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백현동 의혹 피의자로 검찰 출석 "구속영장 청구하면 내 발로 심사받겠다"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아파트개발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로,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며 "저를 위한 국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10시25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해온 입장문을 읽은 뒤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그는 "권력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권한을 원했다"면서 "위임받은 권한은 오직 주권자를 위해 사용했고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안개가 걷히면 실상은 드러난다. 가리고 또 가려도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떳떳이 응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검찰은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한다. 회기 중 영장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꼼수는 포기하시라"며 "검사독재정권은 저를 죽이는 것이 필생의 과제겠지만, 저의 사명은 오직 민생"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이날이 네 번째 검찰 출석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이 대표를 상대로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시행사에 특혜를 준 배경,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서 배제되는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이를 위해 250여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일한 2014∼2015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 각종 특혜를 몰아줘 막대한 이익을 거두게 하고 성남시에는 손해를 끼친 것으로 의심받는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이례적으로 부지 용도를 자연·보전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주고 당초 100% 민간임대아파트 공급 조건을 10%로 줄여 나머지 90%를 일반분양 아파트로 공급할 수 있게 해 민간업자에 이익을 몰아줬다고 보고 있다. 용도변경 과정에서 공공성 확보를 위해 성남 도시개발공사가 개발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뚜렷하지 않은 이유로 배제된 배경도 밝혀야 할 대목이다.
이 대표는 이번에도 검찰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하기보단 미리 준비한 진술서로 답변에 갈음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의혹 등으로 출석해 조사받을 때도 답변을 33장 분량의 진술서로 갈음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백현동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내용이 담긴 5쪽짜리 진술서를 공개했다.
이날 조사가 끝나면 검찰은 금명간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다른 사건으로 검찰에 추가 소환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의 일부인 ‘428억 약정설’을 계속 수사하고 있고, 수원지검은 ‘쌍방울 그룹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의 개입 또는 인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계속 수사 중이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 대표와 ‘정자동 호텔 개발 특혜’ 의혹 간 관련성 여부를 살피고 있다.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위례·대장동 개발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고(故) 김문기씨를 몰랐다"는 발언 등에 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동시에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한 이 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자금 수수’ 재판 위증 사건과 관련해 대선 당시 이 대표의 선거캠프에서 일한 관계자들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8~9월 중 나올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가 ‘비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하라, 당당하게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했는데 국회 회기 중에 체포동의안을 보낼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8월 회기 중 영장 청구 시 ‘회기 쪼개기’를 통해 해당 기간만 국회를 닫고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도록 하는 안이 거론된다.
체포동의안이 정기국회 기간인 9월에 넘어오게 되면 이 대표의 리더십 위기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회기 쪼개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체포동의안 표결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 먼저 ‘정당한 영장 청구’에 한해 불체포특권 포기 총의를 모은 민주당 내에서 당내 설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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