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복지·부동산에도 마이데이터 도입…제도 확대 남은 과제는
#1 일주일 전 동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직장인 A씨는 복부 CT(컴퓨터 단층촬영)에서 난소낭종이 발견됐다며 큰 병원에 가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예전 같으면 건강검진을 받았던 병원에 다시 방문해 CT 결과를 CD로 받아와야 했겠지만 이젠 휴대전화 앱 하나면 이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A씨가 직접 앱에서 CT 결과를 내려받은 뒤 곧장 종합병원으로 보내면 자료가 공유되기 때문이다.
#2 장애가 있어 휠체어로 이동해야 하는 B씨는 최근 문화생활을 하는 데 소요되는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과거엔 박물관이나 놀이동산을 방문할 경우 현장에서 신분증을 확인한 후에야 복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젠 온라인 예약 시 복지 플랫폼과의 정보 전송이 가능해져 미리 할인된 가격에 예매를 해놓을 수 있어서다.
이 두 가지 사례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마이데이터(MyData)’ 사업이 확대됐을 때를 가정해 만든 가상 사례다. 정부는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 마이데이터 혁신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금융·공공 분야 한정→2025년부터 전 분야 확대
다만 그간은 금융‧공공 분야 외에 제3자 전송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적극적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지난 3월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전 분야에 걸쳐 마이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이에 정부는 내년 의료·복지·부동산·에너지 등 10개 분야를 중심으로 선도 사업을 거쳐 2025년 상반기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27년까지 국내 데이터 시장 규모를 58조원 규모로 키우고, 관련 전문 기업도 500개 이상 신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맞춤형 서비스 상품 개발 vs 정보 유출 우려
문제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한데 모아 관리한다는 점에서 정보 유출 가능성이 항시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날 정책 발표에 나선 정부도 마이데이터 성공의 첫 번째 전제조건을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국민 신뢰’로 꼽았다.
백연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5월 ‘금융 마이데이터의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도입 초기 특정 업체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앱에서 타인 정보가 조회되거나 사업자가 사전 고지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 판매한 정황이 있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며 “보안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해킹, 서비스 방해 등의 여러 침해 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마이데이터의 허점을 이용해 데이터를 몰래 사고판 뒤 피싱 등에 악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불법 행위에 대해선 단호하게 처벌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추진 계획에서 개인정보 보호의무 위반 시 과징금‧시정명령‧과태료‧벌칙 등 제재를 가하고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신고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업 늘리기보다 실효성 있는 상품 개발돼야”
다만 실효성이 큰 상품이 개발되기까지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재 금융 부문에서 마이데이터를 활용 중이지만 흩어져 있는 계좌를 묶어서 보여주고 부동산 시세를 알려주고 이런 정도에 그치고 있다”라며 “지금은 정부가 참여 기업의 숫자를 늘리는 거에만 매몰돼 있는 듯한데 이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활용도 높은 상품이 개발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기업 수출·투자현장 애로 해소를 통해 7조2000억원의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충북 오송에 4조원이 넘는 규모의 바이오융복합 산업단지를 새로 만들기 위해 부지 내 농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은 국가산업단지 계획을 승인할 방침이다. 또 카페 내 반려동물 동반 이용을 허용하는 등 기업활동 지원을 위한 규제혁신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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