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만 39건, 무고죄 처벌에도 또... 비교사도 '학교 악성민원' 굴레

복건우 2023. 8. 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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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무직 실태조사·증언 기자간담회... 노조 "우릴 민원대응팀에? 해결책 아냐"

[복건우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교육공무직 악성 민원 긴급 실태조사 결과 및 민원 고충 사례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육공무직을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교육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복건우
 
학교에서 교육공무직으로 일하는 A씨는 10여 년 전부터 한 민원인이 제기해온 30여 건의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민원인이 원하는 방식대로 서류를 발급해주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민원인으로부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답변해라', '한글도 못 읽고 채용이 의심된다' 등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이외에도 정보공개 청구, 국민신문고, 행정심판 등을 비롯 수차례 항의 전화를 받았다.

민·형사상 소송 중 현재 확인된 것만 39건에 달하지만 도교육청·교육지원청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A씨를 보호해주지 않았다. 소송비도 모두 A씨가 부담해야 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제 심정을 언급하기가 두려울 정도다. 오늘 기사가 나가면 또 민원이 들어올까 봐 겁이 난다"라고 말했다. 무고죄로 실형을 살고 나온 민원인은 지금까지도 A씨를 향한 고소·고발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교육계 악성 민원 피해자는 교사만이 아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17일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무·행정실, 돌봄교실, 학교 도서관 등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들이 겪은 악성 민원 사례를 공개했다.

교육공무직은 학교·교육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아닌 노동자로, 급식·행정·돌봄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초등교사의 학내 사망으로 교권 침해 논란이 확산되자 교육부는 지난 14일 민원 창구를 일원화하기 위해 교육공무직을 포함한 학교장 직속 '민원 대응팀'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공무직 종사들은 이 대안이 근원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민원 부담을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들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교육공무직 열 명 중 여섯 명이 악성 민원에 노출돼 고충을 겪었고, 악성 민원의 대다수는 학생 지도 등 직무와 무관한 민원이었다"며 "교육부는 민원 대응팀 운영을 재검토하고, 교육공무직을 보호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교육 당국이 이러한 우려점을 개선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시안을 마련한다면 하반기 노조 교섭 시 강력한 항의와 함께 집단행동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교무행정사, 돌봄전담사, 사서... 쏟아진 '악성민원' 증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교육공무직 악성 민원 긴급 실태조사 결과 및 민원 고충 사례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육공무직을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교육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복건우
 
이날 간담회에서는 A씨뿐만 아니라 돌봄전담사, 학교 도서관 사서의 악성 민원 피해 사례도 함께 소개됐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전담사로 일하는 김지영씨는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김씨는 "돌봄교실 시간에 한 학부모에게 방과후 교실 입반 문의 전화가 들어온 적이 있다"라며 "아이들 돌봄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 퇴근 후 전화를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는데, 학부모가 대뜸 소리부터 지르며 항의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방학 중 한 학부모는 자녀가 수강하는 특기적성 프로그램 입실을 문의하셨는데, 그 시간에 돌봄전담사는 행정업무를 해야 했기에 정확한 답을 드리지 못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똑바로 관리하라'며 다짜고짜 화부터 냈다"며 "학부모들의 고성과 지속적인 민원 제기 때문에 심장이 벌렁거리고 불면증으로 정신과까지 다녔지만 학교나 교육청 차원의 대책은 없었다"고 했다.

경기도의 한 학교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는 정인용씨는 학부모들이 학교를 향한 민원 상대로 "제일 만만한 도서관을 찾는다"고 했다.

정씨는 "우르르 몰려드는 학생들로 바쁜 와중에도 학부모들은 전화로 '책 좀 미리 빼주세요', '연체 풀어줘요', '책 잃어버렸는데 폐기 처리해주시죠'라며 밑도 끝도 없는 요구를 한다"면서 "먼저 오는 학생이 먼저 대출할 수 있다고, 임의로 책을 폐기할 수 없다고 답변을 드렸지만 돌아오는 건 욕설과 고성이었다. 국민신문고 신고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들이 '내가 사달라는 책은 왜 안 사주냐', '그 책을 왜 샀냐'며 사서의 고유한 업무까지 관여하기도 한다"면서 "학생, 학부모, 교사의 틈바구니에서 모두가 교육공무직을 나 몰라라 한다. 교육공무직을 악성 민원 대응팀에 집어넣는 현실에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교육공무직 61.4% 악성민원 경험... "교육부 그대로면 집단행동"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교육공무직 역시 교사와 마찬가지로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 468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1.4%가 악성 민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52.3%는 악성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매우 높다'고 답했다. 주된 악성 민원인은 학부모(81.1%), 학부모 외 가족(8.5%), 외부인(8%) 순으로 나타났는데, 교육공무직이 학부모 외에 지역주민 등 악성 민원에도 시달리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악성 민원의 유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학생 지도 관련'이라는 응답이 63.5%에 달했다. 김한올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부장은 "교무실무사, 행정실무사, 영양사처럼 학생과 직접 대면하지 않는 직종을 포함했는데도 학생 지도 관련 민원이 가장 많다는 사실은 교육공무직이 직무와 무관한 악성 민원까지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위직 개인이 아니라 교육청·교육부 등 상급 기관이 악성 민원을 일차적으로 처리하되 불가피할 경우 교장·교감 등 관리자 중심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교육공무직에 대한 악성 민원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민원 업무로 인한 소송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오는 22일까지 교육부 교원정책과와 면담해 이 같은 요구사항을 전달할 계획이다. 향후 확정된 교육부 시안에 교육공무직을 위한 대책이 없다면 17개 시도교육청 지역별 협의를 통해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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