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北, 한미일 정상회의 겨냥 ICBM도발 움직임 포착”
북한이 한·미·일 정상회의와 한·미연합훈련을 겨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도발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는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출석해 이와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군사 동향과 관련된 국정원의 보고를 전했다. 유 의원은 “ICBM 발사지원 차량의 활발한 활동이 평양 산음동 등에서 포착됐고, 액체 연료공장에서 추진제가 반출되는 등 징후가 계속 식별되는 점을 국정원이 파악했다”며 “정상회의 또는 연합훈련을 겨냥해 여러 종류의 도발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동향도 주요 사안으로 보고했다. 유 의원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 장관이 김정은과 단독 면담을 해 큰 틀의 군사협력 방안을 합의했다”며 “러시아가 포탄과 미사일 판매, 연합군사훈련을 제안했을 것이고 이에 북한은 기술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월 발사에 실패한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관련해서는 “결함 보완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9월 9일 정권수립 75주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8월 말 또는 9월 초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경제 위기도 상세히 언급됐다. 국정원은 북한 당국이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진행 중이고, 작년에는 GDP가 12% 감소하는 악순환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유 의원은 “1~7월 아사자가 240여건에 달했다”며 “(7개월 통계임에도) 최근 5년 (연간) 평균인 110여건에 대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난 타개를 위해 불법적 수단에 매달리고 있다”며 “올 상반기 석탄 밀수출량이 (작년 상반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고, 2015년부터 15억 달러 이상의 가상자금을 불법 탈취했다”고 덧붙였다.
악화하는 경제 상황에 따른 북한의 민심 동향도 보고됐다. 유 의원은 “올해는 99명이 탈북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2022년 대비 3배가 증가한 것이고 국경이 개방되면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장마당 세대 중심으로 김정은 일가에 대한 집단 항의가 이어졌다”며 “이에 불평분자를 색출하는 비상설 TF를 당국이 신설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고 했다. 북한 당국이 체제 이완을 막기 위해 올해 초 선포한 ‘범죄와의 전쟁’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보위부, 안전원 등의 총기 소지 권한을 확대했지만, 부작용이 발생해 효과를 못 봤다”고 보고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국정원 인사 파동 의혹 관련 질문도 나왔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국정원 핵심 부서 중 공석, 업무 공백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고 야당 간사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또 직권면직된 것으로 알려진 대북방첩센터장에 대해 “징계위원회는 개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김 원장은 1·2급 공동 직위 제도 도입 여부에 대해선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야당 의원들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국정원이 언론 장악을 위해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는 문건에 대해서도 “관련 문건을 본 적이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고, 국정원 기조실장과 2차장은 각각 “확인하지 않았다”,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정보위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국정원이 ‘2017년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에서 언론에 공개한 문건은 보관돼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머지 자료에 대해서는 유출 경위 파악이 필요하고, 국정원이 보관 중인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사안이라는 게 국정원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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