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하천 습지가 야생화 꽃밭이네요
[이완우 기자]
▲ 섬진강 상류 하천 습지. 어리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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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 무렵에 비가 오면 십 리 안에 곡식 천 석이 줄어든다. 이 속담은 벼꽃이 한창 필 때 비가 흔하면 벼쭉정이가 많이 생겨 흉년이 든다는 의미다. 벼꽃이 필 때 날씨가 청명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 섬진강 상류 하천 습지. 메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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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의 하가 구석기 유적지는 섬진강 상류 강기슭에 펼쳐진 구릉지가 2만 년 전에 구석기인들의 활발한 삶의 터전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2만 년 전의 문화 유적은 가치를 인정 받으며 관심을 받는다.
그러나 이 지역의 하천 습지는 쓸모없는 후미진 땅으로 인식되어 있다. 하천 습지는 지질 시대부터 영속적으로 살아있는 생태계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소중한 환경이다.
이곳 섬진강 상류 지역은 강물을 따라 하천, 하천 습지, 제방(하천 쪽 제방 비탈면, 제방 위의 도로, 산기슭 쪽 제방 비탈면), 하천 배후 습지, 논 경작지와 산기슭의 지형으로 구성된 곳이 흔하다. 좁은 지역이지만 여러 형태의 환경으로 서식하는 식물들도 다양한 식생을 보여준다.
▲ 섬진강 상류 하천 습지. 괭이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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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장마철 홍수로 큰물이 지나갔는데, 어리연이 강가의 습지를 이룬 수역의 물웅덩이에 빠르게 자리를 잡아 가고 있으니 자연의 회복력을 보여준다. 어리연은 주변 작은 연못이나 늪, 넓지 않은 강의 물결의 흐름이 멈춘 잔잔한 수역에서 볼 수 있다. 물 위에 떠 있는 잎은 수련과 비슷하고 노란 꽃은 오이꽃을 닮았다.
섬진강 제방은 4m의 높이인데 하천 쪽 비탈면에는 버드나무와 자귀나무가 듬성듬성 자라고, 족제비싸리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며 칡넝쿨이 왕성하게 뻗어간다. 연분홍 색깔로 소박한 꽃을 피운 메꽃이 덩굴성 줄기로 덤불을 감고 올라간다. 소꿉놀이에 호미와 괭이로 뻗어 가는 메를 캐어 밥을 짓는다는 옛날 동요 가사가 떠오른다. 하늘 파란 나팔꽃도 피었다.
▲ 섬진강 상류 하천 습지. 애기나팔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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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의 산기슭 쪽 비탈면에는 산딸기와 복분자 덩굴, 개망초, 클로버, 환삼덩굴과 달맞이꽃 등 다양한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길섶에 괭이밥이 눈에 띈다. 괭이밥은 신맛이 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이 꽃은 늦봄에서 여름에 걸쳐 지름 8mm의 앙증맞은 노란 꽃이 피는데 부전나비의 기주식물이다.
애기나팔꽃이 덩굴을 뻗어 덤불을 이루었다. 이 꽃은 길가나 경작지 주변에 잘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2cm 크기의 하얗고 작은 꽃은 아기가 태어난 후 세이레 동안 처음으로 입는 배내옷 같아 정감이 간다.
▲ 섬진강 상류 하천 습지. 이질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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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 아래쪽에 하천 배후 습지가 작은 개울의 흐름을 따라 펼쳐져 있다. 논 경작지에는 벼가 꽃을 피우고 건너편 산기슭의 소나무와 졸참나무 숲에서 매미가 운다. 하천 배후 습지를 흐르는 작은 도랑은 곳곳에 연못을 이루고 제방 아래의 수로를 통해 강물로 이어진다.
하천 배후 습지에는 갈대가 넓은 범위에 자리를 잡았고 통발과 물달개비 등 수생 식물이 연못을 이룬 물웅덩이 수면에 가득 떠 있다. 마름이 군락을 이루었다. 마름의 잎은 삼각형인데, 마름은 이 풀이 열매인데 뿌리를 내린 연못 바닥 진흙 속에 가라앉아 이듬해 봄에 싹이 튼다. 이 마름 열매는 물밤(모리밥)이라고도 하는데 속살은 밤처럼 고소하고 맛있다.
논 경작지가 하천 배후 습지와 산기슭 사이에 다랑논 형태로 층층이 있는데
벼 포기 아래에 벗풀, 닭의장풀, 개구리밥과 물달개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섬진강 상류 하천 습지. 마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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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배후 습지와 논 경작지 너머로 숲으로 우거진 산비탈과 절벽이 보인다. 섬진강 하천 물줄기와 산비탈의 산줄기가 100m 거리가 안 되는 좁은 지형이다. 그 사이에 하천 습지, 제방(하천 쪽 제방 비탈면, 제방 위의 도로, 산기슭 쪽 제방 비탈면), 하천 배후 습지와 논 경작지 등 다양한 생태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여 보호하는 습지가 20여 곳이 넘는데, 여느 하천의 배후습지도 야생동물과 식물의 서식지를 제공하는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도시 지역의 습지와 하천은 주택지로 메워지거나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습지의 생태계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 섬진강 상류 하천 습지. 개구리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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