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판 테슬라'…리비안·니콜라 버블 계보잇나

조유진 2023. 8. 1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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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데뷔 이튿날 주가 급락
'거품 논란' 신생 전기차 전철 밟나
스팩 통해 우회상장도 판박이
유통물량 적어 변동성 장세 이어질 듯

베트남 전기차 신생주자인 빈패스트가 뉴욕 증시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데뷔는 화려했다. 미국 나스닥 상장 첫날 빈패스트의 주가는 68% 급등, 시가총액은 860억달러(약 115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빈패스트의 몸값은 미국 '빅3'는 물론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단숨에 넘어섰다. 하지만 상장 이튿날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쏟아지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16일(현지시간) 빈패스트 주가는 19% 가까이 폭락했고, 시간외거래에서도 4%대(한국시간 오전 8시6분 기준) 하락 중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빈패스트의 주가 급등세가 일일천하에 그친 것을 두고 '전기차 업계 1위 테슬라의 대항마로 주목받으며 한때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전기차 신생기업들의 버블 계보를 이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몇 년 새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가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선 리비안, 루시드, 로즈타운모터스의 전철을 빈패스트가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기업은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생산 지연, 실적과의 괴리감 등으로 이내 거품이 빠졌고, 상장폐지 위기까지 내몰리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리비안은 첫 번째 전기차 픽업트럭 출시로 미국 전기차 시장의 개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지난 2021년 11월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리비안은 나스닥 시장 상장 첫날 미국 빅3 완성차 업체의 시총을 단숨에 넘어선 뒤 닷새만에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시총 1520억달러)에 올라섰다. 루시드도 시총이 898억달러까지 불어나 한때 미 포드를 추월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미한 실적과 불안한 생산능력 등 실체(펀더멘탈)가 기대보다 크게 부풀려져 있다는 거품 논란에 시장의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주가는 내리막길을 탔다. 리비안과 루시드의 현재 주가는 상장 당시 대비 84~88% 급락한 상태다. 테슬라를 누르고 첫 전기 픽업트럭을 출시하겠다며 호기롭게 데뷔했던 로즈타운모터스는 출시 지연과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지난 6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정식 기업공개(IPO) 실패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의 합병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했다는 점도 판박이다. 빈패스트는 이미 나스닥에 상장된 블랙스페이드애퀴지션(BSAQ)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 상장했다. 스팩과의 합병을 통한 상장은 정식 IPO 보다 상장 절차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자격을 갖추지 못한 비우량 기업이나 한계기업들이 우회 상장 통로로 스팩을 이용하거나 미래 실적을 기초로 몸값이 실제보다 부풀려질 수 있다는 허점으로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루시드와 니콜라는 전통 IPO보다 규제 기준이 느슨한 스팩과의 합병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에 관한 일부 분석이 비현실적으로 과장됐다는 의혹을 샀다. 이 같은 과장 논란에 로즈타운모터스와 패러데이 퓨처는 상장 이후 시총의 90%가 증발했다.

이번 빈패스트의 데뷔는 테슬라가 불붙인 전기차 업계 가격 인하 경쟁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나왔다. 시장에서는 기존 완성차 업체와 신생 전기차 업체들의 잇따른 시장 진입이 시장 확대가 아닌 출혈 경쟁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테슬라가 올초부터 미국, 중국 등 주력 시장에서 가격 인하에 잇따라 나서면서 후발업체들도 가격 인하 경쟁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빈패스트가 주력 시장으로 내건 미국과 유럽에서 가격 인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빈패스트는 올 상반기 1만1300대의 차량을 인도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 인도 대수는 88만9000대에 달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빈패스트의 모기업인 빈그룹은 베트남 최대 기업 집단이다. 빈그룹은 2017년 자동차 산업에 처음 진출한 뒤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서 내연기관차, 오토바이를 생산하다가 지난해부터 전기차에만 올인하고 있다. 빈그룹은 주력 시장으로 삼고 있는 유럽과 미국 공략을 위해 미 노스캐롤라이나에 연간 15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외신들은 빈패스트 주가 향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포브스는 "첫날 성공적인 데뷔에도 불구하고 빈패스트의 주가 랠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면서 유통주식 물량이 워낙 적은 만큼 당분간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WSJ도 "제한된 매수 매도세에 혼란스러운 주가 움직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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