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농업에 해법… 땅을 살리면 인류도 산다

김남중 2023. 8. 1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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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대지에 입맞춤을
조시 티켈 지음, 유기쁨 옮김
눌민, 512쪽, 2만6000원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고원에서 유기농 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여성 도니거 마케가드가 소똥의 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소의 반추위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들이 이 배설물 속에 들어 있습니다. 이 위대한 비료는 토양 속으로 더 많은 생명을 가져오지요.” 눌민 제공


“토양이 우리를 구해줄지도 모른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저술가인 조시 티켈의 책 ‘대지에 입맞춤을’은 기후 문제를 풀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끌어당기는 토양의 힘에 주목해서 탄소를 토양에 저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토양 해결책’이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오랫동안 간과돼왔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라탄 칼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지금까지 약 850기가t(1기가t은 10억t)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더했다. 이중 350기가t은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만들어졌고, 나머지 500기가t은 땅속에 저장돼 있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 것이다. 농업, 산림 벌채, 도시화, 경운(쟁기질) 등이 주요 원인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유기농 실험 농장인 로데일연구소의 크리스 박사는 “우리는 탄소를 토양 속으로 되돌려야 한다”며 “토양 환경은 대기와 토양 표면에 사는 유기체와 식물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보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프랑스 농무부는 ‘1000에 대한 4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의 토양은 1500기가t의 탄소를 유기물의 형태로 함유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토양의 탄소를 해마다 1000분의 4퍼센트(0.4%)씩 증가시킬 수 있다면, 약 6기가t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토양 속에 저장할 수 있다. 이는 해마다 인류가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인 4.3기가t을 상쇄할 수 있다. 이것은 기후 문제에 대한 간단하고 강력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수집해 처리하는 방법으로 ‘탄소 포집 기술’이 주목돼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력한 기술은 나오지 않았다. 이 책은 토양이 탄소 포집 기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토양이 지구를 살리도록 하려면 우리가 먼저 토양을 구해줘야 한다. 현대 농업이 토양을 망가뜨려 놓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대초원의 면적은 100분의 1로 축소됐다. 표토는 침식돼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미국은 매년 10억 파운드의 제초제와 살충제, 살균제를 농작물에 뿌린다. 그것들은 토양 속 생명을 파괴한다. 토양 속의 미생물은 탄소를 붙잡고 있다. 경운은 토양층을 압축시키고 유기물을 파괴한다. 건강한 토양은 탄소뿐만 아니라 수분도 저장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농업용 토양은 1인치 이하의 물만 머금을 수 있다. 책에 소개된 무경운 토양은 그보다 80배나 많은 물을 저장한다.

“만약 당신이 토양 안에 미생물 친화적인 서식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거기서 영양분과 물, 탄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펌프, 스프레이, 합성물질, 디젤, 트랙터, 기계, 그리고 많은 돈을 사용해서 그러한 것들을 끊임없이 추가해야 한다.”

토양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농업을 바꿔야 한다. 책은 농업의 관행에 도전하며 토양을 건강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농업을 혁신하는 ‘재생농업’ 사례들을 소개한다. 단일 재배, 엄청난 농약, 첨단 기계, 공장식 축산 등이 현대 농업의 특징이라면 재생농업은 혼합 재배, 퇴비 사용, 피복작물 심기, 무경운, 가축 방목 등을 원칙으로 삼는다.

재생농업은 대기 중의 탄소를 땅속으로 되돌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특히 퇴비나 소똥 등이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는 핵심적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유기농 또는 재생농업으로는 세계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세계는 사실상 압도적으로 소농이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대농보다 소농이 생산하는 식량이 훨씬 더 많지요”라고 반박한다.


이 책은 세계의 재생농업 현장으로 안내하면서 독자들에게 이 혁명에 뛰어들라고 촉구한다. 재생농업은 지구를 구하는 사업이자 농약, 기계, 금융 등을 파는 이들만 돈을 벌고 농부들은 빚에 허덕이는 현대 농업 모델을 혁신하는 벤처사업이다. 저자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재생농업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젊은이들이여, 이제 당신들이 당신의 나라와 당신의 행성의 미래를 결정할 때다. 커피숍, 실리콘밸리의 코딩 사업장, 패스트푸드 산업의 임금 노동직, 빚의 노예가 되는 고등교육 제도, 그리고 미국의 생기 없는 무계획적 도시 팽창으로 인해 버려진 지저분한 건물들을 떠날 때다. 땅으로 돌아갈 때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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