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美 국채 금리가 무색한 테마주 광풍 [취재수첩]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8. 1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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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세계 최강국이다. 경제 위기가 닥칠 때마다 내로라하는 투자자들이 달러를 사두려는 것도 미국의 힘을 믿어서다. 당연히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는 굳이 이자를 많이 쳐주지 않아도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이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4%대를 넘어섰다. 14년 만에 최고다. 그야말로 안정성과 수익성 두 마리를 잡을 수 있는 최고의 투자 상품이 됐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제로금리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주장한 전문가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숫자다.

하지만 ‘환상적인’ 국채 금리가 안중에 없는 투자자들이 한국에 널렸다. 한 방을 노린 테마주 판에 뛰어든 이들이다. 에코프로는 올해 주식 시장을 규정짓는 ‘고유명사’다. 주당 10만원이었던 주식이 반년 만에 100만원을 돌파했다. 한마디로 에코프로를 보유한 이는 ‘위너’, 없는 이는 ‘루저’였다. 기업가치 분석을 業으로 삼는 애널리스트가 과열을 경고하면 ‘헛소리’로 치부해도 떳떳했다. 주가가 계속 고공행진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기술 수준이야 다르겠지만, 과거 상장한 지 1년도 채 안 돼 주가가 100배 이상 올랐다가 닷컴 버블에 꺼진 새롬기술을 떠올리게 한다.

초전도체 테마는 더 황당하다. 한국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내용인데, 과학계보다 더 흥분한 곳이 증권 시장이었다. 느닷없이 등장한 화려한 키워드 초전도체를 테마로 삼아 관련주 찾기에 나섰고, 일부 종목은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실체가 있느니 없느니’ 따지는 기사 하나하나에 주가는 민감하게 급등락을 반복했다. 심지어 초전도체와는 아예 관련 없는 종목도 어처구니없이 테마에 묶여 요동을 친다. 최대 60%까지 오르내리는 주가 판에서 연 4%대 미국 국채 금리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주식 투자는 손실을 보고 나서야 “그때가 팔았어야 할 때”라고 후회한다. 아마 그때서야 4%대 미국 국채 금리가 얼마나 놀라운 숫자라는 걸 깨닫게 될지 모른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2호 (2023.08.16~2023.08.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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