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반도체 M&A 장벽… 인텔 ‘타워 인수’ 중단에 삼성 촉각

김준엽 2023. 8. 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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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수·합병(M&A)의 장벽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반도체가 국가 차원의 안보자산으로 급부상하자 M&A 인허가권을 '무기화'하는 추세다.

반도체 업계의 M&A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의 이해 당사자 정부의 반독점 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과 동맹국의 강력한 수출 통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국 기업이 공장을 인수하는데 중국의 승인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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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수·합병(M&A)의 장벽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반도체가 국가 차원의 안보자산으로 급부상하자 M&A 인허가권을 ‘무기화’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업고 파운드리 강자로 재도약하려던 인텔의 시도는 중국 정부에 발목을 잡혔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해 2월 54억 달러에 사들였던 이스라엘 파운드리 기업 타워 세미컨덕터 인수 계약을 지난 15일 해지했다.

계약 해지로 인텔은 타워 세미컨덕터에 3억5300만 달러의 위약금을 지불하게 됐다. 타워 세미컨덕터는 자동차, 소비자, 의료용 등의 다양한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든다. 최첨단 반도체는 아니지만 인텔에 부족한 파운드리 분야를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인텔은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파운드리 업계 2위에 오르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인텔이 인수를 포기한 건 계약기한 마지막 날까지 중국 반독점 규제 당국이 거래를 승인하지 않아서다. 반도체 업계의 M&A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의 이해 당사자 정부의 반독점 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규제 장벽 때문에 인수를 포기한 사례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는 지난 2018년 미국 트럼프 정부의 인수 금지명령 행정조치로 무산됐다. 같은 해 퀄컴은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를 인수하려 했지만 중국 반대로 접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 시도는 미국 영국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과 동맹국의 강력한 수출 통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국 기업이 공장을 인수하는데 중국의 승인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업체가 타워 세미컨덕터를 산다고 하면 다른 국가가 승인하겠는가”라고 했다.

‘불똥’은 한국 기업들에 튈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1월 실적발표 당시 “3년 안에 의미 있는 M&A”를 공언했다. 업계에선 차량용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M&A 가능성을 높게 봤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M&A로 경쟁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ARM 인수 불발에서 보듯, 특정 회사로 ‘반도체 권력’이 집중되는 걸 모든 나라에서 경계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에서까지 강자가 되는 건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여기에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 ‘칩4’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M&A를 추진했다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평택, 테일러, 용인 클러스터 등 예정된 투자만 해도 규모가 크기 때문에 무리하게 M&A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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