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살된 암사자 '사순이', 카라 한승연의 분노가 아프다

김종성 2023. 8. 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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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남은 숙제

[김종성 기자]

▲ 탈출한 암사자 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덕곡면 한 목장에서 가 산으로 도주해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 연합뉴스
 
"최선이었나요? 그래요? 20년을 가둬두고..." 

카라 한승연의 말이 아프다. 아파야 한다. 최선이었냐는 말, 따져 묻고 싶은 마음에 공감한다. 더 나은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았냐는 안타까움에 동의한다. 한승연이 "20년을 가둬"뒀다고 말한 대상은 바로 우리 안에서 길러졌던, 우연한 기회에 탈출을 감행했다가 사살되고 만 암사자 '사순이'다. 탈출이라는 말이 거슬린다. 그렇다, 사순이는 문이 열려 있기에 밖으로, 빛을 향해 나아갔을 뿐이었다.  

지난 14일, 오전 7시 24분쯤 경북 고령군의 한 사설 목장(농장)에서 기르던 암사자 1마리가 우리를 탈출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순이였다. 사순이는 농장에서 20m 가량 떨어진 수풀에서 발견됐다. 발견 위치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은 4~5m 인근이라고 쓰기도 했는데, 분명한 사실은 사순이가 농장을 멀리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갈 곳이 없었으리라. 평생 그곳에서 살아왔으니 말이다.

사순이는 수풀 속에서 20분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들여도 도망가거나 저항하지 않았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권 행동 카라'는 "고령임을 감안하더라도 사순이의 몸은 매우 말라있었다"면서 "탈출 후에 목장 바로 옆 숲속에서 가만히 앉아있던 사순이는 그저 야생 동물답게 흙바닥 위 나무 그늘 아래 몸을 뉘어보고 싶었을 뿐이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8시 34분, 사순이는 사살됐다. 세상 밖으로 나온 지 불과 1시간 10분 만이었다. 현장에 출동했던 한 소방대원은 "마지막 여유를 즐기는 것 같았다. 인명피해 우려로 사살 결정이 내려졌지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돌발상황에 대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과 카라의 한승연처럼 "그것이 최선이었냐"고 되묻는 의견이 격렬히 충돌했다.
 
▲ 암사자가 빠져나간 우리 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한 목장에서 암사자가 탈출했다가 사살됐다. 사진은 해당 사자를 키우던 우리.
ⓒ 연합뉴스
 
우리가 짚어봐야 할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현장 사살은 불가피했나'이다. 일단, 사살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환경부의 '동물 탈출 시 표준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탈출 동물이 원래 살던 우리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나 위험 정도나 주변 상황에 따라 마취나 사살을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결국 현장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경찰의 입장은 단호하다. "탈출한 암사자가 나무 뒤쪽에 있어 마취총이 오발할 가능성도 있었"으며, 설령 "마취총에 맞더라도 바로 쓰러지는 게 아니어서 사자가 도주했을 경우 민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만약 마취총을 발사했다가 오발이 되어 사순이가 도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그래서 인명 피해라도 났다면 그건 최악의 상황이었을 것이다. 

물론 당시에 (여러 증언들을 통해) 사순이가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금 이르게 결정을 내린 건 아닐까'라는 아쉬움도 드는 게 사실이다.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는 없었을까. 그럼에도 (20년 동안 우리에서 길러졌다 하더라도) 맹수인 암사자를 앞에 두고 무조건 동물의 생명을 우선시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이라. 

결국 두 번째에 방점이 찍힌다. 멸종위기 2급인 '판테라 레오 종'인 암사자 사순이는 왜 방치되었던 걸까. 당장 드는 질문은 어떻게 개인이 사자를 기를 수 있었냐는 것이다. 사순이는 2002년 새끼로 한국에 들어와 고령에 위치한 한 관광농원에서 길러졌다. 이후 경북 봉화군으로 옮겨졌고, 2008년 다른 수사자 한 마리와 함께 현재의 농장으로 오게 됐다. 

현행법상 멸종위기 야생 동물은 개인이 사육할 수 없지만, 야생동식물보호법(현행 야생생물법)은 2005년에 제정되었기 때문에 사순이의 경우 소급 적용할 수 없었다. 카라는 "지금껏 정책적 사각지대 속에서 개인의 소유로 합법 사육돼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지방환경청 측은 "해당 농장은 2015년 전시 사육시설로 등록을 마"쳤다며, "현행법에 저촉되는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의 농장주의 입장은 어떨까. 그는 "사자를 키우고 싶어서 키운 게 아니"라고 항변했다. 지난해 8월 소를 방목하며 키우기 위해 목장(농장)을 인수했는데 사자가 있어서 키우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도 여러 방안을 모색했다. 환경청에 문의해 동물원에 기부나 대여하려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맹수들은 새로운 개체가 들어오면 서열 다툼이 일어나므로 어렵다는 것이었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사순이는 어찌됐든 합법적으로 개인 사육됐다. 온순했던 사순이를 보기 위해 농장 인근 캠핑장 방문객들도 찾아와 사진을 찍기도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농장 관리인이 먹이를 준 뒤 우리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았고, 세상 밖으로 나간 사순이는 사살되고 말았다. 포획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어찌보면 그 후에 갈 곳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카라는 환경부에서 현재 건립 추진 중인 야생동물 보호시설의 한계를 꼬집었다. 모두 중소형 동물의 수용을 목적으로 한 곳이라 대형 야생동물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또 다시 사순이 사례처럼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형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시설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이 문제를 동물권이 먼저냐, 사람의 생명이 먼저냐는 소모적 논쟁으로 귀결시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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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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