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쏠' 유해진의 아기자기 연애, 슴슴 달달하다

장혜령 2023. 8. 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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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달짝지근해: 7510>

[장혜령 기자]

 영화 <달짝지근해: 7510> 스틸컷
ⓒ ㈜마인드마크
 
오랜만에 생각하지 않고 웃어 볼 수 있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영화가 극장가에 찾아왔다. <달짝지근해: 7510>은 유해진의 첫 로맨틱 코미디 장르 도전과 김희선의 조합으로 기대감을 높인 영화다. <증인> <우아한 거짓말> <오빠 생각> <완득이>를 연출한 이한 감독과 각본을 쓴 이병헌 감독의 코미디 야심이 돋보인다. 순도 높은 로맨스가 관객에게 선하고 건강한 웃음을 선사하며 즐겁게 극장 문을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한다.

과자 맛밖에 모르던 모쏠 남자의 연애

하루 종일 과자 생각만 하는 제과 회사 연구원 치호(유해진)는 골칫덩어리 형 석호(차인표)의 대출금을 갚기 위해 캐피탈에서 일영(김희선)과 만난다. 치호의 투명한 매력을 먼저 간파한 일영은 주차비 500원을 미끼로 밥풀(밥 같이 먹는 메이트)을 제안하며 친구가 된다.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껴 가까워져 결국 연인이 된다.

매일 1분 1초의 오차 없이 루틴을 소화하던 치호는 일영을 만나 흐트러진 변화를 기쁘게 맞는다. 과자만 먹어 영양실조에 걸렸을 만큼 회사-집만 반복했었지만 다양한 음식의 맛, 삶의 의미를 터득해 간다. 단조로운 일상은 다채로워지고, 흑백이었던 세상이 컬러풀하게 변화된다.

하지만 착한 동생 곁에서 빈대 붙어 사는 형 석호가 둘 사이를 방해하며 위기를 맞이한다. 거기에 일영의 딸 진주(정다은)에게도 인정받지 못해 커플은 고달파진다. 어떻게든 극복하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커져만 가는 마음과는 다르게 양가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다. 반평생 돌고 돌아 드디어 일생일대의 사랑을 찾은 치호와 일영, 그냥 사랑하게 두면 안 되는 걸까?

두둥실 가벼운 마음, 농도 짙은 진심
  
 영화 <달짝지근해: 7510> 스틸컷
ⓒ ㈜마인드마크
 
<달짝지근해>는 늦깎이에 달짝지근한 사랑과 씁쓸한 이별을 겪으면서 성숙해지는 이야기다. 소재만 보면 크게 신선할 것도 없지만 속이 꽉 찬 이야기와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주인공이 40살이 넘었지만 10, 20대 못지않은 알콩달콩함을 무기로 관객의 마음을 훔친다.

웃음 사냥에 나선 유해진은 그동안의 캐릭터와 비슷해 보이지만 미묘한 차이의 치호를 맡아 사람 냄새나는 연기를 펼친다. 치호는 어리숙하고 서툴러서 자꾸만 챙겨주고 싶은 사람이자 순수함을 장착한 아저씨다. 미안함, 고마움을 '깜빡이' 켜고 들어올 줄 아는 따뜻함도 장착했다. 킬러, 형사, 레슬러, 광대, 왕 등 다양한 배역을 해왔던 유해진이 사랑에 빠진 역할은 처음이라 낯설었다는 말은 지나친 겸손 같다. '아저씨가 이렇게 귀여울 수 있구나 싶어' 볼수록 매력적이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평생 미혼모로 살아온 일영은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치호와의 케미를 완성한다. 외모와 철딱서니만 봐서는 고등학생 딸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을 비주얼이다. 생각지도 못한 김희선의 푼수 연기로 감정에 솔직한 일영의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카메오 찾는 묘미, 말맛 살린 대사
  
 영화 <달짝지근해: 7510> 스틸컷
ⓒ ㈜마인드마크
 
이한 감독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진이 카메오로 참여해 소소한 재미를 안긴다. <증인>의 정우성, 염혜란 <오빠생각>의 임시완, 고아성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휴머니즘과 내면의 갈등이 유머를 만나 시너지를 이룬다. 누군가의 엄마, 형을 위한 삶이 아닌 자기 행복을 추구하는 중년을 응원하고 위로하는 분위기가 영화 전반에 깔려있다. 어른들의 이야기 같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법한 유쾌한 감성이 포인트다.

특히 이병헌 감독의 말맛 터지는 대사가 아재 개그와 만나 웃음 코드도 살아있다.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명확한 영화이면서도 이야기와 배우의 연기로 가성비를 다졌다. 어쩌면 <오펜하이머> <콘크리트 유토피아>처럼 어둡고 무거운 전개, <밀수>의 레트로 범죄 장르 외의 경쾌한 이야기를 찾는다면 추천한다. 자극적인 맛보다 슴슴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에 빠져들 것 같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입소문을 탔던 <육사오(6/45)>와 묘한 공통점이 있다. 부제로 붙은 '7510'은 치호와 일영의 이름을 숫자로 표현한 발상이다. 제목에 숫자가 들어간 코미디물이라는 접점이 흥행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예상한다. 여름 성수기 텐트폴과 명절 성수기 사이의 다크호스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깜빡이도 켜지 않고 훅 들어온 어른들의 로코에 괜한 마음을 적시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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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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