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점심 좀 먹여달라”… 교육공무직 61% 악성민원 경험

성윤수 2023. 8. 17. 17:4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정모씨는 출근부터 퇴근까지 학부모들의 비상식적인 부탁에 시달린다.

경기도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전담사로 일하는 김모씨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악성 민원 피해 사례를 직접 밝혔다.

실제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지난 14~16일 조합원 4687명을 대상으로 교육공무직 악성 민원 피해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악성 민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 실태조사
응답자 81%, 악성 민원 주체는 학부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17일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교육공무직 악성 민원 긴급 실태조사 결과 및 민원고충 사례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호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정모씨는 출근부터 퇴근까지 학부모들의 비상식적인 부탁에 시달린다. 하루는 학부모로부터 “아이가 책 반납을 연체해서 도서 대출이 안 되니 연체를 풀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규칙상 어렵다고 답하니 해당 학부모는 정씨를 국민신문고에 신고했다. 이외에도 “아이가 수행평가 도서를 읽어야 하니 책을 미리 빼달라”는 민원부터 “도시락을 싸서 보냈으니 점심 좀 먹여달라”는 등의 연락도 받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육공무직이 겪는 악성 민원 피해사례를 공개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최근 교육부가 악성 민원에 대한 대책으로 내놓은 ‘민원대응팀’에 대해 “교육공무직에 폭탄을 돌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4일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시안을 공개했다. 시안은 최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악성 민원 대응에 초점을 맞췄는데, 그중 하나로 학교 민원대응팀 설치 방안이 제시됐다. 학교의 민원 창구를 교내 민원대응팀으로 일원화하겠다는 건데 교감과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 내외로 구성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그러나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교육공무직은 이미 악성 민원과 갑질에 충분히 시달리는 중”이라며 “민원대응팀 구성원상 가장 하위직인 교육공무직이 실질적인 민원 전담자가 될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경기도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전담사로 일하는 김모씨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악성 민원 피해 사례를 직접 밝혔다. 김씨는 지난 6월 한 학부모에게서 ‘자녀가 돌봄교실에서 힘들어서 숨도 못 쉰다, 펑펑 운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수시로 민원성 문자나 전화를 받고 있다.

돌봄교실 내부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학생이기에 크게 놀란 김씨는 퇴근 후에 시간을 내 학부모와 대면 상담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해당 학부모는 “자녀가 집에서 물병을 집어 던지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다. 돌봄교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며 반 교체를 요구했다는 게 김씨 주장이다.

그는 “학부모가 원하는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끊임없이 민원과 상담을 신청한다”며 “학부모의 지속적인 항의와 고성으로 피로감, 불면증, 심장 벌렁거림을 느끼고 병원 치료도 받았지만, 학교나 교육청 차원의 대책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실제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지난 14~16일 조합원 4687명을 대상으로 교육공무직 악성 민원 피해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악성 민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81%는 악성 민원의 주체로 ‘학부모’를 꼽았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민원 창구는 일차적으로 접수하고 분류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건데 이건 학교 내부가 아닌 상급 기관에서 해야 한다”며 “교사든 교육공무직이든 현장의 개인이 떠맡아 민원을 책임지는 방식이 아닌 시스템을 통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