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마스크맨으로 돌아오는 김진수, "사우디로 가지 않는 것에 후회 없어요"
[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K리그 최고의 레프트백 김진수의 복귀가 임박했다. 지난 6월 A매치 기간 중 경기를 소화하다 이재성과 충돌, 안와골절 부상을 입었던 김진수는 수술과 재활을 마쳤다. 최근 전북현대 B팀 경기에 출전해 45분을 소화하며 실전 감각을 체크했다. 동갑내기 친구 손흥민이 지난 카타르월드컵에서 그랬던 것처럼 김진수도 안면 보호 마스크를 제작해 착용, 부상 부위에 대한 충격 정도를 실전에서 테스트했다.
회복과 재활 기간 동안 김진수는 큰 결단도 내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명문 알나스르 소속으로 전북에 임대돼 있던 그는 6월로 기존 임대 계약이 종료된 상태였다. 대부분이 알나스르로의 복귀를 예상했다. 연봉도 전북과는 2배 이상 차이가 났고,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 리그는 호날두, 네이마르, 벤제마, 캉테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불러들이며 별천지가 됐기 때문이다. 알나스르로 기본적으로 김진수의 복귀를 원했다.
하지만 김진수는 K리그에 남는 것을 택했고, 알나스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협의 끝에 3년 6개월의 새로운 장기 계약을 맺으며 완전한 전북 선수가 됐다. 그는 전북 잔류라는 결론으로 이어진 긴 고민의 여정에서 아내를 비롯한 가족, 그리고 늘 잔류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준 전북 팬들의 역할이 컸다고 설명했다.
선수 커리어에서 유달리 큰 부상이 많았지만, 그 때마다 더 강해져서 돌아온 김진수는 이번에도 심적으로 이미 큰 선수가 돼 있었다.
- B팀 경기에 출전했다고 들었습니다. 부상 회복 정도와 몸 상태는 어떤가요?
팀 훈련을 정상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 B팀 경기를 45분 소화했기 때문에 지금은 실전을 뛰는 데 문제는 없어요. 역시 안면 보호 마스크 착용이 변수겠지만, 그것도 불편함을 최소화하며 적응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열리는 울산 원정 엔트리에 들지는 페트레스쿠 감독님이 미팅에서 최종적으로 얘기해주실 거 같아요. 제 몸 상태는 준비가 됐고, 감독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안면 보호 마스크 사용은 이질감이 있지 않을까요?
별도 제작을 했어요. 수술 후 2주 정도 지났을 때 병원에서 보호 차원에서 권유하더라고요. 안면 여러 군데 골절상을 입어서 공이 얼굴에 직접 닿으면 문제가 생기니까 2달 정도는 마스크를 하고 뛰는 게 낫겠다고 했습니다. 주변의 유경험자들은 많이 불편할 거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실전에서 착용을 해보니까 확실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수비수고, 제가 몸을 사리는 타입이 아니라 많이 부딪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마스크가 없으면 안 될 거 같았습니다. 제작 당시에 별도 디자인을 넣어 볼까 싶어서 구단 관계자와 얘기를 해 봤는데, K리그 규정 문제가 있더라고요. 색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냥 흥민이처럼 검정색 카본 재질로 만들었습니다. 만일 허가가 됐다면 제 번호나 태극기, 녹색을 넣고 싶었어요.
- 3월에도 A매치 중 요추 골절 부상이 있었습니다. 큰 부상이 유달리 많이 온 한 해인데 스트레스는 없었나요?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 주셨지만,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그래요. 요추 다치고, 안면 다친 것들이 제 선수 커리어의 다른 부상과 비교하면 큰 부상이 아니에요. 이전에는 발목 인대, 무릎 인대, 아킬레스건 파열이었으니까 오히려 올해 당한 부상은 회복까지 짧은 편입니다. 걱정되고, 불안한 건 없어요. 가족들이야 당연히 걱정하지만, 이전의 큰 부상들과 비교하면 기간이 짧으니 다행이라며 잘 이겨낼 거라고 믿었어요. 그래서 제가 받아들이는 것도 훨씬 긍정적이었어요.
- 임대 계약이 종료됐지만, 오히려 알나스르와 계약을 해지하고 전북에 잔류했습니다. 재계약 협상 과정 때의 심정은 어땠나요?
여러 사람들과 상의하고 고민했어요. 첫번째는 축구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무엇이 가족에게 가장 좋은 결정인지 그걸 우선 기준으로 놨어요. (※ 김진수는 현재 아내가 둘째를 임신 중이다. 11월 출산 예정이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죠. 금전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컸으니까. 고민이 클 때 늘 아내가 제게 현명한 길을 열어주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제게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진 않다. 어떤 축구를 하고, 무엇이 행복한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하더라고요. 사우디도 좋은 선택지만 전북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전북에 잔류한다, 안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니까 SNS나 길을 가다 마주치는 전북 팬들이 꼭 남아줬으면 좋겠다고 해 준 메시지가 진심으로 와 닿았어요. 홈 경기장에 저의 잔류를 바라는 팬들의 걸개를 보며 전북에서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감격도 컸고요. 그것도 제 마음을 흔들었어요. 사랑을 느꼈으니까요.
