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연 보고 자극됐다"…꿈의 뮤지컬 꿰찬 이 남자의 비결

나원정 2023. 8. 1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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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주역 최재림
올해말 '레미제라블'까지 전성기 맞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최재림을 17일 서울 청담동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사진 에스앤코

학창시절 공부와 담쌓고 지낸 게임‧만화 덕후이자, 노래하고 관심받길 좋아했던 자칭 ‘관종’ 소년. 어머니의 권유로 대학에서 성악 전공을 택할 때만 해도 “막연하게 살았다”는 그의 인생을 뮤지컬이 180도 바꿔놨다.
요즘 뮤지컬계에서 가장 바쁜 배우로 꼽히는 최재림(38)이 올해 꿈의 무대인 ‘오페라의 유령’(3월 30일~11월17일), ‘레미제라블’(11월30일~내년 3월10일)에서 잇따라 주역에 낙점됐다.
‘캣츠’, ‘미스 사이공’과 함께 뮤지컬 ‘빅4’로 통하는 두 작품에서 특정 배우가 같은 해 연이어 주연을 맡은 사례는 해외에서도 드물다. 두 뮤지컬 모두 한국어 공연이 단 3시즌 째다. ‘오페라의 유령’이 13년 만, ‘레미제라블’은 8년 만이다. 지난 11일 서울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오페라의 유령’ 타이틀 롤로 먼저 데뷔한 최재림을 17일 서울 청담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두 작품 모두 20대 때 오디션에서 낙방했었다는 그는 “예상보다 빨리 (작품을) 하게 됐다”면서 “공연 시기가 잘 맞아 떨어졌다. 두 작품 다 시도해볼 만큼 저도 준비가 돼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페라의 유령·장발장…'꿈의 무대' 한해에 실현


서울 공연 중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배우 최재림이 유령 역할로 전성기를 맞았다. 관객들의 호응에 더해, 그의 뮤지컬 스승 박칼린 음악감독은 최재림의 첫 유령 무대를 보고 “‘오페라의 유령’은 제가 초연 때부터 참여한 공연인데 이렇게 재밌는 장면이 있었나 새삼 감탄하며 봤다”고 본지에 소감을 전했다. 사진 에스앤코
최재림은 지난해 이집트 사령관(‘아이다’)부터 하이힐 신은 여장 남자(‘킹키부츠’)까지 4편의 대극장 공연을 소화한 데 이어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JTBC), ‘마당이 있는 집’(ENA) 등 영상매체로 연기 영역을 확장했다. 올 3월 부산에서 먼저 개막한 ‘오페라의 유령’은 지난달 서울로 무대를 옮겼다. 조승우‧김주택‧전동석에 이어 그가 합류하며 4인 4색 유령을 선보인다. 최재림은 “공연은 늦게 합류했지만 연습은 1월부터 같이했다. 3월 개막 후엔 혼자 공연 모니터를 하며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많이 돌렸다”면서 “덕분에 부산부터 100회 넘게 공연한 조연‧앙상블과 잘 섞일 수 있었다”고 했다.

Q : -20대 때와 달리 배역을 꿰찬 비결은.
“많이 성숙했다.(웃음) 젊을 때는 패기, 나쁜 말로 자만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박칼린 음악감독, 전수양 작가, 여러 연출님이 많이 잡아주셨다. 스스로 객관적으로 보는 시선도 생겼고, 부족함을 나름대로 보충하려 노력했다.”

Q : -성숙함이 연기에 미치는 영향은.
“20대 땐 더 멋있게, 강하게, 힘차게 표현하려 했다면, 지금은 내가 어떤 역할을 해내야 장면 전체가 풍부해지는가 생각한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은 가면이 표정을 가리고 출연 장면도 의외로 적은 상황에서 인물을 어떻게 공감시킬지 고민했다.”

