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회사채 디폴트, 올초 이후 최대…주택시장 부진 심각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중국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내 회사채 디폴트가 올초 이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주택시장 침체 역시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회사채 발행 기업들의 6, 7월 두 달간 미상환 규모가 총 75억위안(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달 간 미상환 규모로 보면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중국 신규 주택 판매가 감소하고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채무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영 건설업체 원양집단(시노오션)의 경우 지난 2일 만기가 돌아온 20억위안(3700억원)의 채권을 상환하지 못했다. 이 기업은 기존 만기가 돌아오는 시점에 상환을 요구하면 디폴트가 불가피하다고 밝혀 채권 상환 시점을 30일 후로 늦출 수 있었다.

중국 회사채 디폴트 위기를 촉발한 중국 3대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 가든)은 현재 만기 연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액면가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 회사채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약 300억원)을 상환하지 못했다. 30일간 유예기간에도 이자를 갚지 못하면 공식 디폴트가 선언된다.

비구이위안의 디폴트는 2021년 말 도산 위기에 처했던 헝다(에버그란데)의 붕괴보다 중국 주택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경고했다.

중국 부동산 중개인과 민간 자료를 살펴보면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는 훨씬 더 심각하다. 이들 자료에 따르면 현재 2·3급 도시의 절반은 물론 상하이·선전과 같은 주요 대도시에선 주택 가격이 최소 15% 하락했다. 항저우 소재 알리바바그룹 본사 인근의 주택 가격은 2021년 말 최고치에서 25% 가량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주택 가격 지수가 침체 정도를 과소평가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도 중국 성장률 전망을 하향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16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에서 0.3%포인트 낮춘 4.7%로 하향했다. 내년 전망치는 4.5%에서 4.2%로 낮춰잡았다. 모건스탠리는 성장률 하향의 이유로 부동산 시장 침체와 지방정부의 재정 압박으로 인한 투자 부진을 지목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