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피의자' 이재명 檢출석 "영장청구땐 제 발로 심사받겠다" [입장문 전문]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의 '정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당 대표 취임 후 네 번째 검찰 출석이다.
이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까짓 소환조사, 열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당당히 받겠다. 말도 안되는 조작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발로 출석해 심사받겠다. 저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따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기 중 영장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 꼼수는 포기하라”며 “공포통치 종식과 민주정치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제물이 되겠다”고 검찰 수사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정문에 도착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이 대표를 소환했다.
조사실에 가기 전 이 대표는 “먼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가 국민의 삶 보살피고 걱정거리 덜어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가 국민들을 걱정하게 하고 있다”며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이 어려운 삶을 제대로 바꿔 내지도 못하고 정쟁으로 이런 험한 모습 보여드려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었다.
입장문에서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저를 희생제물 삼아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정치 실패를 덮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는 국가폭력, 정치 검찰의 공작 수사”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단 한푼의 사익도 취한 적이 없다”며 “티끌만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십여년에 걸친 수백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또 “가리고 또 가려도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떳떳이 응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 저를 위한 국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은 죽여도 민생은 살리라”면서 “아무리 이재명을 소환해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은 가릴 수 없다. 국민을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권의 국가폭력에 맞서 흔들림 없이 국민과 함께 하겠다”며 입장문을 마무리했다.
이 대표는 입장문 발표 후 청사 현관에서 “무도한 일을 벌인다고 이 무능한 정권의 정치 실패, 민생실패가 감춰지지 않는다”고 말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던 2014∼2015년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 각종 특혜를 몰아줘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당초 사업 검토 과정에서 4단계 용도지역 상향(자연·보전녹지→준주거지역)에 따른 특혜 소지를 차단하고 공공성을 확보할 목적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가 참여하는 것이 조건이었으나, 뚜렷하지 않은 이유로 공사 참여가 배제됐다.
검찰은 이 대표 등 성남시 수뇌부가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대본부장을 지낸 최측근 김인섭(구속기소)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로비를 받아 민간업자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본다.
검찰은 총 250여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해 이 대표가 각종 인허가 조건 변경에 동의·관여했는지 물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이 대표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검찰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측 선거대책위 관계자들을 압수수색했다. 이는 김용(57)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자금 수수' 재판 위증 사건 수사와 관련한 사항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부터 대선캠프 상황실장을 지낸 박모, 서모씨의 주거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이모(64)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이 올해 5월4일 김 전 부원장의 재판에서 불법 대선자금 수수 시점에 대해 '거짓 알리바이'를 증언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박씨 등이 이씨와 지속해 접촉하며 김 전 부원장에 대한 위증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한다.
■ 이재명 대표 입장문
「 벌써 네 번째 소환입니다.
저를 희생제물 삼아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정치실패를 덮으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는 국가폭력, 정치검찰의 공작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저를 향한 무자비한 탄압은 이미 예정됐던 것이라 놀랄 일도 아니지만, 국민들의 삶은 너무 나빠지는데 국민들께서 대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수십 수백명이 이유도 모르고 목숨을 빼앗겨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불안한 나라,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 통치로 두려움이 만연한 나라, 자유의 이름으로 각자도생이 강요되는 벼랑 끝 사회에서 국민들은 절망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뉴스를 안보는 것이 일상을 버티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눈떠보니 후진국이라는 한탄소리에 차마 고개를 들기 어렵습니다.
이 모든 일이 제 부족함 때문이라는 자책감이 너무도 무겁게 어깨를 짓누릅니다.
그러나, 저는 확신합니다.
역사는 더디지만 전진했고, 강물은 굽이쳐도 바다로 갑니다.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화무도 십일홍이고, 달도 차면 기우는 법입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끝내 진실은 드러나고, 국민은 승리합니다.
왕정 시대 왕들조차 백성을 두려워했고, 백성의 힘으로 왕정을 뒤집었던 것처럼,
국민을 무시하고 억압한 권력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집단지성체로 진화해, 세계사에 유례없는 무혈촛불혁명을 완성했던 우리 국민들은 반드시 다시 떨쳐 일어나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을 다시 만들어 낼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은 기억하십시오.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습니다.
정권의 이 무도한 폭력과 억압도 반드시 심판받고 댓가를 치를 것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치는 권력자의 욕망 수단이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한 헌신이어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더 나은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정치입니다.
저는 권력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권한을 원했습니다.
저에게 공직은 지위나 명예가 아니라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책임과 의무였습니다.
위임받은 권한은 오직 국민을 위해서만 사용했고,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적이 없습니다.
티끌만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십여년에 걸친 수백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입니다.
비틀어진 세상을 바로 펴는 것이 이번 생의 소명이라 믿습니다.
어떤 고난에도 굽힘 없이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개가 걷히면 실상은 드러납니다.
가리고 또 가려도 진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당당히 받겠습니다.
말도 안되는 조작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습니다.
저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따로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검찰은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합니다.
회기 중 영장청구해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꼼수는 포기하고 당당하게 비회기 때 청구하십시오.
무도한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와 폭정에 당당히 맞서겠습니다.
온 국민이 힘써 만든 선진강국 대한민국이 무너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우리 속에 널리 퍼진 공포감과 두려움을 투쟁의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공포통치 종식과 민주정치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제물이 되겠습니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역사와 민주주의가 전진했던 것처럼 쓰러진 저를 디딤돌 삼아 더 많은 이들이 어깨 걸고 전진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국민과 국가에 대한 기여와 헌신 아니겠습니까?
검사독재정권은 저를 죽이는 것이 필생의 과제겠지만 저의 사명은 오직 민생입니다.
이재명은 죽여도 민생은 살리십시오.
아무리 이재명을 소환해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은 가릴 수 없습니다.
국민을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권의 국가폭력에 맞서 흔들림 없이 국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소명을 다하는 날까지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3. 8. 17.
이재명
」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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