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 시대 속 '한글 제대로 쓰기' 알리는 이들
오마이뉴스는 세종 정신으로 공공언어 바로잡기 운동을 펴고 있는 세종국어문화원과 함께 우리 시대 <우리말글 가꿈이를 찾아서>를 연재한다. 공공언어 바로잡기에 애써온 단체와 우리말글 운동가들을 찾아 성과와 의미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말>
[김슬옹 기자]
디지털 세대가 늘어나면서 점차 학생들의 악필이 문제가 되고 있다. 글씨에는 개성이 담겨 있으며 명필도 있고 악필도 있기 마련이지만, 최근엔 시험 채점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알아보기 힘든 손글씨가 늘고 있다고 한다.
▲ 누구나 쉽게 한글 손글씨와 멋글씨를 쓰게 하는 '한글새움'을 개발한 이유 작가. 그가 글씨 연습 모눈종이 공책을 펼쳐 보이고 있다. |
ⓒ 김슬옹 |
한글은 간결하고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고 했는데, 나아가 한글 글씨까지 두루 잘 쓰게 할 수는 없을까. 이 문제를 10년 이상 고민하다 '한글새움'이라는 한글 쓰기 체계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이유 대표. 그를 지난 8일, 대구광역시 삼성 창조 경영관에 있는 한글새움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글새움'은 '한글이 새로 움튼다'라는 말의 줄임말로 한글을 다시 움트게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지었다고 한다. 지난 5월 15일 세종탄신 626주년을 기념해 국회세미나실에서 한글새움 방식의 한글쓰기 검증 학술대회를 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원리는 간단하다.
"현재 우리가 교재로 쓰고 있는 한글쓰기의 교본은 궁서와 명조와 고딕과 한문 해서와 일본의 여러 문자를 연구해, 한 글자 한 글자를 달고 재어서 완성해 놓은 조형성 위주의 한글입니다. 매우 미학적인 한글임은 분명하지만, 글씨를 쓰기에 최적화되어 있거나 쓰기에 편리한 구조로 정립된 서체가 아닙니다.
'누군가 한글을 어떻게 쓰기를 해야 하나요?'라고 물으면 '좋아하는 서체를 골라서 배우면 되겠지?'라는 막연한 답변을 하겠죠. 이에 정확한 근거에 의한 체계적이며 논리적인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위대한 세계적 문자, 한글 보유국인 우리의 현주소입니다."
"한글 원리는 알아도 쓰는 법은 몰라"
이 대표는 디지털 시대에 점점 펜과 멀어지는 우리 교육현장에서 한글 제대로 쓰기 포기자들이 나오지 않게 하는 방법이 곧 위대한 한글을 세계에 제대로 알리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한글 세계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한글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한글쓰기의 체계가 없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며, 그래서 자구책으로 답을 찾은 것이 한글새움이라는 것이다.
- 한글새움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모두 한글이 위대하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무엇이 위대할까요?'라는 질문에는 머뭇거리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들도 '한글 창제는 누가 했을까요?' 하면 큰 목소리로 '세종대왕이요'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어 '한글을 어떻게 쓰면 될까요?'라고 물으면 목소리가 작아집니다.
누구도 한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그 답이 분명하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현재의 한글 쓰기는 바른 자세로, 바른 연필 잡기로, 네모 안에 적당히, 잘, 균형 있게, 잘 쓰는 법이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명확한 수치나 기준이 없어서 가르치는 교사도, 배우는 학생도 쓰는 것이 아닌, 그려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현재 뜨거운 한글 열풍 시대와 침체한 한글 교육의 시대, 동시에 두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예술한글(멋글씨, 캘리그라피) 시장에 열광하고 있고 나날이 예술한글 인구가 급증하고 있어요. 캘리그라피 자격증 발부 민간협회만 250여 개나 됩니다.
▲ ‘한글새움’의 기본 서체와 응용 서체 (출처: 한글새움) |
ⓒ 한글새움 |
그에 따르면, 독일 같은 경우에는 국립쓰기교육연구원이 있어서 아이들의 글씨를 위해 전문적으로 연구를 하고 12년을 배운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15교육과정부터 초등 저학년 한글교육은 강화되었지만, 한글 쓰기에 대해 체계적으로 기술해 놓은 교과서도 없고 학교 현장에서도 이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ㅅ(시옷)'의 경우만 하더라도 모든 교과서 곡선의 붓글씨 꼴로 되어 있지만, 최초 한글 해설서인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직선으로만 되어 있다.
- 한글새움은 어떤 원리인가요?
"한글쓰기의 기초는 직선이죠. 직선으로 선의 길이와 각도를 이해하고 그다음에 곡선으로의 변주가 가능하게 되는데 이런 기본 원리를 잘 살린 것입니다. 한글새움의 원리는, 음악에 음표가 있듯이 시각엔 시표가 있다는 최초의 시표학 논리 정립으로 시작되었습니다.
▲ '한글새움' 글씨를 쓰고 있는 아이 모습 (출처: 한글새움) |
ⓒ 한글새움 |
한편, '한글새움'은 사진과 같이 모눈종이를 이용해 직선 위주로 되어 있는 한글의 원리에 따라 다양한 글꼴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했다.
- 한글새움의 구체적 연구개발과 효용성, 또는 반응은 어떤가요?
"한글의 구조를 미학적으로 분석을 하면, 11가지 이상의 설계구조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마치 수학에서 인수분해를 하듯이 분해하고 재조립을 통해 명확한 시각적 관점을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통해 논문을 교재와 교구와 노트까지 특허로 등록했습니다.
그 때문에 남녀노소 6살 아이부터 90세 어르신들까지 '쉽다! 예쁘다! 명확하다! 즐겁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초중고를 비롯해 대학교와 다문화 그리고 어르신들의 한글 교육 활동은 물론 문화 활동과 치매 예방 프로그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세종대왕의 선물 잘 간직했으면
한글새움은 수많은 법칙을 단 한 가지로 정리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한글 자모의 기본 모양을 알고 있고 정사각형과 원을 반복해서 그릴 수만 있다면, 누구나 한글을 쉽고 예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며 보급하고 있다고.
이날 함께 배석했던 성다영님(대구 가톨릭대학교 국제어문학부 4학년)은 고등학교 때부터 한글새움 글씨 매력에 빠져 전문 강사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한글을 지키는 데 마음을 모아 함께 후손들을 위해 더 아름답고 빛나게 만들어 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을 담아 보면 좋겠다는 게 한글 새움 이유 대표의 소망이다. 그는 대담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전 국민이 한글 쓰기 기본에 대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글씨를 쓴다는 것은 단순한 것이 아닌,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저장하고 전달하며 읽는 이를 감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생존의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이라는 세종대왕의 특별한 선물을 기리고 간직하고 세계에 알려 지구촌의 새로운 문명 시대를 촉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공교육에서는 검정교과서나, 국정교과서에 한 과목으로 채택이 되어 학생들이 한글쓰기를 몰라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이, 제대로된 한글을 우리 후손들에게도 물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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