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권 내부통제, '행장'이 직접 점검해라"
[한국경제TV 김보미 기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은행권 수장들을 불러모아 내부통제 단속에 나섰다.
금감원은 17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중회의실에서 '내부통제 및 가계대출관리 강화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이준수 금감원 은행·중소서민 부원장과 국내 17개 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를 주재한 이준수 부원장은 "최근 일련의 중대 금융사고로 은행권에 대한 시장과 고객의 신뢰가 크게 훼손된 가운데 우리 경제 취약점 중 하나인 가계부채 증가세가 은행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현재 금융권의 최대 현안인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신속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금감원은 은행의 내부통제 체계가 전사적으로 실효성이 있는지 은행장 주관으로 직접 종합 점검할 것을 요구했다.
주요 점검 항목은 ▲내부통제 혁신방안 이행 상황 ▲최근 사고 관련 유사사례 점검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현황 등이다.
이번 주 금감원이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며 은행들은 오는 31일까지 점검 후 은행장 확인을 서명해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은행 임직원 지위 고하 없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다.
이 부원장은 "행장님들께서 직접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가 은행 전사적으로 실효성 있게 작동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해 주길 바란다"면서 "최근 사례를 보면 자체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져 사고를 조기 인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독립적·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 내 단기 실적 위주의 성과지표(KPI)의 개선과 위법·부당사항에 대한 무관용 조치 등 내부통제에 대한 유인체계 마련에도 각별히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감독당국도 내부통제 강화 일환으로 자체 감독·검사 기능을 정교화·강화하는 한편, 금융사고에 책임이 있는 은행 임직원에 대해 엄중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본점·영업점 현물(시재) 검사 확대, 자체점검 결과의 교차검증 및 금융사고 보고체계 강화, 경영실태평가 시 내부통제 평가 비중 확대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최근 불어나고 있는 가계대출이 급격히 확대되지 않도록 선제적 관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부원장은 "일선 영업현장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현행 대출규제 및 여신심사절차 등이 제대로 준수되는지 철저히 점검/관리해야 한다"면서 "가계대출 증가 규모/속도가 은행의 여신정책, 리스크관리정책 등에 부합하는 범위 이내로 유지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가계대출 취급실태 현장 종합점검을 실시해 대출 증가 원인을 상세히 분석하기로 했다.
점검 과정에서 법규준수 여부와 심사절차 적정성 등을 엄밀히 진단하고 미흡사항은 개선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은 이달부터 오는 10월까지 가계대출 취급 실태를 종합 점검한다.
점검의 범위는 ▲대출 규제 준수 여부 ▲담보 가치 평가·소득 심사 등 여신 심사의 적정성 ▲가계 대출 영업 전략·관리 체계 ▲고정 금리·분할 상환 방식 등 질적 구조 개선 관리 현황 ▲가계 대출 관련 IT 시스템 점검 등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연이은 금융사고와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간담회 참석 전 기자들을 만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명확하게 진실 규명이 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직원들의 조직적인 가담 의혹에 대해서는 "지금 수사 중으로 몇 명이 연루됐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답했다.
예경탁 경남은행장도 "죄송하다"면서 "고객의 신뢰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의 은행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준수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김보미기자 bm0626@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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