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잼버리 부지' 농지로 바꾼 날, 새만금개발청 "골프장 건설"
문재인 정부가 잼버리 부지를 농업용지로 변경하기로 결정하면서, 같은날 농업용지에 들어올 수 없는 골프장 건설을 발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19차 새만금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2017년 12월 6일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새만금위원회 공동위원장) 주재로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송하진 전북지사, 이철우 새만금개발청장 등 정부·민간위원 30명이 참석했다.
새만금위원회는 이 회의에서 기존 관광·레저용이던 잼버리 부지를 농업용으로 용도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용도변경을 해야 농지관리기금을 투입해 당시까지 지지부진했던 간척지 매립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전 총리는 회의에서 “잼버리 대회를 치르는 데 차질이 없을 정도로 용지가 매립되고 부지가 정리돼야 한다”며 “그러려면 행정절차가 필요한데 땅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 농지가 돼야 농지관리기금을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하진 전 지사는 “잼버리 부지의 신속한 매립을 위해 관계부처가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김영록 전 장관은 “농림부에서 매립을 담당하고, 대회 후 단기간은 가축사료단지 등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수용했다. 이에 따라 사업을 담당한 농림부 산하 농어촌공사는 기금 1846억원을 들여 2020년 1월부터 잼버리 부지 등 884ha에 대한 매립을 시작해 지난해 12월 작업을 마쳤다. 이후 잼버리 부지는 줄곧 농업용지로 남아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용도변경을 결정한 이 날은 새만금개발청이 ‘새만금기본계획 변경안’을 발표한 날이기도 했다. 2011년 발표된 기본계획이 있었지만 2017년 8월 잼버리 유치 이후 투자활성화를 위해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이날 새만금개발청은 “잼버리 부지가 포함된 관광·레저 1지구에 PGA나 LPGA같은 메이저급 골프대회를 유치하겠다”며 “리조트 등 관광호텔을 짓고, 수로를 활용한 조정경기장이나 승마장과 자전거·암벽등반·스케이트보드 등 익스트림 스포츠 공간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리조트·골프장·승마장 등은 농업용지에서는 건설이 불가능하고, 관광·레저용지여야 가능하다. 1800억원대 농지기금을 쓰기 위해 용도를 농지로 바꾸면서, 실제로는 골프장 건설을 홍보하는 이중플레이를 한 것이다. 추후 잼버리 부지에 골프장 등을 만들려면 관광·레저용지로 용도를 재변경해야 하는데, 이 경우엔 받은 농지기금 1846억원을 다시 토해내야 한다.
당시 새만금개발청은 또 “잼버리 부지에 복합리조트 등이 들어서면 일일 교통량은 차량 15만9580대에 달할 것”이라고 교통량 전망치를 발표했다. 2021년 기준 서울역 앞 세종대로(왕복 10차로)의 일일 교통량은 5만3578대, 경부고속도로 양재IC(왕복 10차로) 교통량은 18만7760대다. 당시 미간척지여서 도로·철도가 없던 잼버리 부지에 서울 수준의 교통량을 전망한 것이다.
이는 잼버리 부지의 교통량 전망치를 최대한 높게 잡아 새만금 지역 내 공항·도로·철도 예산을 따내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병길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잼버리 부지 매립 예산이 필요할 때에는 농업 용지로 용도변경해 놓고, SOC예산이 필요하자 관광·레저용지로 가정해 사업을 진행하는 모순된 행동을 보였다”며 “감사원 감사에서 지난 정부 주요인사의 의사 결정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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