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더플레이션, 경제 덮친다"…날씨의 역습
폭염으로 생산·물류 차질
인플레이션 상승→경제성장률 하락
'날씨 역습'에 개도국 피해 커
일상화 된 폭염·가뭄·홍수 등 이상 기후가 전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극심한 무더위가 식품 물가를 끌어올리는 '웨더플레이션(날씨+물가상승·weather+inflation)'에 폭염으로 인한 생산·물류 차질 등이 빚어지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란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이른바 '기후의 역습'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폭염발(發) 식품물가 상승…인플레 뛰고, 성장률 하락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가 날씨를 길들였다. 이젠 날씨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극한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특히 가난한 국가에서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와 사회가 통제할 수 없는 기후 변화는 인플레이션, 노동력 손실, 재해 등 각양각색의 얼굴로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올 여름 전 세계를 덮친 폭염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적도 부근 수온이 올라가는 엘니뇨로 인해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전세계 식품 물가가 향후 12개월 간 6% 가량 뛸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과학자들이 강력한 엘니뇨로 올 여름과 가을 기온이 1.5도 상승할 수 있다고 점치는 상황에서 식품 물가 상승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돼 가고 있다.
식품 물가 상승은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벨기에 겐트대 논문에 따르면 세계 식품 물가가 10% 상승하면 일반적으로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18개월 후 0.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축소하기 때문이다. 물가를 잡으려는 중앙은행의 통화긴축은 경기 둔화를 더욱 가속화 할 수 있다. JP모건은 최근 투자자 메모에서 "(이상 기온으로 인한 식품 물가 상승은) 꾸준히 둔화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도전"이라고 경고했다. 인플레이션 진정으로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는 미국 경제에 폭염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다.
파키스탄, 작년 홍수로 GDP 8.5% 손실…선진국 피해도 증가
이상 기후는 통상 '약한 고리'인 개도국에 더 큰 피해를 낳는다. 지난해 폭염과 폭우,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던 파키스탄 사례는 점증하는 기후 리스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파키스탄은 작년 홍수로 인해 1700명이 목숨을 잃었고 인구의 14%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홍수 피해 규모는 GDP의 8.5%에 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파키스탄의 2023년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초 4.5%로 예상했지만 올해 -0.5%로 대폭 하향했다(올해 6월 종료 회계연도 기준). 홍수 뿐 아니라 불안정한 경제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발(發) 인플레이션도 영향을 미쳤지만 기후 재앙이 개도국 경제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는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WSJ는 "(기후 재앙은) 많은 사람들이 농장에서 일하고, 전체 예산에서 식품·에너지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며 정부와 인프라 모두 취약한 개도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IMF는 2021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주요 기후 재앙이 전 세계의 1인당 GDP를 평균 1.2%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생산 자본 파괴, 공공 기반 시설 및 공급망 불안으로 작고 가난한 국가일수록 더 큰 타격을 입는 반면 선진국은 재건 및 구호 지출 증가로 생산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IMF의 예상과는 달리 선진국 역시 이상 기후로 인한 경제적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미국에선 2016년 이후 매년 건당 최소 10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드는 재해가 17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연 평균 6건에서 세 배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WSJ는 "경제를 포기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꺾으려는 연방준비제도(Fed)가 통제할 수 없는 핵심 요소는 날씨"라며 "자연 재해가 선진국 경제에도 점점 더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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