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2시간 반 만에 귀가…"검찰, 목표 정해놓고 꿰맞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17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는 18일 0시쯤 서울중앙지검에서 나와 “(검찰이) 목표를 정해놓고 사건을 꿰맞춰간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3개 부서는 모두 민주당 관련 강제수사를 진행했다.
이재명, 지지자들 앞에서 "구속영장 청구하면 심사 받겠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이날 오전 10시 50분부터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소환조사했다. 조사는 오후 9시에 마쳤고, 약 3시간 동안 조서 열람을 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18일 0시쯤 검찰청사에서 나와 “객관적인 사실에 의하면 전혀 문제될 수 없는 사안인데 목표를 정해놓고 사실과 사건을 꿰맞춰간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며 “진짜 배임죄는 용도변경을 조건으로 땅을 (민간업자에게) 팔았는데 용도변경 전 가격으로 계약한 (박근혜 정부 당시) 한국식품연구원이나 이를 승인한 국토부”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정청래·박찬대·서영교 최고위원 등 민주당 내 친명계 인사들은 현장에서 이 대표 귀가를 지켜봤다.
피의자 신분인 이 대표는 이날 검찰에 30쪽 분량의 서면진술서를 제출하고, 검사의 질문에 ‘서면으로 갈음하겠다’는 답변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다만 올초 대장동 사건 조사 때보다는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서면진술서를 기초로 필요한 부분은 적극 설명하고 있다.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공당이 (개인 혐의 조사에 대해) 입장을 내기도 하는가”라며 “이 대표는 올해 초 검찰 조사 때와 같은 태도로 수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의 변호인으로는 고등검찰청장 출신의 박균택 변호사가 입회했다. 이 대표 측은 오전 조사를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배달한 곰탕과 두부전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서초동 검찰청 앞 도로에는 조사 1시간 전부터 지지자 200여명이 몰렸다. 이들은 ‘우리는 이재명과 함께 이겨낸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이 대표 이름을 외쳤다. 전날 이 대표는 “당당히 맞서겠다”며 조사 일정을 SNS에 공유했고, 검찰과 협의해 포토라인 설치에도 동의했다. 현장 상황은 민주당과 이 대표 개인 유튜브 채널에 생중계됐다.
이 대표는 조사 직전 “열 번이 아니라 백 번이라도 당당하게 조사 받겠다”고 말했다. 상의 왼쪽에는 이전 조사에서 착용하지 않았던 태극기 모양의 배지를 달았다. 이 대표는 약 10분 동안 입장문을 낭독하며 “저를 제물 삼아 정권의 무능을 감춰보겠다는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조작 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심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검찰청사 현관에서는 “이런 무도한 일을 벌인다고 무능한 정권의 민생 실패가 감춰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진술서 요약본을 미리 공개하고 백현동 의혹을 반박했다. 아파트 부지가 한꺼번에 4단계 용도상향되고 임대아파트 비율이 10%로 축소되는 등의 특혜 의혹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중앙정부 요구에 따라 이행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방식 대신 민간개발이 이뤄진 사실에 대해서도 “성남도개공을 참여시킬 의무가 없었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백현동 개발과정 곳곳에 민간업자의 로비와 성남시의 특혜 제공이 오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캠프 출신 김인섭씨가 민간업자 측에 합류한 뒤 용도변경이 이뤄졌고, 김씨가 정진상씨 등 이 대표 측근들에 청탁을 넣어 특혜를 받아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주장하는 ‘박근혜 정부의 압박’ 역시 검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 국토부는 2014년 12월 “도시기본계획은 도시의 장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정책계획임을 고려해 시에서 적의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성남시에 회신했다.
검찰이 파악한 이 대표 배임 혐의액은 최소 200억원대다. 앞서 이 사건을 조사했던 감사원도 성남시가 300억원대 공공이익을 포기했다고 의견을 낸 적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브로커와 민간 개발업자가 구속됐고, 청탁이 이뤄지고 특혜 제공된 사실이 상당 부분 확인됐다”며 “이 대표가 개입한 정황이 있어 그 입장을 듣고자 조사하는 것”이라고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1원도 사익을 취한 적 없다’는 이 대표 주장에 대해서도 “배임 혐의는 사익 추구와 관련이 없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성남시가 개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데도, 청탁을 받고 의도적으로 이를 포기해 민간에 이익을 몰아줬다면 배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민주당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 시절 비서 A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A씨가 일정 및 행정 업무를 하던 2021년 4월 28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회의실에서 300만원씩 든 돈봉투 10개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뿌려졌다고 보고 있다.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는 이재명 대표 측 대선캠프 관계자 2명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했다. 특별수사를 전담하는 3개 부서가 이재명 대표 소환조사 날 일제히 민주당 관련 수사를 진행한 것이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박혁수)도 김건희 여사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명예훼손 혐의로 민주당 우상호 의원을 소환조사했다. 우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김 여사가 외교부 장관 공관을 둘러보다가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 배우자에게 나가있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우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고, 수사 결과 김 여사는 정의용 전 장관 배우자와 마주친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철웅·이창훈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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