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中 기업, 사태 진화에 총력...효과는?
[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촉발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부동산업계와 금융권 등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여파를 겪는 기업들이 부랴부랴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 자산관리회사 중즈(中植)그룹은 투자자들에게 자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고 부채 구조조정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중즈그룹 경영진은 전날 투자자들과 가진 회의에서 자사에 대해 종합 회계감사를 수행하기 위해 4대 회계회사 중 한 곳을 고용했고 전략적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즈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中融)국제신탁은 지난달 말 이후 수십 개의 투자 상품의 상환에 실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시간) 여러 소식통을 인용, 중룽국제신탁 이사회 서기인 왕창이 이번 주 초 회의에서 투자자들에게 지난 8일 만기가 된 여러 상품에 대해 현금 지급을 하지 못했고 지난 달 하순 이후 10개 이상의 상품에 대한 지급도 이미 연기된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소식통 중 한 명은 적어도 30개 상품에 대한 지급이 연체됐으며 중룽 측은 일부 단기 상품에 대한 상환도 보류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급 연기 사태는 중룽국제신탁 대주주인 중즈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이 있다. 이 그룹이 관리하는 자산 규모는 1조 위안(약 18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룽국제신탁 상품 투자자 20여명은 전날 이 회사 베이징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투자자들이 지역지사를 통해 항의한 적은 있었지만, 본사에까지 몰려든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디폴트 위기를 겪고 있는 국유기업 원양(遠洋)집단(위안양그룹·시노오션)도 공시를 통해 채권 거래 중단 사실을 확인하면서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에 대한 만기 연장을 시도하고 있다. 원양집단은 중국생명보험과 다자(大家)생명보험이 양대 주주로 있는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원양집단은 지난 14일 공시를 통해 2024년 만기인 달러 회사채의 이자 2천94만 달러(약 280억원)를 13일 지급하지 못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14일 오전 9시부터 채권 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채권자 회의를 소집해 2024년 만기 달러채의 이자 지급일을 9월 30일까지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원양집단은 이 방안이 통과되면 채무 불이행 사유는 면제되며, 회사의 운영과 재무관리·융자·부채 상환 등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이번에 이자를 지급하지 못한 채권 외에도 다수 채권의 만기 연장을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회사의 대주주인 중국생명보험과 다자생명보험은 지난 6월부터 합동조사팀을 꾸려 원양집단에 파견, 부채 규모 등의 실사에 나섰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한편 최근 사태를 촉발한 비구이위안은 전날 상하이 증시 공시에서 "현재 회사채 상환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앞서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가 돌아온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천250만 달러(약 300억원)를 지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상반기에 최대 76억 달러(약 10조1천억원)의 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14일부터는 11종의 역내 채권에 대해 거래를 중단했다.
비구이위안은 당시 성명에서 채권자와 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상환 계획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투자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이 장기적인 침체를 겪고 있는 데다 관련 기업들의 부채 규모가 워낙 커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매체들도 원양집단 등의 디폴트 위기와 관련해 "일시적으로 숨을 돌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기업 경영과 유동성 문제에서 여전히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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