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아저씨가 쫓아와요"…겁에 질린 여성 구한 버스기사 기지
대낮 도심에서 모르는 남성에게 쫓기던 여성이 지나가던 버스에 도움을 요청해 위기를 모면한 사연이 전해졌다. 이 여성은 창원시 홈페이지 '칭찬이어오기' 게시판을 통해 해당 버스기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 15일 이 게시판에는 '창원 3006번 버스기사님 위급 상황에서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에 따르면 여성 A씨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집 근처에 산책을 나섰다가 술에 취한 듯한 한 남성으로부터 폭행 위협을 받았다.
A씨는 "처음에는 '길을 물으려고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삿대질을 하며 위협적으로 달려들었다"며 "이상한 느낌을 받고 도망가려고 하는데 횡단보도 신호등이 빨간색이라 건널 수가 없었고, 길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A씨는 대로변에서 손님 하차를 위해 정차한 택시를 발견하고 뛰어갔지만 수상한 남성은 계속 쫓아왔고 택시 뒷좌석의 문도 열리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택시에 아이를 안은 여자 손님이 계셨는데,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는지 내리지 않았고 저는 문을 열어달라고 계속 두드렸다"고 떠올렸다.
A씨는 "다시 도망가려고 뛰었지만 (남성이) 계속 쫓아왔다"며 "다른 횡단보도까지 뛰어가 앞에 있던 택시 기사분께 '모르는 아저씨가 쫓아온다 열어달라'고 문을 두드렸는데, 운행 중이지 않은 빈 차여서 그런지 손을 젓더니 그냥 가셨다"고 했다.
A씨는 그 순간 도로에 서 있던 버스를 발견했다. 그는 "신호에 걸린 버스가 보여서 문을 두드리니 기사님이 문을 열어주셨고 사정을 말씀드리니 태워주셨다"며 "쫓아오던 남성이 버스 문 앞에 왔는데, 기사님이 문을 안 열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사님께서 그다음 정거장에 내려주셔서 무사히 집으로 올 수 있었다. 당연히 차비는 낼 생각을 못 했고 내리면서 버스 번호를 확인하니 3006번이었다"며 "경황이 없어서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문을 열어준 곳이 버스기사님뿐이었다.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부산경남 민영 방송인 KNN에 공개된 버스 블랙박스와 CCTV 영상에는 A씨가 정차한 버스를 향해 달려와 "모르는 사람인데 계속 쫓아온다"며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 담겼다. 또 모자를 쓴 채 A씨를 쫓아온 남성의 모습도 영상에 포착됐다.
위급한 순간에 A씨를 도와준 버스기사 이승현씨는 "급박한 표정이고 겁을 먹은 표정이어서 상황이 평소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자신을 쫓아온 남성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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