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부터 실업률까지…中에 불리하면, 조용히 사라지는 통계
중국 경기 침체 우려가 경제 지표의 불투명성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역대 최고의 청년 실업률 수치를 받아든 중국이 통계 발표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히면서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공개적으로 발표하던 데이터가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의 이념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자국에 불리한 데이터 공개를 제한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축소 의혹 등으로 불거졌던 ‘통계 신뢰도 논란’이 또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지난달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6월 청년(16~24세) 실업률은 21.3%로 집계됐다. 7~8월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158만명의 대졸자가 취업 시장에 나오면서 최고치를 뛰어 넘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푸링후이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15일 “8월부터 청년실업률 공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졸업 전 학생들까지 조사 대상으로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블룸버그는 “청년들의 5분의 1이 실직 중인 것은 사회 안정 유지에 집착하는 집권 공산당으로서는 골치 아픈 통계”라며 “이번 발표 중단 결정은 시기적으로 의문을 제기한다”고 분석했다.
이전에도 중국 실업률 통계에는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주당 10시간 근무를 고용으로 간주하지만, 중국에선 주 1시간만 일해도 고용으로 친다. 도시 인구 조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농촌으로 귀향한 농민공은 통계에서 빠져 있다. 장단단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는 지난달 “3월 청년실업률은 국가 통계(19.6%)와 달리 46.5%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캥거루족' 등 일시적 구직단념자까지 노동 인구로 분류해 실업률을 다시 계산한 결과다. 그는 “"'좌절된 노동력' 혹은 '숨겨진 실업군'으로 볼 수 있는 이들이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돼 노동 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오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주택가격지수 통계가 현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민간 데이터 업체와 부동산 에이전트 등에 따르면 상하이나 선전과 같은 주요 지역의 기존 주택 가격이 2021년 8월 최고치에 비해 적어도 15%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 당국 공식 통계를 기반으로 분석하면 같은 기간 하락 폭은 6%에 불과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그룹의 헨리 친은 블룸버그에 “많은 나라의 주택 가격 데이터는 전체 시장 거래를 기반으로 하지만 중국은 선택적 샘플을 사용한다”며 “실제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신은 "나쁜 소식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건너뛰기'"(뉴욕타임스), “정보 흐름을 막아 중국 안팎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할 것”(월스트리트저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에도 3분기 경제성장률, 9월 산업생산·소매판매·도시지역 고정자산투자 등 지표 발표를 연기한 바 있다. 지난해 토지 거래가 줄자 관련 통계를 비공개했고, 채권 거래 정보 등 민간 부문 데이터도 돌연 제공이 중단됐다. 학술 정보 데이터, 고위 정치인·공직자 정보 등도 최근 접근이 제한됐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월1600만원 생활비로 아내는 성매매…과로사한 '기러기 아빠' | 중앙일보
- 이정현, 8층짜리 건물주 됐다…의사 남편 위해 194억에 매입 | 중앙일보
- "집 가고 싶다" 황당 반성문…그 여중생 제대로 꾸짖은 판사 | 중앙일보
- 분유·기저귀 팔겠다고…로켓배송 한 거 아니거든 | 중앙일보
- 대낮 신림공원서 강간, 피해자 위독…목격한 시민이 신고했다 | 중앙일보
- '카이스트 갑질' 엄마 "선생님, 이제 속이 시원해요?" | 중앙일보
- 노사연 자매, 윤 대통령 부친 빈소 찾은 유일한 연예인…무슨 인연 | 중앙일보
- 부모 장례식 안 갔던 성철, 제자가 부모상 당하자 한 말 | 중앙일보
- 전시회 돕던 알바생 성폭행한 60대 유명 화가…항소심도 징역형 | 중앙일보
- 김연경 소속사 "악의적 글 강경 대응…어떤 경우도 선처 없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