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모드’ 장착해 ‘하루 2시간’ 제한…中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해법 [생생中國]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아이와 이를 말리는 부모. 아마 세계 어디서나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은 대다수 부모의 고민거리다. 세계에서 스마트폰이 가장 많이 팔리는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중국 당국이 해법으로 내놓은 대책은 좀 색다르다. 다른 나라에서는 흉내 내기조차 어려운 대책이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8월 초 ‘모바일 인터넷 미성년자 모델 건설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앞으로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모바일 기기 이용을 하루 2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이 담겼다. 정부가 청소년의 하루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강제로 정해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8살 미만은 40분, 8~15살은 1시간, 16~17살은 2시간 이내다. 이뿐 아니라 미성년 사용자가 모바일 단말기를 30분 이상 사용하면 휴식 알림이 울리도록 하고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는 모바일 기기 사용 자체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국 당국은 모바일 단말기 제조업체들에 ‘미성년자 모드’ 장착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 미성년자 모드는 부모나 미성년자 사용자가 여러 단말기를 사용하더라도 통일적으로 지원돼야 하고 사용자가 통합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다른 모든 기기도 같은 모드가 시작돼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은 강조했다. 다만 부모에게는 이런 제한을 면제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도록 했다.
미성년자가 모바일 단말기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규율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가이드라인은 미성년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유해한 내용이 포함된 정보의 제작·복사·게시·유포를 금지하고 미성년자의 민사 행위 능력에 맞지 않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해선 안 된다고 했다. 또 미성년자 모드에서는 모금이나 인기 투표 등을 주제로 하는 커뮤니티 설치를 못하게 하는 등 아이돌 팬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도 들어갔다.
물론 이 같은 가이드라인은 아직은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초안이다. 초안을 공개한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9월 2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의 사회 시스템을 고려해볼 때 초안에서 큰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부모들 반응도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분위기다. 9살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스마트폰 중독이 매우 심각해 아이의 친구 대다수가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무리한 정책이다’ ‘목표한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은 소수에 그쳤다.
이 같은 파격적인 스마트폰 사용 제한 대책에 대해 외부에서는 ‘중국에서만 가능한 조치’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유사한 조치를 시행할 경우 과도한 사생활 침해 논란은 물론 관련 기업들의 강한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에 대해 “전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인터넷 사용 규제”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가혹한 규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 당국은 앞서 2021년에도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시간을 일주일에 3시간으로 제한하고 밤 10시부터 다음 날 6시까지는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정부의 게임 제한 조치로 게임 업체 등 중국 IT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이번 스마트폰 사용 시간 제한 조치도 중국 IT 기업의 수익성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날 텐센트가 3% 이상, 웨이보가 5% 이상, 짧은 동영상 플랫폼 콰이서우는 4%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2호 (2023.08.16~2023.08.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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