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투헬 감독 "나는 김민재를 사랑해" 기대감 만발
김우중 2023. 8. 17. 10:50
“나는 김민재를 사랑한다. 빌드업 플레이어에게 원하는 그 역할을 수행한다”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김민재(26)의 첫인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17일(한국시간) 리그 개막을 앞둔 투헬 감독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사무국은 투헬 감독에게 새로운 영입생, 전술 등에 대한 질의를 주고받았다.
축구 팬들의 시선을 모은 건 바로 김민재의 첫인상에 대한 내용이었다. 사무국이 ‘김민재와 처음 만난 날 어땠는가. 그에게 어떤 부분을 기대하는지’에 대해 묻자 투헬 감독은 “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표현, 태도, 경기 모든 면에서 항상 침착하고 솔직하다”면서 “패스는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 패스다. 첫 터치는 컨트롤, 두 번째 터치는 패스다. 너무 튀지도, 느리지도, 세지도 않다. 이는 빌드업 플레이어에게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좋다”고 반겼다. 이어 “그의 수비는 매우 용감하고, 빠르고, 항상 팀원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 나는 두 명의 한국 선수(박주호, 김민재)를 만났는데, 그는 정말 똑같다. 매우 훈련돼 있고, 친근하며, 겸손하고 명확하다. 매우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빌드업’이다. 2022~23시즌 중 부임한 투헬 감독은 12경기 6승 2무 4패로 다소 고전했다. 특히 부임 후 모든 컵 대회에서 차례로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에 현지 매체들은 “투헬 감독은 현재 수비수들의 빌드업 플레이에 만족하고 있지 않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뮌헨의 지난 시즌 중앙 수비수 듀오는 마타이스 데리흐트-다요 우파메카노였는데, 이들의 후반기 경기력은 월드컵 이후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특히 우파메카노의 부진이 눈에 띄었다. 결정타는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1차전이었다. 우파메카노는 상대 공격수 엘링 홀란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고, 본인 스스로도 아쉬운 실수를 남발해 패배의 원흉이 됐다. 1차전으로 0-3으로 크게 진 뮌헨은 2차전서 1-1로 비기며 8강에서 짐을 쌌다.
새로운 수비수를 모색하던 투헬 감독은 타깃으로 김민재를 낙점했다. 김민재는 지난해 7월 나폴리 유니폼을 입으며 커리어 처음으로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튀르키예에서 단 1년밖에 활약하지 않아 세리에 A에서 정착할 수 있을지 주변의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김민재는 적응기 우려가 무색한 활약을 펼쳤다. 입단 두 달 만에 이달의 선수상을 차지했으며, 시즌 내내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다. 팀 내 필드 플레이어 중 3번째로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했으며, 공식전 45경기 나서 2골 2도움을 올렸다.
세부 지표도 눈부셨다. 김민재는 공중볼 경합 승리 2위(92회) 클리어링 4위(122회) 전체 경합 승리 10위(157회) 등 수비 부문 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사무국이 선정한 세리에 A 최우수 수비수 상도 그의 몫이었다. 자연스레 리그 베스트11에도 이름을 올렸다.
시즌 중 UEFA는 김민재에 대해 ‘유럽 최고의 중앙 수비수 중 한 명’이라고 표현했으며, 그의 별명인 ‘괴물’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시즌이 끝나기도 전부터 연일 김민재를 향한 러브콜이 쏟아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등이 행선지로 꼽혔으나, 최종 승자는 뮌헨이었다. 뮌헨은 김민재가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날 직접 한국에 방문해 서울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할 정도로 극진히 대접했다.
김민재는 훈련을 마친 뒤 뮌헨으로 향해 뮌헨 선수단과 코치진을 마주했다. 훈련 첫날부터 영어로 선수들과 대화를 이어간 그는 훈련장을 찾아와 준 팬들에게 팬서비스하며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 투헬 감독이 김민재와 처음 만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꼭 껴안고 거듭 인사를 건네더니 뺨을 만지더니 볼에 입을 맞추려는 제스처까지 했다. 투헬 감독은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다. 이곳을 사랑하게 될 거라고 내가 약속한다”며 그를 격려했다.
투헬 감독은 프리시즌에서도 김민재를 세심히 관리했다. 아시아 투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민재는 당초 맨시티와의 친선경기에서 뛸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투헬 감독은 “아직 뛰기엔 이르다. 지금은 무리할 필요가 없다”면서 그의 결장을 알렸다.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뒤라 체중이 감소한 상태고, 아직 뛸 컨디션이 아닌 것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이후 김민재는 프리시즌 3경기서 출전하며 경기 감각을 조금씩 회복했다. 그리고 지난 13일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RB 라이프치히와의 DFL 슈퍼컵 결승전에서 후반전 시작과 함께 그를 투입했다. 팀은 비록 0-3으로 졌지만, 김민재는 탁월한 대인 수비 능력을 뽐내며 기대에 부응했다.
아쉬운 점은 프리시즌부터 반복된 패스 미스다. 김민재는 앞서 AS모나코와의 친선경기에서 실점으로 이어지는 패스 미스를 범하며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라이프치히와의 경기에서도 몇 차례 패스 미스로 인해 상대의 유효 슈팅을 허용하기도 했다. 아직 동료들과의 호흡이 완벽하지 않은 모양새다.
시선은 리그 개막전으로 향한다. 당초 김민재가 뮌헨에 입성했을 때 사무국은 그가 주전을 차지할 것이라 전망했다. 파트너로는 데 리흐트가 꼽혔다. 하지만 프리시즌 동안 김민재와 데 리흐트가 호흡을 맞춘 시간은 20분도 채 되지 않는다. 공식전 데뷔를 마친 김민재가 리그 개막전에서도 출전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뮌헨은 오는 19일 베르더 브레멘과의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2023~24시즌 분데스리가 리그 레이스에 돌입한다.
김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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