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동원·하림, HMM만 품는다면…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8. 1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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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최대어…흥행 실패 관측 많았지만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불리는 해운업체 HMM 인수전이 후끈 달아올랐다. 당초 몸값이 워낙 높아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동원, SM, 하림, 글로벌세아 등 중견그룹이 대거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라 재계 관심이 뜨겁다.

산은, HMM 매각 돌입

매각 가격 5조원 달할 듯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최근 HMM 경영권 공동 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지분을 각각 20.69%, 19.96% 보유한 대주주다.

이로써 HMM은 2016년 이후 7년 만에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됐다. 과거 현대상선이었던 HMM은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였지만, 2013년 말 유동성 위기로 6조8000억원의 공적 자금을 수혈받고 산업은행 관리를 받아왔다.

이번 거래 대상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HMM 보통주 합산 지분 40.6%다. 여기에 두 기관이 보유한 2조7000억원가량 영구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중 1조원을 주식으로 전환해 매각 대상에 포함시켰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구주 매각대금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4조원 이상이다. 최종 매각가는 5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DB산업은행이 HMM 경영권 매각에 성공할지 재계 관심이 뜨겁다. 사진은 HMM 선박. (HMM 제공)
지금까지 HMM 인수 의향을 내비친 곳은 SM그룹을 비롯해 동원, 하림, 글로벌세아그룹 등이다.

이 중 인수 의지가 강한 곳은 SM그룹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최근 HMM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최대 4조5000억원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대한해운, 대한상선, SM상선 등 해운 계열사를 여럿 보유한 만큼 HMM 인수를 통해 해운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포부다. SM상선은 중국과 일본,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 노선이 주력이다. HMM을 인수할 경우 미주, 유럽 노선을 강화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다.

SM그룹은 이미 HMM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기도 하다. 총 6.66% 지분을 보유해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에 이은 3대 주주다.

SM그룹이 HMM을 인수하면 재계 순위도 껑충 뛸 것으로 보인다. SM그룹 자산총액은 16조5000억원(30위)으로 HMM 자산 25조9000억원을 더하면 CJ그룹(40조7000억원)을 제치고 단숨에 재계 순위 13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SM그룹이 인수 의지를 내비치자 다른 그룹도 곧장 인수전에 뛰어들 태세다.

동원그룹은 최근 삼성증권에서 HMM 투자설명서를 받아 인수 검토에 들어갔다. 동원그룹이 HMM 인수전에 전격 뛰어든 것은 물류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다. HMM을 인수하면 해상 운송에서 항만(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육상 물류(동원로엑스)까지 연결하는 종합물류기업으로 거듭난다.

동원은 그동안 M&A를 통해 사세를 키워왔다. 기존 참치 외에 식품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덴마크 우유 제조업체 디엠푸드, 미국 참치캔 브랜드 스타키스트, 해태유업 등 여러 기업을 품에 안았다. 동원그룹은 2016년 동원로엑스(전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며 전국 물류망,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만큼 HMM 인수로 물류업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다.

물론 변수는 있다. 동원그룹 지주사 동원산업의 현금성 자산이 5000억원을 밑도는 만큼 재무적투자자(FI)와 손잡고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원그룹이 여러 사모펀드와 접촉하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한국투자금융그룹과 손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은 2004년 그룹을 동원금융과 동원산업으로 계열 분리했다. 동원금융은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에게, 동원산업은 김남정 부회장에게 맡겼다.

또 다른 인수 후보 하림그룹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림과 JKL파트너스는 앞서 2015년 하림의 팬오션 인수 과정에서도 손잡은 바 있다.

하림 계열사 팬오션은 벌크선 위주라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을 인수하면 적잖은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하림이 보유한 현금은 1조5000억원 규모로 꽤 넉넉한 편이다.

김웅기 회장이 이끄는 글로벌세아그룹도 ‘다크호스’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쌍용건설 인수로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기며 어느새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의류업에 주력했지만 쌍용건설 인수에 이어 HMM까지 품에 안아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겠다는 포부다.

글로벌세아그룹은 HMM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주요 사모펀드 운용사들과 접촉 중이라는 후문이다. 토종 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손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IMM PE는 앞서 2019년 7000억원을 받고 글로벌세아그룹 계열사 세아상역에 태림포장을 매각해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다만 글로벌세아그룹 지주사 글로벌세아가 보유한 현금이 25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은 변수다. 다른 인수 후보에 비해 해운업 시너지 효과가 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그룹도 빼놓을 수 없는 인수 후보다. 종합상사업체 LX인터내셔널과 국내 최대 물류 운송 대행업체 LX판토스를 거느린 만큼 HMM을 품으면 육상 물류, 창고업에 해운업을 더해 통합 물류가 가능해진다. 출범 초기인 만큼 그룹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HMM에 과감한 베팅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LX그룹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내비치지 않았다. 이 밖에도 물류업을 해온 현대차, 포스코, CJ그룹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이들 모두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밝힌 상태다.

변수도 적잖아

중견그룹 자금 부담, 해운 업황 침체

HMM 인수 후보가 속속 등장하지만 매각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HMM 매각대금이 4조~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중견그룹 입장에서는 거액의 자금 마련이 만만찮다.

재계 관계자는 “HMM 인수 후보가 속속 등장하지만 대부분 중견그룹이라 수조원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사모펀드와의 합종연횡이 여의치 않으면 상당수 후보가 본 인수전에서 빠져나갈 가능성도 높다”고 귀띔했다.

해운 업황 침체도 변수다. 중국 상하이항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15개 항로 단기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5000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966.45(7월 21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SCFI의 손익분기점이 1000선인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HMM 실적도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해 9조9455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 잔치’를 벌였지만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6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감소했다.

매출도 2조1300억원으로 58% 줄었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운 시황 반등폭이 크지 않고 물동량 역시 부진해 앞으로도 HMM 실적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에는 아예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는 컨테이너선 운임 하락으로 HMM이 올 하반기부터 영업손실을 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HMM이 각종 논란을 딛고 잡음 없이 새 주인 품에 안길지 재계 관심이 쏠린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2호 (2023.08.16~2023.08.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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