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계 진단기기’ 한의사에 허용되나…대법 판결 초읽기

박선혜 2023. 8. 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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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뇌파계 진단기기 사용 최종 판결 18일 공개
의협 “국민 건강에 악영향” vs 한의협 “치료법 발전 토대될 것”
초음파 진단기기 판례 따라 합법 가능성에 무게
24일 초음파 기기 사용 관련 파기환송심도 예정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을 반대하며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에 의사 1만200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했다.   대한의사협회

한의사의 뇌파계 진단기기 사용 합법 여부를 판가름 할 사법부 최종 판결이 18일 공개된다. 앞서 초음파 기기 사용을 둘러싼 의사 단체와 한의사 단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이번 판결에 따른 양측의 입장이 더욱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한의사면허 자격 정지 취소 소송에 대한 판결이 대법원 1부에서 이뤄진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0년 한의사 A씨가 뇌파계를 사용,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하고 한약으로 치료한다고 신문에 광고한 게 발단이 됐다. 

뇌파계 진단기기는 대뇌 피질에서 발생하는 뇌파를 검출해 뇌종양이나 간질, 치매 같은 뇌 관련 질환을 구별할 때 사용하는 기기로, 주로 의학적 진단 시 활용된다. 복지부는 한의사가 뇌파계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면허 외 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2021년 4월 A씨에게 한의사면허 자격 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후 A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2013년 1심에서는 복지부가 승소, 2016년 2심은 원고 손을 들어줬다. 

2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인체 위험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보조 수단으로 사용할 경우 한의사가 사용해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해당 판례의 내용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B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낸 것과 비슷한 취지를 띈다. 

당시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기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의사가 진단 보조수단으로 사용했을 때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적기 때문에 사용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올해 1월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협회 시무식에서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활용의 길이 열린 만큼 국민에게 최상의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새해에는 이를 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마련하는 데 회무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한의사협회

초음파 진단기기 판례로 봤을 때, 뇌파계 진단기기도 합법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의사 단체는 국민의 건강과 재정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17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대법원 판결은 사실상 오리무중이지만 초음파 판례와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적극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며 “동아시아권에서 한의학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왜곡돼 반영되고 있다. 세계신경학연맹, 국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아시아·오세아니아 신경과학회에서도 뇌파계와 한의학적 원리는 관련이 없으며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의사가 뇌파계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국민 건강 뿐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낭비가 심화된다. 잘못된 진단과 치료로 환자가 병을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상태를 되돌리기 힘들다. 또 환자 개인적으로든 사회적 자원이든 효과가 입증되지 못한 치료에 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며 현대 과학으로 개발된 기기를 한의학적 치료에 사용하는 것은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 국민도 이러한 사실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한의사 단체는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발언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앞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법으로 인정받음에 따라 내부적으로도 안전한 초음파 사용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했다”며 “이번 판결이 어떻게 날 지는 모르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대한한의사협회는 올해 3월 뇌파계 허용에 대한 의협 반발과 관련해 성명문을 내고 “사법부의 큰 흐름이 바뀌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의계는 아직도 자신들만의 우물 안에 갇혀 한의약 폄훼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현대 진단기기는 한의학의 과학화와 현대화에 필요한 도구이자 문명의 이기이며, 이를 적극 활용해 최상의 치료법을 찾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의료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24일에는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과 관련한 파기환송심도 예정돼 있다. 의협은 지난달 31일 재판부에 이필수 의협 회장을 비롯한 의사 1만200명의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한의사 현대 진단기기 사용 저지를 위해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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