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철근 누락’ LH 별내아파트…“두 달 넘게 감리 책임자도 없었다”
감리 인력 이탈 심각, 대부분 공종서 14명 교체
LH, 감리업체에 내린 처분은 ‘품질미흡통지서’ 뿐
지하 주차장 철근 누락(302개 무량판 중 126개 미흡)이 확인된 경기도 남양주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이곳은 공사 기간 동안 감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감리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총책임자는 두 번이나 교체됐고, 두 달 동안은 아예 책임자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공사 기간 동안 대부분의 공종분야 상주 감리원이 수차례 교체되는 등 감리의 전반적인 공백이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를 관리·감독·시정 등의 조처를 해야 하는 발주처인 LH는 별다른 조치 없이 준공을 허가했다. LH의 직무 유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개월 근무한 감리 책임자가 직인 찍어 최종 감리보고서 제출17일 아시아경제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실을 통해 LH로부터 제출받은 경기도 남양주 별내A25 ‘건설사업관리 최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건설 현장의 감리 공백이 심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22년 6월 작성된 이 보고서는 책임 건설사업관리기술인(특급) 홍00 씨 직인이 찍혀있었는데, 그는 같은 해 4월 29일부터 5월 29일까지 딱 한 달간 해당 현장에 배치된 인력이다. 토목 공사(2019년 9월 30일~2022년 2월 28일)와 건축·기계 공사(2020년 2월 29일~2022년 2월 13일)도 다 끝난 시점이다. 그런 그가 건설사업관리업무 총괄로써 보고서를 제출했고, LH는 보고서를 승인해 준공 허가를 내줬다.
더욱이 이 현장의 책임기술인 자리는 공사 기간(2019년 11월 26일~2022년 5월 29일) 동안 2차례 교체됐으며, 2022년 2월 15일부터 같은 해 4월 29일까지는 공석이었다. 책임기술인 미배치는 건설공사 품질관리를 위한 시설 및 건설기술인 배치기준(건설기술진흥법 제50조 제4항) 위반 사항으로 상황에 따라 영업정지 또는 과태료 및 벌점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관리·감독·시정 등의 조치를 해야 하는 발주처인 LH는 해당 현장의 감리업체(D건축사사무소, M종합건축사사무소, S기술단)에 그 어떠한 처분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LH 측은 책임기술인 공백 및 품질 미흡 관련 감리사 제재 일환으로 2022년 1월 ‘품질미흡통지서’를 발급하고, 현장 정상화를 위해 감리업체 임원 2인을 배치하도록 조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해 1월은 책임기술인 공백이 발생하기 전으로 공백에 대한 조치를 한 것으로 연관 짓기는 어려운데다, 품질미흡통지서 또한 이렇다 할 행정적 제재 효력이 없는 문서였다.
이외에도 남양주 별내A25 공사 현장은 공사 기간 내내 심각한 감리 인력의 이탈이 벌어진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11명의 감리사가 배치됐는데, 공사 기간(2019년 11월 26일~2022년 5월 29일) 동안 14명이 퇴사 또는 교체돼 25명이 거쳐 갔다. 상주 감리사 교체는 책임·건축(1~4)·토목·기계·조경 등 대부분의 공종에서 발생했으며, 전기·통신 2개 공종만이 감리사 교체 없이 완료됐다.
“사고 없이 공사가 마무리된 것은 천운”건설업계 및 전문가들은 남양주 별내A25 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감리 인력 이탈은 감리 시스템의 붕괴라고 진단했다. 설계나 시공에 비해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감리업계의 특성상 인력의 이탈이 어느 현장이나 발생하고 있지만 남양주 별내A25처럼 심각한 곳은 찾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특히 책임기술인이 2명이나 교체된 데다 공백까지 발생한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건설사 관계자(현장소장)는 “현장마다 다르겠지만 감리사 5명 이내 교체는 일반적”이라면서도 “하지만 남양주 별내처럼 책임기술인부터 공종 담당자까지 10여명이 넘는 인력이 교체되면 사실상 현장은 감리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남양주 별내는 현장이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사고 없이 공사가 마무리된 것이 천운”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현장에 대한 LH의 관리 소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희성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건설은 제품을 생산하는 업종이 아니라, 안전을 답보할 수 있도록 과정을 관리하는 업종”이라며 “발주처는 관리·감독·시정 등에 있어 철저한 원칙과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LH는 이를 방임했고, 이는 직무 유기”라고 질타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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