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단속' 나선 이철규 "당 조롱·모욕 못 참아"(종합)

이현주 2023. 8. 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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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암 덩어리' 발언 뇌관
수도권 위기론에 당 존재감 없다 비판
강민국 "사무총장으로서 할 얘기"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하지 못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나섰다. 이 사무총장은 "의원 몇 분이 당을 폄훼하고 조롱하고 모욕했다"면서 "그런 발언을 한 데 대해서 당원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이걸 이렇게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에 언로가 열려 있으니까 의원 개개인이 얼마든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사실에 기초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과 당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것은 다른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당은 늘 국민 눈높이에 맞춰 가려 하고, 많은 사람들이 언행을 자중하고 있는데 한, 두 사람이 말을 잘못해서 당원들 자존심 상하고 당의 위상이 떨어지고 사기가 저하되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데 뭐가 잘못됐다는 말이냐"며 "정치인의 정치적 발언, 신념과 소신을 말하는 것과 누구를 조롱하는 것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7일 강력범죄 대책 마련 점검차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당내에서는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수도권 위기론과 잼버리 책임 여부 등을 놓고 최근 당 지도부 비판을 이어온 일부 의원들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날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지도부가 수도권 위기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 사무총장이 불편함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전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한배를 타고 가는 데 있어서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노력해서 가야 하는데 분란을 일으킨다거나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번 발언은 총선을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총장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 논란이 됐다. 더욱이 현역의원들이 자리한 의총장에서 한 발언이어서 이목이 쏠렸다. 한 초선의원은 "얘기를 듣는 순간 그런 (당을 비난하는) 발언을 한 사람이 누굴까, 누가 있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수도권 위기론을 내세워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발언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인천 지역구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한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 같은 경우에는 암이 두루두루 많이 퍼져 있다. 근데 작은 암이다. 국민의힘은 암이 큰 덩어리가 두, 세 개가 있다. 민주당 같은 경우는 암을 치료하면 소생이 된다. 근데 국민의힘은 그 큰 암을 치료하기가 되게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총선과 관련 제기되는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 "위기감이 없는 게 진짜 위기"라며 "우리 당에 있는 당 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은 수도권 선거를 전혀 치러본 경험이 없는 분들이다. 전국 단위의 선거에 공천한 적도 없고, 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어 "위기를 위기조차 못 느끼는 게 우리 당 위기의 본질이라는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우리가 세계 새만금스카우트대회에서 계속해서 잘되고 있다, 잘되고 있다, 대책 마련했다고 여성가족부 장관이 얘기하지 않았나. 여기도 똑같은 현상이다. 당도 수도권 선거도 걱정하지 마라, 잘되고 있다, 잘되고 있다, 일종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당 대표는 당의 모든 문제에 대해서 무제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당하고 대통령실의 관계가 수평적 관계냐, 수직적 관계냐 이런 얘기를 논의하기도 전에 우선 당의 존재감이 없다는 것"이라며 "당이 대통령실에 너무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다만 당내에서는 이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무총장으로서는 당연하게 해야 할 이야기"라며 "당은 정책이나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얘기할 수도 있고 항상 언로가 열려있지만, 당을 폄하·비하하고 당의 정체성과 정책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가지고 비하하는 발언 한다는 것 자체는 우리가 당원의 입장에서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일반적인 말씀 하신 거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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