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거면 나가" 퇴실도 가능하다…2학기부터 달라지는 교실
교권 침해 논란이 거세진 가운데 교육부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 범위를 명시한 고시안을 발표했다. 올해 2학기부터 문제행동을 일으킨 학생은 교실에서 분리할 수 있고, 훈육 방법으로 학생에게 반성문이나 청소를 시킬 수 있게 된다.
17일 교육부는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과 ‘유치원 교원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안)’을 발표했다.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이초에서 초임 교사가 사망한 사건 이후 한 달 만이다.
용모·복장 지도 가능…문제 학생은 ‘퇴실’
고시안에는 생활지도를 위한 훈육의 구체적인 방식이 담겼다. 수업을 방해해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해야 할 경우, 학생을 분리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교사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고시안이 제시한 분리 방법은 수업시간 중 교실 내 다른 좌석으로의 이동, 수업시간 중 교실 내 지정된 위치로의 분리, 수업시간 중 교실 밖 지정된 장소로의 분리, 정규수업 이외의 시간에 특정 장소로 분리 등이다. 예를 들어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수업 중 교무실이나 상담실 등 학교 내 다른 장소로 이동시킬 수 있다. 학칙으로 지정된 장소라면 교실 밖 복도도 가능하다. 문제 학생을 분리할 때엔 담임교사가 학교장이나 다른 교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움직이지 못하게 손으로 붙잡는 등의 ‘물리적 제지’도 가능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물리적 제지는 학생을 잡고 움직임을 제지하는 것으로, 현행법이 금지하고 있는 ‘체벌’과 달리 훈육의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교사는 물리적 제지를 한 사실을 학교장에게 즉시 보고하고, 학교장은 이를 보호자에게 알려야 한다.
휴대전화 조사, 반성문 쓰기 가능해진다
훈육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훈계할 수 있다. 학생의 문제행동을 시정하기 위한 대안 행동으로 인정되는 과제를 부여할 수 있다. 성찰을 위한 반성문 작성, 청소 등 훼손된 시설·물품에 대한 원상 복구가 포함된다. 하지만 학생이 어지른 것을 치우는 것이 아닌 ‘벌 청소’는 해당하지 않는다.
상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도 담겼다. 고시안은 “교원과 보호자는 상담의 일시·방법 등에 대해 사전에 협의해야 하며, 교원은 근무시간·직무 범위 외의 상담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번 고시안에는 학생과 교원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책무도 명시됐다. 그동안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해선 조치 조항이 있었지만, 학부모 등 보호자에 대해선 조치할 수 없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학부모가 교사의 권고에도 학생의 문제 개선을 위한 전문가의 검사·상담 치료를 2회 이상 거부하거나, 상담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교육활동 침해로 간주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앞으로 학부모의 침해행위에도 특별교육이나 과태료 부과 등을 조치할 수 있도록 교원지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 교권침해 시 유치원 '퇴학'도
특수교사도 마찬가지로 고시의 적용을 받는다. 교육부는 특수교육대상 학생의 도전행동을 중재하기 위한 생활지도에 대해선 연말까지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어린이집 교원을 위한 보호 방안 등은 보건복지부와 협의 중이다.
교육부는 18일부터 28일까지 행정예고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뒤, 9월 1일 고시를 공포해 2학기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고시안으로 인한 학교현장의 변화를 지자체와 경찰청 등 아동학대 관련 조사·수사 기관과 공유해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교원의 어려움을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교육계 “학생 분리 환영”…학생인권조례 충돌 우려도
교육계에선 고시안에 학생 분리 조치가 포함된 것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이번 고시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도에 응하지 않는 학생을 분리 조치할 때 학교장의 지도책임을 명확히 하고, 분리 방안에 ‘보호자에게 인계’를 추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이번 고시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장치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학생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활지도 범위에 ‘용모 및 복장’을 포함하면서 과거 ‘두발 검사’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건전한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복장이나 용모에 대해 과다할 경우에는 생활지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의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예전처럼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학칙이 만들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지품 조사와 분리보관 등의 내용이 학생인권조례와 충돌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학부모는 교사의 칭찬이나 상에 대해서도 학생인권조례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시의 내용과 학생인권조례 조항들이 상충되는 것들이 있다”며 “고시는 법령의 일부로 조례에 우선하기 때문에 교육부가 지자체에 시정 권고할 수 있다. 고시가 확정되면 상충되는 부분에 대해서 개정 권고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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