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곳 두고 생갯벌 메웠다"…1846억 새만금 부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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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착수…"부지 선정 책임 누구"
감사원이 지난 12일 폐막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대회 파행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부지 선정' 문제점을 밝힐지 주목된다. "새만금에 매립을 마친 곳이 있었는데 굳이 용도까지 바꾸면서 대회 장소로 정한 게 누구 책임이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17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한국농어촌공사 농지관리기금 1846억원을 투입해 부안군 잼버리 부지(8.84㎢)를 매립했다. 해당 부지는 2017년 8월 대회 유치 확정 당시 새만금 관광·레저용지(31.6㎢)였다.
정부는 2017년 12월 6일 제19차 새만금위원회 회의에서 농지관리기금을 끌어다 매립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이곳을 농업용지로 바꿨다. 새만금위원회는 2009년 만든 국무총리 소속 심의위원회다. 민간 공동위원장 아래 기획재정부·교육과학기술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농림수산식품부·지식경제부·환경부·국토해양부 장관과 국무조정실장·전북지사 등 당연직 10명과 학계 등 위촉직 13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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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농업용지로 변경해야 농지기금 쓸 수 있어"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농업용지가 돼야 농지기금을 쓸 수 있으니 용도를 변경해줘야 한다"며 "잼버리 대회를 치르고 일정 기간 농업용지로 사용하다가 관광·레저지구로 돌린다거나 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는 "대회 이후 해당 부지는 농업용지로 활용하되, 새만금개발청장 요청 시 수요자에게 매각한다"며 "매각 대금은 농지관리기금으로 납입해 기금 손실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는 당시 회의에서 새만금 동서도로는 2020년 완공하고, 남북도로,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 중 새만금-서김제 구간은 잼버리 이전 개통을 추진키로 했다. 또 신항만은 선박 대형화를 고려해 부두 규모 확대와 조기 건설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공 주도 매립과 용지 조성을 위해 자본금 3조원 규모 새만금개발공사 신설도 의결했다. 공사는 2018년 9월 문을 열었다.
당시 이 총리는 "관련 인프라 예산은 예년의 2배 정도 규모로 확보됐다"며 "(2013년 9월 세종에 들어선) 새만금개발청을 새만금(군산)으로 옮기겠다"라고도 했다. 전북도 요구를 대부분 반영해 준 셈이다. 앞서 송하진 전 전북지사는 2017년 8월 16일 새만금 유치 성공 직후 "잼버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새만금 인프라가 조기에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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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희 "文 정권이 편법으로 '생갯벌' 강행"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잼버리 부지 매립은 대회 디데이(8월 1일)를 8개월 남겨둔 시점에 마무리됐다. 이 바람에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부터 야영장 조성까지 줄줄이 늦어졌다고 한다. 이에 여권을 중심으로 "전북도가 지지부진한 새만금 매립과 내부 개발을 앞당기고 SOC 확충 수단으로 잼버리를 악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정경희 국회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전북도가 매립한 지 10년이 넘어 나무가 자랄 정도로 안정화된 멀쩡한 기존 새만금 부지를 여럿 두고도 난데없이 아직 메우지도 않은 '생(生)갯벌'을 잼버리 개최지로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과 이낙연 총리를 등에 업은 전북은 기존 관광·레저용지였던 곳을 농업용지로 바꾸는 편법을 써가면서까지 강행했다"며 "잼버리 총 사업비가 1171억원인데, 부지 매립비가 1846억원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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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 "부지 선정은 정부 차원서 결정"
이에 대해 김관영 전북지사는 지난 16일 전북도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를 연 곳이 양질의 상수도를 끌어올 수 있는 부안댐과 가까웠다"며 "다른 농생명용지를 썼다면 너무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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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영식 간 송하진 '풀이라도 싹 벴으면…' 탄식"
부실한 운영과 준비 부족 문제는 대회를 유치한 송 전 지사도 지적했다고 한다. 지난 2일 개영식장에 간 송 전 지사는 무릎까지 자란 풀로 가득한 야영장을 보고 기겁했다고 측근이 전했다. 송 전 지사는 "예초기로 풀이라도 싹 벴으면 이것에 긁혀 아이들 다리에 상처도 안 나고, 방역(소독)도 철저히 했으면 모기 등 벌레도 많이 없어졌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큰 행사를 치러본 문화체육관광부 대신 행정을 잘 모르고 폐지 위기에 놓인 여성가족부가 대회를 주관한 점 ▶정권 교체 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김윤덕(전북 전주시갑) 국회의원이 조직위원장 자리를 내놓지 않은 점 등을 대회 실패 요인으로 언급했다는 게 측근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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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발전 위해 잼버리 유치했는데…"
특히 "전북 발전을 위해 잼버리를 유치했는데 파행으로 끝나 안타깝다"며 "전·현직 전북지사를 상대로 국회에서 국정 조사를 한다고 했으니 그때 부르면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게 송 전 지사 생각이라고 한다. 중앙일보는 송 전 지사 의견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부안=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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