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칼럼]나는 믿을만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가 많은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그런데 그 문제들의 본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서로에 대한 '신뢰 상실'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법적, 행정적 시스템 등을 잘 갖추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서로가 존중하는 사회로 유도해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실, 그것이 다소 고지식할지라도 이 사회를 위한 실천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가 많은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그런데 그 문제들의 본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서로에 대한 ‘신뢰 상실’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 같은 불안, 중요한 일을 믿고 맡기지 못하는 것, 자신의 아이가 혹시나 해를 입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일 등 많은 불신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한 사회를 이루며, 그 속에서 타인들과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크고 작은 믿음을 타인들에게 주어야 한다. 그러나 믿음이 배반당하는 일이 너무 잦다 보니, 만인에 대한 불신의 상태가 누적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불신의 다른 이름은 곧 불안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가 타인을 ‘믿지 못하게’ 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산지를 속이는 매장에서부터, 전세 사기, 보이스피싱, 코인 사기, 리딩방 사기, 중고 사기 등도 횡행한다. 살아오면서 누구나 사기 한 번쯤은 당해봤을 법하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사회라고, 영업사원이나 딜러 말 쉽게 믿었다가는 ‘덤터기’ 쓰는 일도 적지 않다. 거래 내용을 녹취해두지 않으면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발뺌하기 일쑤다.
그런 사회에서 가끔은 큰소리치고 우기다 보면, ‘역시 그럴 줄 알았어’ 하고 가격을 낮추거나, 자기 뜻이 관철된 경험도 있다 보니 타인에 대한 기본 마음가짐 자체가 ‘의심’이 된다. 우리는 어느덧 타인을 의심하지 않거나, 타인에게 큰소리치지 않으면 ‘손해’ 보는 세상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사회적 자본 지수는 세계 107위로 저신뢰 사회가 수치로 증명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사회상에 손쉬운 해결책이 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법적, 행정적 시스템 등을 잘 갖추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서로가 존중하는 사회로 유도해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자신의 중요한 것도 맡길 수 있는 사회가 돼가려면, 개개인의 마음과 문화를 바꿔 갈 수밖에 없다. 당장 급한 시스템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우리는 자기 자신을, 서로를 바꾸어갈 필요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사회에서 ‘믿을 만한’ 존재가 되기 위해 애쓰려고 한다. 누군가가 나를 믿고 어떤 일을 맡기면, 그래도 그 믿음에 부응하려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믿음을 저버리는 걸 가장 무서운 일이라 생각하고, 타인의 믿음에 부응하는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사실, 그것이 다소 고지식할지라도 이 사회를 위한 실천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에게 부여된 믿음을 잘 짊어지는 것 말이다. 특히 변호사 일을 할 때는 타인의 인생이 걸려 있다고 믿고 온전히 노력하려 애쓴다.
나아가 이 삶을 통해서, 서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하나둘 조약돌 줍듯이 모아가고자 하기도 한다. 이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의 동심원이 조금씩 커진다면, 결국에는 이 사회와 문화가 바뀌어나가는 일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런 일환에서 나는 ‘작가들의 연대’인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를 만들기도 했다.
스스로 ‘믿을 만한’ 사람이 되고, 믿음으로 계속 서로를 연결하는 일이 어쩌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의 핵심이기도 하다. 믿을 수 있는 울타리를 이 작은 삶에서 만드는 것, 그 반경을 지켜내는 것, 그 일을 하고 싶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100명에 알렸는데 달랑 5명 참석…결혼식하다 인생 되돌아본 부부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황정음처럼 헤어지면 큰일"…이혼전문 변호사 뜯어 말리는 이유 - 아시아경제
- "언니들 이러려고 돈 벌었다"…동덕여대 졸업생들, 트럭 시위 동참 - 아시아경제
- "번호 몰라도 근처에 있으면 단톡방 초대"…카톡 신기능 뭐지? - 아시아경제
- "'김 시장' 불렀다고 욕 하다니"…의왕시장에 뿔난 시의원들 - 아시아경제
- "평일 1000만원 매출에도 나가는 돈에 먹튀도 많아"…정준하 웃픈 사연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