럼]

임상균 매경이코노미 기자(sky221@mk.co.kr) 2023. 8. 1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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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주간국장
올해 글로벌 주식 시장의 가장 중요한 단어는 ‘골디락스(Goldilocks)’라고 해도 무방하다.

영국의 19세기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등장하는 소녀의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다. 동화에서 골디락스는 곰이 끓인 세 가지의 수프, 즉 뜨거운 것, 차가운 것 그리고 적당한 것 중에서 적당한 것을 먹고 좋아한다. 경제에 비유하면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호황을 의미한다. 성장세를 이어가면서도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경제 상태다.

올해 경제 상황을 골디락스로 불렀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의외로 미국 경기가 식지 않는다. 고용은 사상 최고 호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물가는 서서히 둔화돼왔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를 기록하며 크게 둔화됐다. 8월 10일 발표된 7월 CPI 상승률은 3.2%로 소폭 올라갔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3.3%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나왔다.

통화 긴축 효과가 이제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커졌다. 앞으로 물가 상승폭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당연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도 9월에는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80%를 넘어 90%에 육박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없는 경제 호황’이라는 교과서를 거스르는 상황을 기대했고, 여기에 기대어 주식 시장도 좋았지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국제유가가 이를 보여준다. 골디락스의 가장 기본 요소였던 ‘안정된 유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배럴당 가격은 지난 9일 84.4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브렌트유 역시 올 1월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흑해 주변을 중심으로 다시 격해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지만 미국 휘발유 재고가 예상보다 크게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곡물 가격 역시 꿈틀댄다.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123.9포인트로 전월 대비 1.3% 상승했다. 석 달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구리 가격은 7월 말 파운드당 4달러를 넘어서며 지난 4월 수준을 회복했다.

게다가 중국 경제가 완연한 침체기로 접어드는 가운데 이 같은 현상이 펼쳐진다. 7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 대비 14.5% 감소했고 수입액 역시 12.4%나 줄었다. 특히 원유 수입은 지난달 대비 18.8% 감소해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내수 경기의 침체가 뚜렷하다.

유가, 곡물, 금속 등 상품 가격은 경기에 민감하다. 세계 경제의 핵심 국가 중 한 곳의 수요가 부진한데도 상품 가격이 이렇게 오르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기의 회복 모멘텀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실제 7월 OECD G20 경기선행지수는 99.71로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는 데는 약간의 시차가 존재한다. 7월 미국 CPI가 안정적으로 나왔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CPI 발표 당일 미국 채권 시장에서는 30년물 입찰 금리가 4.19%를 기록했다. 12년 만에 최저가 입찰이라고 한다. 인플레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그래서 미 연준의 긴축 정책도 이제 끝났다고 기뻐하기에는 아직 이른 듯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2호 (2023.08.16~2023.08.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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