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 유발하는 로마자 약칭, 국민 71%가 우리말 약칭 사용 원해

김슬옹 2023. 8. 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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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과 언론의 로마자 남용이 도를 넘는 가운데 암호 같은 로마자 약칭까지 범람해 시민들의 정보 소통과 정보 공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이 모임을 주도한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국제 조직의 영향이 커지면서 언론과 정부 공문서에서 국제 조직의 로마자 약칭이 빈번하게 사용되나 이를 국민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소통의 걸림돌이 된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습니다. 국제 조직의 온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부득이하게 줄여 불러야 할 때 로마자 약칭 대신 쓸 우리말 약칭을 만들어 권고하는 것이 약칭모임의 주요 목적입니다"라고 모임 취지를 각종 매체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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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대신 '무역기구', WHO 대신 '보건기구'가 "적절하다" 77% 넘어

[김슬옹 기자]

공공기관과 언론의 로마자 남용이 도를 넘는 가운데 암호 같은 로마자 약칭까지 범람해 시민들의 정보 소통과 정보 공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그래서 2023년 3월 10일,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어문기자협회, 한글학회, 한글문화연대, 세종국어문화원, 국립국어원 등 언론 단체와 국어 단체가 '우리말약칭제안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을 주도한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국제 조직의 영향이 커지면서 언론과 정부 공문서에서 국제 조직의 로마자 약칭이 빈번하게 사용되나 이를 국민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소통의 걸림돌이 된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습니다. 국제 조직의 온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부득이하게 줄여 불러야 할 때 로마자 약칭 대신 쓸 우리말 약칭을 만들어 권고하는 것이 약칭모임의 주요 목적입니다"라고 모임 취지를 각종 매체를 통해 밝혔다.

이 모임은 티엔오코리아에 의뢰해 성인 남녀 1047명을 대상으로 2023년 7월 7일부터 일주일 동안 여론조사를 시행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3%포인트이며, 온라인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16개 국제 조직의 로마자 약칭 인지도와 새로 만든 우리말 약칭의 수용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 71.2%는 로마자 약칭 대신 우리말 약칭을 사용하길 원했다. 언론에 자주 나오는 'WHO, OECD, WTO, IAEA' 등을 뺀 12개 조직의 인지도 평균은 12%에 불과했다.

로마자 약칭의 인지도가 높은 경우에도 우리말 약칭을 선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글문화연대 분석 결과에 의하면, 인지도 1위인 WHO(71.5%)를 '보건기구'로, 3위인 WTO(57.7%)를 '무역기구'로 바꿔 부르자는 제안에 적절하다는 응답이 각각 77.6%(5위), 79.9%(1위)로 나타났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경협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공위'로,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를 '지재권기구'로 바꿔 부르자는 제안의 수용도는 60% 수준으로 약간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주요 단어의 머리글자만으로 약칭을 지은 영향 때문인 듯하다.
 
▲ 국제 조직의 우리말 약칭 수용도(인지도순)  국제 조직의 우리말 약칭 수용도(인지도순) @한글문화연대
ⓒ 김슬옹
   
이번 조사에서는 '○○기구'로 번역되는 국제 조직 15개와 국내 경제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등 모두 16개의 약칭을 대상으로 삼았는데, 국내 조직에는 '기구'라는 단어가 들어간 곳이 거의 없어 이 낱말을 살리고 조직의 성격을 표현하는 핵심 용어만 골라 로마자 약칭의 글자 수와 비슷하게 '무역기구, 보건기구, 원자력기구' 등으로 약칭을 제안한 것이다.

핵심 용어 하나만 선택하기 어려울 때는 여러 용어의 머리글자를 따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경제'와 '협력'의 머리글자만 따내어 '경협기구'로,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는 이미 사용하는 약어인 '지재권'을 가져와 '지재권기구'로 만들었다.

우리말약칭제안모임은 언론인 3명, 국어학자 4명, 국어단체 관계자 2명이 활동하고 있다. 필자도 참여하고 있는데, 언론인과 국어학자, 국어운동가들이 함께 긴 시간 연구와 토론을 통해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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