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우리들CC 이유성대표…탁구 코치, 스포츠단장에서 골프장 CEO로 변신
2021년 우리들CC 대표이사 부임 올해 3년째
매출액 3~4배 신장…직원들에 200%보너스
어떤 분야에 직접적 관계가 없거나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사람을 일컬어 ‘문외한(門外漢)’이라 한다. 하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경우도 더러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돈내코에 자리 잡은 우리들CC의 이유성(66) 대표이사가 그 좋은 예다.
이 대표는 2020년 8월 31일까지 탁구 선수 출신의 스포츠 행정가로 살아 왔다. 선수 시절 커리어는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지도자 생활은 선수 시절과 완전 딴판이다. 탁구 국가대표 코치와 감독을 역임하면서 한국 체육사에 길이 남을 큰 족적을 남겼다.
그 중에서 가장 도드라진 업적은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다. 당시 남북 단일팀 여자부 코치였던 이유성은 전력의 절대적 열세를 극복하고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단체전 우승 신화를 일궈내는데 기여했다. 당시 단일팀의 현정화와 홍차옥(이상 남측), 리분희와 유순복(이상 북측)이 써낸 감동 스토리는 2012년에 개봉된 영화 ‘코리아’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의 성공신화는 1982년 대한항공 탁구단 코치로 입사하면서 영글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감독을 거쳐 대한항공 스포츠단 단장직에 오르게 된다. 탁구 종목으로 시작해 프로배구와 빙상까지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모든 스포츠팀을 챙기게 된 것.
그리고 탁월한 스포츠 행정 능력을 발휘해 배구팀인 대한항공 점보스가 국내 최강의 자리를 구축하는 등 스포츠단 전체가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는데 일조한다. 그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그룹(대한항공) 전무이사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이상에서 보듯 그의 커리어 중에서 골프장 사장으로 올만한 경력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다. 굳이 갖다 붙이자면 핸디캡 80대 초반의 골프 마니아라는 것 뿐이다. 처음 그가 골프장 대표에 부임했을 때 주변에서는 업무의 특성상 길어야 1년일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그가 골프장 경영이라는 인생 2막을 시작한 지도 올해로 벌써 3년째다. 그것도 그냥 자리만 지킨 게 아니다. 만성 적자였던 골프장을 단숨에 흑자로 전환시킨 것이다. 부임 당시 30억원 안팎이었던 연 매출액이 4배 이상인 120억~13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11일 우리들CC에서 만난 이유성 대표에게 ‘그 비결이 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아주 간단명료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40년 이상 이기고 지는 삶의 연속이었다. 골프장 경영도 냉혹한 승부의 세계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살아 남기 위해 노력했던 스포츠인의 삶을 골프장 경영에 그대로 적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인을 통해 대표이사직을 제안 받고서 처음에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자신이 있을 자리가 아니라고 판단해서다. 거기다가 건강마저 좋지 않았다. 그가 조원태 대한항공 그룹 회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40년간 몸담았던 대한항공을 떠난 것도 건강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그 즈음 동생으로부터 신장을 기증 받아 이식 수술을 하고 회복 중이었다. 직장생활을 계속할 거였으면 대한항공에 남아 있지 굳이 자리를 옮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들CC의 삼고초려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리고 고민 끝에 제안을 수락, 2021년 1월에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그는 “당시 건강도 좋지 않은데다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분야라 걱정이 앞서 고민을 많이 했다. 평생을 스포츠인으로 살아온 내가 잘해낼 수 있을 지 걱정이 돼 주변의 조언을 구한 뒤 새로운도전을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부임하고 보니 경영 상태가 아주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럴 경우 십중팔구는 걱정부터 하게 되는데 그는 달랐다. ‘한 번 부딪혀 보겠다’는 승부욕이 발동한 것.
이유성 대표는 “2005년 대한항공 스포츠단 단장을 맡았을 당시가 떠올랐다. 명색이 실업 배구단이 대학 체육관을 빌려 훈련하는 지경이었다”라며 “타계하신 조양호 회장님을 찾아가 ‘이렇게 팀을 운영할 거면 해체하는 게 낫다’고 직언을 드렸다. 그랬더니 그룹 부지에 전용 체육관과 숙소를 지어 주셨고 대한항공은 국내 최강팀이 됐다”고 무용담을 들려 주었다.
우리들CC 부임에 앞서서도 작고한 조양호 회장께 직언했던 것처럼 오너에게 요구한 게 있었다. 그는 “회장님께 ‘나는 골프장을 잘 모른다. 그러니 나를 보좌할 전문가를 붙여 달라. 대신 나는 내가 갖고 있는 능력과 장점을 최대한 살려 경영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요구했다”고 했다.
그렇게 영입한 인물이 골프장에서 잔뼈가 굵은 조장현 부사장이다. 둘의 시너지 효과는 기대 이상으로 컸다. 코스 관리와 자잘한 운영은 조 부사장이 맡고 이 대표는 ‘마당발’로 불리는 두터운 인맥을 활용한 영업 부문에 매진했다.
거기다가 운도 따랐다. 작년에 KLPGA투어 삼다수 마스터스를 유치하면서 우리들CC의 숨겨져 있던 진가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 해 10월에는 영원한 현역들의 경연인 KPGA 한국시니어오픈을 개최했다. 이후 다양한 골프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우리들CC는 골퍼들 사이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대표는 “처음 골프장에 왔을 때 직원들의 표정이 너무 어두웠다. 옷이 날개라고 했는데 유니폼부터 너무 낡아 있었다. 그래서 평소 친분이 있는 휠라 윤윤수 회장님께 부탁드려 직원들의 옷부터 바꿨다”라며 “그랬더니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들의 태도에서 자신감과 친절함이 넘쳐났다. 그리고 그것은 고스란이 매출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제 능력보다는 직원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골프장이 살아나고 있다. 그래서 2021년말 매출액이 100억 원을 처음 찍었을 때 약속대로 직원들에게 200%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회사 창립 이후 처음이었다. 작년에도 그 약속을 지켰고 올해도 그럴 것이다”고 말했다.
이유성 대표는 “묵묵이 따라와 준 직원들이 늘 고맙다. 우리들CC는 입소문을 타고 스포츠, 기업인, 정치인, 연예인 등 셀럽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겨울에는 제주도에서 가장 따뜻한 기후 특성으로 인기”라고 자랑했다.
그는 이어 “스포츠로 치면 우리들CC는 하드웨어가 출중한 유망주다. 잘 다듬으면 큰 물건이 되듯 우리들CC도 한국을 대표하는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할 날이 멀지 않았다. 그 일환으로 현재 초종을 여름에 강한 중지로 교체하는 걸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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