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그룹내 합병 본격화…"분식회계 논란 없애고 글로벌 도약"

이춘희 2023. 8. 1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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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비율 1:0.449262
연내 첫 합병 마칠 예정
'내부거래' 등 리스크 떨칠 수 있을까

3년간 진행되지 못했던 셀트리온의 그룹 내 합병이 본격화됐다. 연말까지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합병한다. 셀트리온의 자회사인 셀트리온제약은 우선은 통합 법인의 자회사로 유지돼 기존에 예상됐던 3사 합병이 아닌 양사 합병이 우선 진행될 예정이다.

셀트리온그룹은 17일 공시를 통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양사 합병에 대한 이사회 결의를 거쳐 본격적인 합병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룹 측은 "첫 단계로 그룹 내 바이오 계열사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한다"며 "이후 셀트리온제약의 사업 강화를 거쳐 통합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두 번째 합병을 추진해 바이오·케미컬 시너지를 강화하고 글로벌 종합생명공학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양사 합병은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합병가액은 셀트리온 14만885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6874원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 기존 주주가 보유한 보통주 1주당 셀트리온 보통주 0.449262주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는 오는 10월23일 진행 예정이다. 이후 11월13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을 가진 뒤 12월 28일이 합병 기일로 연말까지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셀트리온그룹 측에 자신의 보유 주식을 일정 가격으로 매입해달라고 청구하는 상법상 보장된 권리다. 매수청구 가격은 셀트리온 15만81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7251원으로 정해졌다.

셀트리온그룹은 앞서 지난달 미래에셋증권으로 합병 주간사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020년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주주들이 원한다면 내년에라도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을 합병하겠다"고 밝히면서 처음 윤곽을 드러냈던 합병 플랜을 재가동한 바 있다. 2021년 3월 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이 되면서 속도가 늦춰지는 듯했지만 지난 3월 서 회장이 전격 복귀하면서 합병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복귀 기자회견에서 서 회장은 3사 합병에 대해 "준비는 거의 종료됐다"며 "관건은 금융시장 안정"이라고 했다. 그는 "금융 시장이 안정돼 합병해도 되겠다고 보면 마일스톤을 제시하고 4개월 이내에 합병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셀트리온그룹에 있어서 계열사 합병이 중요한 이유는 그룹의 특이한 분업 구조 때문이다. 3사는 셀트리온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생산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 유통, 셀트리온제약이 국내 유통을 맡는 분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셀트리온제약은 합성의약품(케미컬) 생산도 진행한다. 생산과 유통이 구분돼 있고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간에는 직접적 지분 관계가 없기 때문에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의약품을 공급한 실적,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에 약품을 판매한 실적이 따로 집계돼 별도의 매출로 잡히는 구조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판매·공급계약 체결 사실을 공시하는 이유기도 하다.

셀트리온그룹은 이로 인해 ‘일감 몰아주기’와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여왔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약품을 넘기는 순간 해당 거래는 셀트리온의 매출 실적으로 잡힌다. 하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 입장에서는 그 순간 판매해야 하는 재고자산이 발생한 셈이다. 같은 회사라면 생산 부서에서 유통 부서로 넘어갔을 뿐이지만 별개의 회사인만큼 별도 매출로 집계되는 데 이 같은 행위가 일감 몰아주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한 재고자산의 가치 하락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가치를 부풀렸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셀트리온그룹에서 과대계상, 평가손실 미인식 등 회계기준 위반이 발생했지만 고의성은 없었다고 판단하면서 일단락된 사안이지만 분업 구조가 유지되면서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합병이 이뤄지면 이 같은 논란은 일거에 해소된다. ‘통합 셀트리온’이 출범하면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의 개발 및 생산, 국내·외 판매까지 모두 한 회사 내부에서 이뤄지는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 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셀트리온]

셀트리온그룹도 "이번 합병을 기점으로 글로벌 빅 파마로의 도약을 본격화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한 효과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우선 개발부터 판매까지 전체 사업 사이클이 일원화돼 이에 따른 원가경쟁력 개선을 바탕으로 신약 및 신규 모달리티 개발을 위한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다. 둘째, 원가경쟁력 강화를 통해 공격적인 가격전략 구사가 가능해지는 만큼 판매지역 및 시장점유율을 확장하는데 큰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양사 통합을 통해 거래구조가 단순해지면서 수익 등 재무적 기준이 명료해져 투명성이 제고되고 투자자 신뢰도도 한층 높아질 것이란 기대다.

셀트리온그룹은 합병 후 매출 및 이익 확대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특히 ▲합병에 따른 비용 절감 ▲원가경쟁력 확보에 따른 매출 증가 ▲파이프라인 확대와 신약 출시에 따른 매출 및 이익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주주에게 환원될 수 있는 재원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셀트리온그룹은 중장기적으로 현금배당 기준 배당 성향을 확대해 주주가치를 꾸준히 높여 나갈 방침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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