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차 배우이자 14년차 워킹맘, 김희선이 말하는 경력 단절 공포
김희선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습니다. 1990년대 후반 트렌디 드라마 열풍을 이끈 레전드 중의 레전드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결혼 이후 정말 거짓말처럼 일이 끊겼습니다. 2008년 SBS 〈온에어〉에서 사진으로나마 특별출연했던 걸 제외하면 TV에서 그의 얼굴을 보기 어려웠어요. 2006년 SBS 〈스마일 어게인〉이 결혼 전 김희선의 마지막 주연작이었습니다.
꼭 6년 간의 공백기를 보낸 2012년, SBS 〈신의〉를 통해 안방극장에 복귀했지만 김희선이 한창 활약하던 때와 환경이 많이 달라진 상태였습니다. 시청률 30%는 기본으로 보장받았던 그의 주연작은 10%대 시청률을 나타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실패작'이라 불렸겠지만, 2012년에는 꽤 괜찮은 성적입니다.
오랜 경력 단절과 적응하기 힘든 환경 변화는 김희선 본인에게 크게 다가왔을 테죠. 그는 16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이와 관련한 생각들을 풀어 놨습니다. 김희선은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한 6년을 쉬었다. 그때 조금 위축됐다"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아이를 안고 젖병을 물리면서 TV를 보는데 저랑 같은 시기 활동했던 배우들이 너무 좋은 작품을 하고 있었다. 나만 처지는 것 같고, '이제 애 엄마는 안 되나?'라며 많이 혼자서 괴로워한 적이 있었다"라고 밝혔어요. 슈퍼스타 김희선에게도 경력 단절은 고통이었습니다. 오히려 줄곧 정상에 있었으니 더욱 그랬을 거예요.
그는 "그 동안 저에게 붙었던 수식어는 '예쁘다' 였다. '예쁘다'는 말로 지금까지 그나마 버텼다"라며 "나이 먹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늙었는데 이제 나는 무엇으로 대중 앞에 서야 되나 생각을 했다"라는 솔직한 고백을 이어 나갔습니다. 예전에 김희선은 다작을 하지 않았습니다. 주로 TV에서 활동하긴 했지만, 30년 경력 치고는 영화 출연 횟수가 적은 편입니다. 이번에 개봉하는 〈달짝지근해〉가 그가 선보이는 22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기도 하고요.
6년의 경력 단절 끝에 그는 일할 때가 가장 행복하고, 촬영 현장이 너무 즐겁다고 말합니다. 김희선은 "저를 선택해주신 것이 아닌가. 나를 좋아하고 나를 필요로 해서 불러준 사람이 있는 게 너무 감사하다. '내가 뭐라고 이 작품을 거절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신의〉 이후 그는 쉬지 않고 드라마에 출연했고, JTBC 〈품위있는 그녀〉의 우아진 캐릭터로 연기력까지 재평가를 받았죠.
이날 방송에선 복귀 이후 그의 대표작이 된 〈품위있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어요. 엄마 역할도 생소했을 적인데, 외도하는 남편까지 있는 캐릭터는 김희선에게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게 했다고 해요. 그는 "'내가 이렇게 저물어가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도 '내 현재 상황에 맞는 역할을 하는데 왜 우울하지?', '다른 역할보다 지금 상황에 맞는 역할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등의 긍정적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실제로 자신에게 찾아온 자연스러운 세월의 흐름을 캐릭터에 녹여내고,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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