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확인서 없으면 절대 못 준다?" 일용직 두번 울린 코로나 생활지원비
[김성욱 기자]
▲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가 5주째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일주일간 일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4만5천529명으로, 직전 주(3만8천802명) 대비 17% 증가하며. 주간 단위로 5주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 연합뉴스 |
"저는 작은 개인사업과 함께 추가로 일용직 근로를 하고 있습니다. 일용 근로를 할 때부터 몸이 안 좋았는데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격리를 마쳤습니다. 이후 코로나 생활지원금을 신청하려고 했는데, 유급휴가 미제공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일용직인데도 주민센터에서는 무조건 그 서류를 제출하라고만 해서 신청을 못하고 있습니다..." - A씨가 국민신문고에 올린 민원
A(41·여)씨는 지난 3월부터 경기도 화성시 동탄 쿠팡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4개월 넘게 일했다. 쿠팡물류센터 일용직은 사전에 일할 날짜를 앱으로 신청해 그날그날 하루치 근로계약을 맺은 뒤 일을 하는 방식이다. 시급은 최저임금인 9620원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는 주간조와 오후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일하는 야간조가 있다.
A씨는 주로 입고물품 분류, 창고 정리, 포장 등의 업무를 맡았다. 지난 3월에는 6일간 근무해 68만원을 벌었고, 4월에는 11일(119만원), 5월에는 12일(126만원), 6월에는 10일(114만원), 7월에는 11일(144만원)을 근무했다.
▲ 코로나19 생활지원비 지침.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일용직 노동자에게 '유급휴가 미제공 확인서'를 요구해 해당 노동자가 생활지원비를 신청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
ⓒ 질병관리청 |
A씨가 마지막으로 쿠팡물류센터 일용직 일을 한 건 지난 8월 6일이었다. 그는 "몸이 너무 아팠지만 '더위 먹었겠지' 하고 참고 일했다, 며칠 후 쓰러질 것 같아 병원에 갔더니 코로나19였다"고 했다. A씨는 8월 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8월 13일까지 5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자가격리를 마친 A씨는 정부가 자가격리자들에게 지급하는 코로나19 생활지원비를 신청하려 거주지인 충남 천안시의 한 동 주민센터에 문의했다. 생활지원비는 기준중위소득(1인 가구 249만 4000원) 이하 격리자를 대상으로 가구당 10만~15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A씨 소득은 기준중위소득 이하였고, 1인 가구였기 때문에 10만원의 생활지원비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동 주민센터는 '유급휴가 미제공 확인서'가 없으면 신청이 불가하다며 A씨를 돌려보냈다. 유급휴가 미제공 확인서(연차·무급휴가 및 재택근무 실시확인서)란 회사가 근로자에게 코로나19로 인한 유급휴가를 주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로, 중복 혜택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A씨는 통상의 상용직이 아닌 일용직이었기 때문에, 코로나 확진 후 자가격리 동안 쿠팡물류센터와 근로계약이 없는 상태였다. 자가격리 시 회사에 보고하거나 휴가를 내는 일반 상용직들과 달리, 날마다 근로계약을 새로 맺는 일용직은 그저 그날 일을 신청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A씨로서는 격리 기간에 회사에 속하지도 않은 상태였는데 '회사가 격리기간에 유급 휴가를 주지 않았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였다.
해당 동 주민센터는 A씨가 직전달(7월)에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로 분류돼있기 때문에 해당 서류가 필요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현재 건강보험은 일용직이라도 월 8일 이상, 월 60시간 이상 근로한 경우 직장가입자로 받아들인다. A씨 역시 직전달인 7월 이 기준을 상회해 직장가입자로 분류돼있었다. A씨는 "주민센터 등에선 '쿠팡물류센터에 가서 알아보라'는 말만 했다"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A씨는 쿠팡 쪽에도 사정을 설명했지만, 쿠팡 측은 "일용직 계약은 당일 계약 체결 후 종료된다", "근무를 원할 때 근무 신청을 하고 출근하는 근무 특성상 해당 서류 발급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A씨는 재차 동 주민센터와 질병관리청에 문의했지만, 지침상 해당 서류가 꼭 필요하다는 답변만 계속해서 들어야 했다. 참다 못한 A씨는 지난 15일 국민신문고 민원 사이트에 글을 썼다.
해당 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17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도 "직전달 기준 건강보험료가 직장가입자로 돼있는 경우, 유급휴가 미제공 확인서를 받도록 돼있기 때문에 그렇게 안내할 뿐"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상용직이 아닌 일용직의 경우 회사에 소속돼 있지 않은 상태로 자가격리를 하는데, 소속된 곳도 아닌 회사에 유급휴가를 주지 않았다는 확인서를 받아오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우리는 지침대로 할 뿐"이라고만 했다.
천안시청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시청 관계자는 "질병청에도 문의한 결과, 유급휴가 미제공 확인서는 필수 서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질병청에는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취재가 들어간 지 2시간 정도 지난 뒤, 천안시청 쪽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시청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질병청에서 다시 회신한 결과, 유급휴가 미제공 확인서 제출 여부는 직전달이 아닌 격리달을 기준으로 보는 게 맞다고 정정했다"라며 "이번 사례의 경우 유급휴가 미제공 확인서는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결론을 전했다.
A씨가 코로나 확진 이후 쿠팡물류센터에 고용돼있지 않았기 때문에, '유급휴가 미제공 확인서'가 필요 없다는 얘기였다. 상식적인 답이었다. 하지만 이전까지 입장과 완전히 다른 답변이었다.
"왜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나요"
쿠팡물류센터 일용직 등 기존의 고용형태와 다른 비정형 노동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탁상행정으로 취약 노동자들의 권리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 1월 발행한 2022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국내 일용직은 692만명(2021년 기준)에 달한다.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생활지원비 그거 자체는 얼마 되지도 않아요. 근데 일용직이라고 못 받는다는 게 너무 서럽잖아요. 정부에서 누구나 중위소득 아래면 다 주겠다고 한 건데, 제가 왜 못 받아야 되는 건지... 제가 정말 답답했던 건, 그 누구도 제가 왜 생활지원비를 못 받는다는 건지 제대로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예요. 여기 가면 저기가서 알아보라고 하고, 저기 가면 또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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