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가 손댓더니...버려진 자전거 300억원짜리 작품으로"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의 예술사 특강이 청중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누구나 그러하듯 역사의 정사 뒤에 있는 이야기들은 많은 흥미를 유발한다.
지난 16일 ㈜서플러스글로벌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에서 임직원 7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특강도 그러했다.
“이것이 무엇으로 보이나요?”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질문을 던지자 청중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앞을 응시했다. 피카소의 '황소 머리'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피카소의 '황소 머리'라는 작품인데 피카소가 버려진 자전거를 가지고 핸들과 안장만으로 만들었습니다. 1943년에 만들어진 이 작품은 50년 뒤에 무려 300억원에 팔립니다. 피카소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이지요. 피카소는 쓰레기도 예술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상상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겠죠”
이 시장은 이어 약 1시간 40분 동안 여러 작가의 미술 작품을 소개하며 작품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와 영화, 건축,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스토리로 청중들의 흥미를 사로잡았다.
이어서 풀어진 이야기는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영화였다. 이 시장은 “1996년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상영됐다”며 “미술 작품을 보고 푹 빠져서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감응하는 상태를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하는데 소설 '적과 흑'을 쓴 프랑스 사실주의 작가 스탕달의 경험에서 비롯된 용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탕달 신드롬이란 영화에선 주인공이 네덜란드 화가 피터 브뤼겔의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을 보고 실신한다”며 브뤼겔의 또 다른 작품 '네덜란드 속담'을 보여주며 그림 속 여러 군상이 의미하는 인생의 교훈 등을 이야기했다.
이 시장은 빈센트 반 고흐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개관 당시 렘브란트의 '유대인 신부'라는 그림을 보고 ‘스탕달 신드롬’에 빠졌던 일화도 소개했다.
이 시장은 하나의 미술 작품이 문학, 음악, 건축 등 다양한 장르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며 다양한 사례를 보여줬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 의회 건물은 16세기 건축 기법을 상세히 표현하고 있는 피터 브뤼겔의 '바벨탑'의 영향을 받아 건축됐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2004)'는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그림을 본 트레이시 슈발리에라는 작가가 상상력을 더해 소설로 쓰면서 영화로 제작됐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 시장은 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소개했다. “'모나리자'는 6000여 점이 넘는 루브르 박물관 전시품 중 유일하게 자기만의 방이 있는 작품”이라며 “프랑스 정부는 몇 년 전 이 그림의 가치를 약 40조 원에 달한다고 평가했는데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제일 비싼 그림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2년 4개월간 '모나리자'가 실종됐던 사건과, 1974년 일본과 러시아 전시를 끝으로 프랑스 정부가 작품 보호를 위해 해외 반출을 금지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이 시장은 또 다빈치의 작품 중 '루브르의 모나리자'보다 10여 년 앞서 그린 것으로 판명된 '아일워스 모나리자'를 보여주며, 스위스 모나리자 재단이 2012년 연구를 통해 이를 확인했고 지금은 한 개인이 소장해 스위스의 비밀금고에 보관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독특한 방식으로 바꾼 마르셀 뒤샹의 'L.H.O.O.Q', 콜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12세의 모나리자', '남자 모나리자'라는 별칭이 있는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구세주 의미)'도 보여줬다.
이 시장은 “'살바토르 문디'는 원래 45파운드 우리나라 돈으로 1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팔렸는데 다빈치의 작품임이 밝혀진 뒤 무려 4억 5000만달러가 넘는 가격, 현재 환율로 따지면 약 6000억원에 팔려 공식적으론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이 됐다”고 말했다.
해당 작품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그의 6000억원이 넘는 요트에 보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또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키스'를 보여주며 키스에 담긴 다양한 사회적 의미를 설명하고, 클림트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영향을 받아 그린 벽화 '베토벤프리즈', '우먼 인 골드'라는 영화의 모티브가 된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Ⅰ' 등의 그림도 보여줬다.
이 밖에도 ‘액션 페인팅’ 기법으로 널리 알려진 잭슨 폴록, 추상표현주의 화가 윌렘 드 쿠닝, 시간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깬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 달리에게 영향을 준 ‘이중그림’의 창시자인 16세기 궁정화가 아르침 볼도의 작품들도 다수 소개했다.
이 시장은 “아르침 볼도의 ‘이중그림’은 지금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회의원 시절 도움을 줬던 용인 강남학교 학생들이 감사의 뜻으로 선물해준 이 시장의 얼굴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학생 개개인의 얼굴 사진으로 제 얼굴을 만들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이 사진은 아르침 볼도에게서 비롯된 셈이다”고 말했다.
이날 이 시장에게 강연을 요청했던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시장님께서 미술에 조예가 깊으시다는 이야길 듣긴 했지만 실제로 강연을 들으니 정말 놀라웠다”며 “바쁘실 텐데도 우리 직원들을 위해서 기꺼이 시간을 내 유익한 강연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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