Q : -다른 유령 배우들과 차이라면.
“조승우 배우 버전은 연습실에서 전막 연습으로 봤고 다른 두 배우는 부산 공연 때 봤다. 연기의 목표점은 같은데, 배우마다 물리적인 조건 때문에 달라지는 건 있다. 가령 저는 문장을 단정짓고 마무리짓는 듯한 화법이 대사 연기, 노래에 묻어난다. 강요하는 명령조 느낌의 유령이다.”


"뮤지컬 데뷔 후 성악 전공 처음 살려"


19세기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오페라의 유령은 재능있는 가수 크리스틴에게 반해 프리마돈나가 되도록 돕는다. 귀족 청년 라울과의 삼각관계, 잇따른 살인 사건 속에 유령의 실체가 드러난다.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35년 넘게 살아 숨 쉰 유령을, 최재림은 “천재성을 타고 났지만, 무수히 버림받아 비뚤어진 인물”로 봤다. “유령의 극중 행동에 정상적인 게 몇 개 없다.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것인지, 증오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만한 원초적 외로움, 사랑받고 싶은 마음, 거절당하기 싫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감정들이 있다”고 했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최재림의 유령 캐릭터는 성악을 전공한 그의 풍부한 저음, 큰 키에 힘입어 어두운 면모를 특히 강렬하게 살려냈다. 사진 에스앤코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유령의 심리 묘사는 다양한 음역으로 구사했다고 한다. 그의 묵직한 저음이 위협감을 준다면, 고음부는 유령의 신경질적이고 나약한 면을 드러낸다. 최재림은 “뮤지컬 데뷔 후 클래식에 가까운 발성을 쓴 첫 작품”이라며 “그간 팝 뮤지컬, 록 뮤지컬 위주로 해서 동료 배우들도 제가 성악을 전공한 걸 잘 모른다”고 웃었다.
그런 발성으로 ‘오페라의 유령’만의 속도를 표현했단다. “‘오페라의 유령’은 음악만 들으면 편안한 속도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선 정반대죠. 감정의 크기, 인물 관계의 변화가 빠릅니다. 어떻게 하면 관객의 심장을 빨리 뛰게 할까, 소리의 세기와 울림, 셈여림을 (긴장감이) 퍼지지 않게 조절했죠.”

"'남한산성' 때 연기부족 느껴…공부하길 잘했죠"


지난해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도발적 의상, 하이힐 부츠의 여장 남자 롤라 역을 맡은 최재림. 사진 CJ ENM
다음 주부턴 장발장 역을 맡은 ‘레미제라블’ 연습도 시작한다. 최재림은 특별한 목표가 없던 자신에게 뮤지컬은 재밌으면서도 더 잘하고 싶은 직업이라 했다. "전성기에 취해 나태해지지 않도록 늘 경각심을 갖는다"면서다.
2009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예능 ‘남자의 자격’(KBS2) 합창단편에 심사위원으로 나온 뮤지컬 스승 박칼린 음악감독과 함께 출연해 주목받았지만, 활동을 중단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뮤지컬 ‘남한산성’(2010)을 하며 연기력이 부족한 걸 뼈저리게 느꼈다. 배우가 준비 안 된 채로 무대에 올라가는 게 얼마나 두려운지 깨닫고 대학원에 갔다. 그런 정신머리가 박혀있었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감사하다”고 돌이켰다. 최근 드라마에 도전한 것도 안주하지 않기 위해서다.

"'마당집' 임지연, 순간 몰입력 자극돼…"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에서의 상대 배우 임지연도 자극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순간 몰입과 집중력이 좋은 배우다. 그 에너지와 박자를 따라가려 노력했다. 뮤지컬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 설레고 재밌었다”면서다. “배우란 직업을 더 오래 즐기고 사랑하기 위해 새로운 걸 더 해보려 합니다. 감사하게도 다양한 제안을 받고 있죠. 모든 가능성의 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뮤지컬 '마틸다'에서 최재림은 우락부락한 여성 교장 역할로 2018년과 지난해 호평 받았다. [사진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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