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낮은 목소리… 멀리 넓게 번지는 끄덕임

김남중 2023. 8. 1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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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의 새 소설집 제목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최은영 문학에 대한 설명으로도 적절해 보인다.

그는 작은 이야기, 낮은 목소리로도 놀라울 정도로 멀리 그리고 넓게 나아간다.

오빠는 자기 마음을 한 번도 설명하지 않았고, 그녀는 고마워하면서도 당연하게 여겼다.

삼촌에 대한 그리움을 적은 딸의 글은 최은영의 소설과 닮아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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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문학동네, 352쪽, 1만6800원


최은영의 새 소설집 제목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최은영 문학에 대한 설명으로도 적절해 보인다. 그는 작은 이야기, 낮은 목소리로도 놀라울 정도로 멀리 그리고 넓게 나아간다.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주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20∼30대 여성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수록된 일곱 편의 중·단편들에서 극적인 이야기는 없다. 특별한 갈등도 없고 카타르시스도 없다. 표제작이자 2020년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직장 생활을 하다가 다시 대학에 들어가 문학을 공부한 뒤 작가가 된 주인공이 대학 시절의 문학 강사를 회고하는 내용이다. ‘몫’은 대학 시절 교지편집부에서 함께 생활했던 선배를 오랜만에 만나 역시 과거를 돌아보는 이야기다.

그 과거에 뭔가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 과거와 한참 달라진 현실이 낯선 것이다. 누구보다 똑똑하고 강해 보였던 문학 강사, 질투가 날 만큼 글을 잘 쓰던 교지 동료들은 글이나 공부와 무관한 사람으로 살아간다. ‘답신’에서는 주인공에게 헌신적이던 언니가 잘못된 결혼을 하고 남편에게 매 맞는 이야기가 나온다. 언니 남편과 싸우다 법정에까지 서게 되지만 언니는 동생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다.

최은영은 이런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들려주면서 “나를 얼어붙게 한다”고 쓴다. 또 “나는 나아갈 수 있을까. 사라지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이것이 지금 젊은 여성들이 가진 마음 속 불안을 정확하게 건드린다.

‘파종’에서는 이혼한 자신과 딸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살뜰하게 돌봐주었던, 열다섯 살 많은 오빠를 회고한다. 오빠는 자기 마음을 한 번도 설명하지 않았고, 그녀는 고마워하면서도 당연하게 여겼다. 그녀는 딸이 학교에서 쓴 글을 보면서 비로소 오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삼촌에 대한 그리움을 적은 딸의 글은 최은영의 소설과 닮아있는지 모른다. 독자들은 최은영의 소설을 읽으며 어쩌면 한 번도 설명되지 않은 감정들,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랐던 마음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김남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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