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지명은 차기 대선 노린 것, 윤석열 방송하겠다는 뜻"
[신상호, 권우성 기자]
▲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지난 14일 한국프레스센터앞에서 공영방송 장악 저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 한국기자협회 제공 |
지난 1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1인 시위에 나섰다. 김 회장의 허리춤까지 오는 커다란 대형 팻말에는 '이동관 OUT'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미디어 분야를 취재했던 김 회장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기억을 묻자 "언론장악 기술자"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언론장악 현장의 목격자였던 김 회장은 "이동관 지명은 언론장악기술자들의 노하우를 인정한 거라고 봐야 한다"고 평했다. TV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이 강행되고 KBS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들이 줄줄이 해임되는 가운데 이동관 임명은 방송장악의 끝맺음이라는 게 김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도 짧게는 내년 총선, 길게 봐서는 항구적으로는 그 권력을 계속 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차기 대선까지 노린 거라고 본다, 친정부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전진 배치시켜 윤석열 방송, 국민의힘 방송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언론장악 그림자가 또다시 드리우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일선에서 취재에 전념해야 하는 기자들이 또다시 회사 로비, 또는 아스팔트 위에 앉아서 투쟁을 외쳐야 하는 상황이 예고된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라며 "기자협회도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
ⓒ 권우성 |
- 지난 14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1인 시위를 한 이유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과 관련해 지난 6월 말 기자협회 회원들을 상대로 긴급 여론조사를 했다. 회원 80%가 이동관 임명에 반대했고 찬성은 13%에 불과했다. 기자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이동관씨의 방통위원장 임명을 강행하는 현 정부를 비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언론단체 대표들이 1인 시위를 제안했을 때 당연히 동참을 한다고 했다."
- 윤석열 정부가 공영방송 이사진을 잇따라 해임하면서 방송 장악을 본격화했다. 이명박 정부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2008년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 당시 미디어 취재를 담당해서 그때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KBS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서 국세청, 감사원, 검찰 모든 권력기관을 총동원해서 이 잡듯이 뒤졌다. KBS 이사를 무리하게 교체해서 이사회 구성을 정권 우위 구도로 만들었고 정 사장 해임안을 처리했다. 남영진 KBS 이사장이 해임된 지금 상황과 너무나도 비슷하다. 당시 그것을 진두지휘했다고 강력한 의혹을 받는 사람이 이동관씨다. 이동관씨를 두고 '언론 장악 기술자'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도 이동관씨를 방통위원장에 기용한 이유가 바로 언론장악에 있지 않나 의심할 수밖에 없다. "
-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소모되는 사회적 비용도 상당하다.
"공영방송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을 쳐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부터 할 필요가 있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공영방송 사장이나 이사들은 양대 정당에서 추천하는 인사들이 자리에 앉는 구조다. 결국 추천을 받은 정당의 이해를 대변할 수밖에 없다. 언론단체들이 끊임없이 얘기했던 게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정당뿐 아니라 언론단체, 학계, 시민단체로 넓혀서 이들이 합의해 공영방송 사장을 뽑도록 해야 한다. 이 방안은 지금까지도 유효한, 공영방송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최고의 수단이라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런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던 게 너무나도 아쉬운 대목이다."
- TV수신료 분리징수도 이렇게 강행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젠 KBS 2TV 민영화 혹은 폐지 얘기까지 나오고, 실제 현실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 국가기관을 총동원한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에 대한 장악 음모 포기를 촉구하며 KBS와 MBC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
ⓒ 권우성 |
- 방송 민영화로 정권의 의도가 관철될 수 있을까?
"자본은 권력의 편이다. 그러니까 정치 권력으로 공영방송을 국영화하고 자본 권력으로 방송을 마음대로 휘두르겠다는 기조는 분명하다. 서울신문도 호반건설이 소유하면서 민영화가 됐고, 가장 먼저 호반 비판 기사를 삭제했다. 현대판 분서갱유 수준의 일을 벌인 건데, 자본권력이 들어오면 분명 그런 일을 하려 할 것이다."
- 공영방송을 손보겠다는 정권의 숨은 목적은 단기적으로 보면 내년 총선인데, 장기적으로는 어떤 그림이라고 보나?
"권력은 언론을 자기 편으로 만들려고 하는 속성이 있다. 5.16 쿠데타 때 박정희 군부 세력이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남산 송신탑 장악해서 총칼 들이대고 아나운서 협박해서 '새 세상이 왔다'고 방송하게 했던 거다. 윤석열 정부도 짧게는 내년 총선, 길게 봐서는 항구적으로는 그 권력을 계속 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차기 대선까지 노린 거라고 본다. 친정부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전진 배치시켜서 윤석열 방송, 국민의힘 방송 하겠다는 거다."
- 이런 과정에서 야당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6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 사진공동취재단 |
- 왜 하필 이동관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에 있었을 당시, 검찰은 언론 장악의 핵심 인물로 이동관을 지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씨를 방통위원장에 앉히려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언론장악 기술자 이동관을 최전선에 내세워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이만한 기술자도 없는 거다. 박근혜 정부 때보다 이명박 정부가 언론을 더 잘 장악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동관 지명은 기술자들의 노하우를 인정한 거라고 봐야 한다."
- 여론 그리고 비판 기사조차 용납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는 대통령 비속어 보도 이후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기자협회보가 지난달 기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윤석열 정부의 대언론 소통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85.1%였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9.9%에 그쳤다. 민주주의를 잘못 배운 거라고 생각한다. 입으로는 민주주의 자유를 외치면서 여론을 살피지 않는 정부는 제대로 됐다고 보지 않는다."
- 언론장악이라는 지적에 여당과 보수 쪽에서는 문재인 정부 때도 똑같았다고 반박한다.
▲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
ⓒ 권우성 |
- 정부가 이렇게 폭주하는 데는 언론이 제대로 된 견제를 하지 못한 탓도 있는 것 같다. 동의하는가?
"대통령실이 MBC 기자를 전용기 탑승 배제했을 때, 협회에서 토론회를 열기 위해 기자들을 섭외했었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이 나와서 전용기 탑승 배제에 대한 부당함과 분위기를 전달해달라고 했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으려고 해 놀랐다. 당시 한겨레와 경향이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긴 했지만, 그것 말고는 움직임이 없었다. 대통령실로부터 외면 받을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들이 기자들 사이에 있는 것 같다. 정보 배제에 대한 두려움인 거다. 과거 매체가 적을 때는 1~2개 언론사를 배제시키면 구멍이 커보였는데, 지금은 워낙 많은 언론사가 있다보니, 1~2개 언론사 배제시켜도 티도 안난다. 이런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 기자협회는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자들이 힘든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일선에서 취재에 전념해야 하는 기자들이 또다시 회사 로비, 아스팔트 위에 앉아서 투쟁을 외쳐야 하는 상황이 예고되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기자협회도 기자 회원들의 요구를 받들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려고 한다. 1인 시위도 하고 촛불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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