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내년 중 3사 합병 완수…매수청구권 1조 안 넘을 것"
6개월 내 제약까지 3사 완전 합병 구상
합병 관건은 매출 감소와 매수청구권
당장 연매출 반토막 우려…"2030년 12조 목표"
소액주주는 합병 반대 기류 우세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등 셀트리온그룹 3형제의 합병 로드맵이 전격 공개됐다. 우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연내 합병을 마무리해 통합 셀트리온을 출범하고, 이후 내년 안으로 셀트리온제약까지 합병을 마무리해 합성 의약품(케미컬)과 바이오의약품을 아우르는 종합 제약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17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3개 사가 동시에 합병을 추진했을 때 절차상의 애로사항이 많이 예상되고, 주주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질 것이라 생각했다"며 "올해 1단계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을 결정했고, 합병 종료 후 6개월 안에 (셀트리온제약과의) 2단계 합병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장 종료 후 나온 공시에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양사 합병만이 발표되면서 제기됐던 셀트리온제약의 합병 제외설에 대해서 확실한 3사 합병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1차 합병은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합병가액은 셀트리온 14만885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6874원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 기존 주주가 보유한 보통주 1주당 셀트리온 보통주 0.449262주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는 오는 10월 23일 진행된다. 이후 11월13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을 가진 뒤 12월 28일이 합병 기일로 연말까지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1차 합병 후 통합 셀트리온의 지분율은 서정진 회장 3.7%, 셀트리온홀딩스 21.5%로 25%가량의 지배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합병하면 당장의 매출은 '반토막'…"2030년 12조 매출 달성할 것"
합병에 있어 최대의 리스크로 꼽히는 건 매출 감소다. 회사 측은 통합 셀트리온의 매출을 올해 2조3000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지난해 셀트리온 2조284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 1조9722억원 대비 매출이 반토막 난다. 이는 셀트리온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생산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 유통을 맡는 셀트리온그룹의 특이한 분업 구조에 기인한다. 양사 간 직접 지분 관계가 없기 때문에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의약품을 공급한 실적,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에 약품을 판매한 실적이 따로 집계돼 별도의 매출로 잡혀 왔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 셀트리온이 출범하게 되면 셀트리온의 의약품 공급실적은 상쇄돼 매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이에 회사 측은 당장의 매출 감소가 있더라도 향후 시너지를 통한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2024년 매출 3조5000억원·상각전 영업이익(EBITDA) 1조6000억원을 달성하고, 2030년에는 매출을 12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특히 현재 주력사업인 바이오시밀러의 성장은 유지하되 신약 개발을 이어가 신약의 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신약 부문의 선봉장은 '램시마SC'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인플릭시맙 성분의 피하주사(SC) 제형이다. 이 성분 의약품은 오리지널 '레미케이드'를 포함해 기존 제품은 모두 정맥주사(IV) 제형이었다. 하지만 서 회장이 유럽 현지 의료진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SC 제형의 필요도가 높다는 판단하에 직접 개발을 지시해 현재까지 최초이자 유일한 인플릭시맙 SC 제형 의약품으로 개발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이 같은 장점을 고려해 셀트리온 측에 먼저 신약 허가 절차를 권유해 현재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서 회장은 "짐펜트라(램시마SC의 미국 신약 브랜드명)는 약가가 최소한 4배 이상의 고가로 판매되고 15년간 특허로 보호돼 오리지널 제품의 가격 인하로 인한 우려가 별로 없다"며 "2024년 7000억원, 2030년 3조원 이상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더해 내년 중 1차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는 면역항암제와 유방암·위암 치료제 등의 신약도 2030년까지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도 내놨다. 이에 더해 그룹의 주력 상품인 바이오시밀러도 사업을 확장해 2030년 7조원가량의 매출을 목표로 한다.
생산력 확장도 이어간다. 서 회장은 "이미 3공장까지 확보했기 때문에 제품의 위탁생산(CMO) 의존도를 최소화해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며 "필요하다면 4공장을 추가로 투자하고,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수청구 1조' 넘으면 합병 무산 가능성도…"넘더라도 대비책 있어"
합병의 최대 관건은 소액주주들의 향방이다. 소액주주들은 합병이 이뤄지면 총 매출이 줄어들면서 주가 상승 여력은 낮아질 것이라는 판단하에 합병 반대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셀트리온그룹 측에 자신의 보유 주식을 일정 가격으로 매입해달라고 청구하는 상법상 보장된 권리인 주식매수청구권을 발동할 수 있다. 현재 셀트리온은 주당 15만81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주당 6만7251원의 매수청구가격으로 양사를 합쳐 총 1조원의 매수 한도가 설정됐다. 양사는 매수청구 규모가 한도를 넘어설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도 공시했다.
그러나 서 회장은 "주가가 저펑가돼있어 1조원이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한도를 넘어선 청구가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1조원 이상 (청구가) 나왔을 때에 대한 대비책은 갖고 있다"며 한도를 넘어서더라도 합병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와 함께 주주 환원을 위한 현금 배당도 확대한다. 서 회장은 "현금 배당을 경쟁력 있게 돌려드리는 회사가 되겠다"며 "이익의 30%까지 현금배당을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주간사가 선정되는 등 합병 작업의 착수가 이미 예고됐고, 서 회장이 직접 구조조정이 없다고 밝힌 만큼 그룹 내부의 동요는 아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 회장은 "과잉·중복 인력을 갖고 있지 않아 인력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며 조직 통합에 대해서도 "관리 부분 일부를 통합해야 하지만 큰 충돌이 없을 것으로 오랜 기간 걸릴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합병 성사를 위해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합병 법인의 미래를 다각도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이 결정은 좋은 결정, 현명한 결정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제가 싱가포르, 맨하탄, 보스턴을 가고 기우성·김형기 부회장이 일본·유럽,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만나 설명하겠다"고 "공허한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저와 임직원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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