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커지자 한 집에 모인 60명, 9일 만에 구조…마우이의 기적
미국 하와이주(州) 마우이 섬을 초토화시킨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9일만에 잿더미 속에서 60명이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이와 달리 피해가 가장 컸던 인기 관광지 라하이나 지역에선 실버타운의 노인들이 미처 화마를 피하지 못해 상당수가 숨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처럼 기적과 비통함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현지 주민들은 화재 잔해를 치우고 생존자를 위한 심리 상담을 진행하는 등 일상 복구에 나서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이날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111명에 달한다. 사망자가 현재의 2~3배에 달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60명이 기적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리처드 비센 주니어 마우이 카운티 시장은 이날 "전기, 휴대전화 통신 등이 모두 끊긴 마우이 서쪽의 한 고립된 집에서 생존자 60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마을 주민들이 한 집을 대피소 삼아 모였다가 구조대에 발견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생존자들의 건강 상태와 신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산불 참사 지역인 라하이나의 34세대 규모 '할레 마하올루 에오노' 실버타운(노인 주거 단지)에서 상당수 노인이 숨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단지 주민인 샌포드 힐(72)은 NBC에 "이웃 중 누가 살아남았는지 알 길이 없다"며 "해당 단지에 거주하던 주민 중 탈출한 사람은 단 3명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화마가 덮친 해당 단지는 임대료가 월 144달러(약 19만원)로 주로 저소득 노인들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한다. 미 인구조사국 데이터에 따르면 라하이나 주민 1만3000여명 중 71세 이상 노인이 10% 정도다.
산불 발생 당일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부모들이 일을 나간 동안 혼자 집에 머문 아이들이 화마에 희생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마우이 섬 서부를 지역구로 둔 엘르 코크런 하와이주 하원의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최종 사망자가 최소 수백 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어린이일 수 있다"며 "지난 8일 라하이나와 주변 학교들이 오전 정전으로 수업을 취소하면서 부모들이 리조트 등으로 일하러 나간 동안 많은 가정의 아이들이 집에 혼자 남겨졌다"고 말했다.
화마가 할킨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애써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더디지만 일상 복구에 힘쓰는 모습이다. 마우이 교육 당국은 "화마가 덮쳤지만 최소 세 곳의 학교는 전혀 불길에 피해를 입지 않았다"며 "화재 잔해를 치우고 재를 닦아내며 대기질과 수질 검사 등으로 독극물이 있는지 분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 당국은 식사를 제공하는 한편 학생들과 학부모, 교직원을 위한 심리 상담도 진행 중이다.
한편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18일)를 마친 뒤 오는 21일 마우이 섬 화재 현장을 찾을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마우이 섬에서 산불에 따른 영향과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직접 확인하고, 추가적인 재해 복구 노력 방향에 대해서 관계자들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은 전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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