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대’가 ‘우려’로…추경호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

나상현 2023. 8. 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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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드리워지면서 한국 수출에 경고등이 켜졌다. 당초 중국 경기 회복을 발판으로 ‘하반기 수출 플러스’를 달성하려던 정부 목표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덜어내기 위해 수출 품목과 지역을 다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17일 중국 국가통계국과 무역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 모두 ‘경기 침체’ 우려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가장 뚜렷한 신호는 물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0.3% 떨어졌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4.4% 하락했다. 두 물가지수 상승률이 동시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의 전쟁’을 이어가는 와중에 중국만 거꾸로 디플레이션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신재민 기자

저물가 기조가 나타나는 것은 중국 내 소비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국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5%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시장 전망치(4.0%)를 크게 하회했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고용이나 소득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정책이 리오프닝으로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저축이 소비로 이어지긴 어려웠다”며 “코로나 이후 ‘보복 소비’ 효과가 통했던 미국과 다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수출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14.5% 감소하면서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경제 충격이 가장 컸던 2020년 2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기도 하다. 특히 미국(-23.1%), 유럽연합(-20.6%), 일본(-18.4%) 등 주요국에 대한 수출이 모두 약세를 보였다.

신재민 기자

중국의 수출 부진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20년 25.9%에 달했던 대중 수출 비중은 올 1분기 기준 19.5%로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최대 교역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1∼7월 수출액(250억 달러) 중 대중국 수출 비중이 약 45%(112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이 받는 타격은 유독 크다. 업계에선 한국이 수출하는 중간재의 약 75%가 중국 내수에, 나머지 25%정도가 제3국으로 향하는 수출품 제조에 쓰이는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 해관총서(한국의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수입은 전년 대비 6.7%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율은 중국 해관 분류상 ‘주요 국가·지역’ 23곳 중 가장 높은 24.9%를 기록했다. 중국 전체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7.4%에서 올해 6월 말 6.1%로 떨어졌다.

당초 정부는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수출이 플러스로 올라오면서 ‘상저하고’ 경기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중국의 반등 시점이 늦춰지며, ‘중국 기대’는 ‘중국 우려’로 바뀌는 분위기다. 한국 전체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특히 대중 수출은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돌파구의 하나로 ‘수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주요 업종별 수출 여건을 면밀히 점검해 무역금용·마케팅·해외인증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품목·지역 다변화 등 구조적 수출 대책도 보완해 추가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 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대책 회의에 참석해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중국의 디플레이션 상황이 고착화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책 설계에 있어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성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중국 CPI가 전월 대비로 보면 오히려 상승 전환됐고, 특히 근원물가는 전월비와 전년비 모두 플러스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디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연초 전망보단 눈높이를 낮춰야겠지만, 내수·수출 등이 상반기보단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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