첫번째는 가족, 두번째는 팬들 덕에 남는 선택을 했습니다. 지금은 그 결정이 맞다고 생각해요. 알나스르에 계약 해지를 제가 요청했고, 그 뒤 전북 구단과 협상을 했습니다. 저는 현역 선수기 때문에 더 좋은 조건과 긴 계약 연수를 원하는 입장입니다. 구단도 기준과 원칙이 있으니 그 입장도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었어요. 서로가 차이를 좁히기 위한 양보가 필요했습니다. 제가 감수할 부분에 대해서는 이전의 상황을 돌아봤습니다. 전북에 와서 많은 우승을 했고, 이 곳에서 인간으로서 많은 성장을 했어요. 또 2년 전 제가 큰 부상을 입은 걸 알고도 받아준 팀이니까 그 부분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제 입장에서의 양보도 했습니다.
- 김진수 선수의 잔류가 결정나기까지 전북 팀원들이 조마조마 했더라고요. 다들 그렇게 열렬히 잔류를 원했다는 건 그만큼 김진수 선수가 팀에서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겠죠.
그런 반응들은 감사하죠. 제가 특별한 리더십을 발휘했다기보다 동료들이 그렇게 인정해준다는 게 기분이 많이 좋았고요. 외부에서 보는 활약도 중요하지만, 전북에서 함께 한 구성원들과 잘 지내고 한 마음으로 승리를 추구해 온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아서 행복했습니다. 사실 축구장 안에서는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커서, 동료들에게 안 좋은 말을 할 때도 있습니다. 쓴 소리도 하는데, 그걸 좋게 이해해주는 선수들이 많아 고맙습니다.
- 사우디 프로페셔녈 리그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는 무대입니다. 그 곳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내려 놓는 것은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그게 마지막까지 고민한 부분이에요. 알나스르는 마지막까지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제게 연락을 줬어요. 안면 부상이 있고, 타이밍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요. 알나스르에서도 그 곳의 팀 동료들, 구단 관계자들과 잘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하고, 경쟁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발전의 기회지만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는 알나스르를 떠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금도 훌륭한 선수들이 계속 오고 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 부상으로 팀을 떠난 동안 페트레스쿠 감독이 왔습니다. 현재 전북은 어떻게 변해가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습니까?
감독님이 오신지 오래 되지 않아서 이번 시즌은 여러 실험과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감독님이 지향하는 축구가 분명히 있어요. 훈련할 때, 경기장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태도로 임하고 경기에 달려들어야 하는지를 옆에서 지켜봤어요. 감독님도, 저희도 서로에게 적응해야 해요. 그런 부분을 감안하면 그래도 빠른 시간 안에 좋은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 리그 우승 경쟁에서는 울산이 먼 발치 앞서가고 있습니다. 남은 시즌 전북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어떤 부분일까요?
작년에 시즌을 마치고 그런 얘기를 했어요. 울산이 잘해서 K리그1 우승을 했고, 그걸 인정한다고. 잘 준비하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우승이 가능한 걸 알아요. 상대지만 그 노력을 존중해야 한다고 봐요.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저희도 많은 것을 각오하고, 생각했는데 초반부터 조금씩 안 맞았어요. 그러면서 성적이 좋지 않고, 경기력이 나쁜 상황이 이어졌죠. 프로는 결국 결과로 승부를 보고, 그게 좋지 않으면 비판을 듣는 곳이에요. 반대로 결과가 좋으면 그걸 유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하고요. 전북은 많은 우승을 했기 때문에 조금만 부진해도 비판을 받는 위치에 있는 게 현실입니다. 올 시즌도 울산이 잘해서 저만큼 앞서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희를 포함한 나머지 팀들이 남은 시즌 동안 분발하고, 각자 할 수 있는 걸 잘 해낸다면 앞으로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어요. 아직 모든 경쟁이 다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 9월 A대표팀 소집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복귀를 잘 해 내고, K리그 경기에 꾸준히 나선다면 대표팀의 부름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요. A대표팀은 늘 가고 싶은 곳입니다.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요. 은퇴하는 날까지도 가고 싶다는 마음이 제 안에 살아 있지 않을까요? 3월과 6월에는 잇달아 부상으로 다 보여드리질 못했어요. 어렸을 때라면 지금 상당히 조급했을 거 같아요. 개인 중심으로 생각했겠죠. 그런데 이제는 A대표팀에서도 고참이 되다 보니 이전 선배님들 마음을 조금 이해할 거 같아요. 경기를 뛰지 않아도 고참들이 해야 하는 역할을 올해 들어서 많이 느끼고 있어요. 주전 경쟁을 해야 하고, 경기에 나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경기에 나가지 못했을 때 뭘 해야 할 지를 알아요. 지금 A대표팀이 좋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저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책임감 느낄 거예요. 이번에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게 된다면 안 다치는 게 우선 목표고요. 그 다음은 고참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오는 걸 목표로 삼겠습니다.
- 카타르월드컵에서 맹활약하며 16강 진출을 이뤘지만, 아직 A대표팀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겠죠?
아직은 먼 얘기지만, 2026년 월드컵을 꿈꿉니다. 2014년과 2018년에 다치지 않았다면 지금 월드컵에 3회 출전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1번 밖에 못 다녀왔고요. 월드컵이란 무대를 서른살이 돼 다녀와 보니 알겠더라고요. 여기는 다녀왔든, 다녀오지 않았든 모두가 오고 싶은 꿈의 무대라는 걸. A대표팀에 있어서 제 꿈과 목표는 다음 월드컵 무대를 밟는 것입니다. 아시안컵도 중요할 거 같아요. 제가 중요한 득점도 했고, 또 제 실수로 우승을 놓친 적도 있었으니까 당연히 우승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고요. 9월부터 대표팀이 다시 마음가짐을 새로 하고 가깝게는 아시안컵, 멀게는 다음 월드컵을 위해 열심히 할 거 같아요. 기회가 온다면 저도 그 안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진=전북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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