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물가변동 리스크’ 등 중소 선박업계 부담 완화
조달청이 물가변동 리스크에 취약한 중소 선박 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묵은 규제’를 개선한다.
조달청은 17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공선박 발주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방안에는 ▲선박 건조 특성을 고려한 계약금액 조정방식 개선 ▲입찰자의 가격부담 완화를 위한 가격 평가방식 개선 ▲입찰 참여 주체 간 하자 책임규명 및 분담 명확화 ▲관의 우월적 불공정 특약 정비 등이 담겼다.
◆물가상승 리스크 축소 위한 ‘계약금액 조정방식’ 변경=조달청에 따르면 선박 계약은 건조에서 납품까지 통상 3~4년이 소요되는 장기계속 사업으로, 물가상승 리스크가 다른 산업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크다.
그나마도 선박 업계는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품목이 많아 물가변동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실례로 100t 규모의 경비정 1대를 건조하는 데 필요한 자재 유형은 1300여개에 이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조달청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방식을 현행 ‘품목조정률’에서 ‘지수조정률’로 전환키로 했다.
품목조정률에 의한 조정 방법은 계약금액을 구성하는 모든 비목의 등락을 ‘개별적’으로 계산해 등락금액 및 등락률을 산출한다.
이와 달리 지수조정률은 계약금액을 구성하는 비목을 ‘유형별’로 정리해 비목군을 편성하고, 비목군별로 생산자물가 기본 분류지수에 대비해 물가 등락률을 산정한다.
후자의 경우 품목조정률 방식에 비해 조정률 산출이 용이하다. 특히 계약금액의 구성 비목이 다수며, 조정 횟수가 많은 선박 업계 실정에 적합한 장점도 있다.
조달청은 지주조정률 전환과 함께 ‘선박 규모·유형 비목별 지수 표준안’을 마련해 선박 업계와 수요기관에 제공함으로써 물가변동에 따른 신속한 계약금액 조정도 가능케 할 복안이다.
◆건조사에 일방적 불리, ‘묵은 규제’ 혁신=입찰자(건조사)의 결정권 없는 ‘주요 장비에 해당하는 가격’을 적격심사 입찰가격 평가과정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그간 선박 수요기관은 ‘장비선정위원회’의 선정을 통해 사실상 가격이 확정된 주요 장비를 선박 건조와 묶어 통합 발주했다.
이때 입찰자인 건조사는 수주를 위해 낙찰 하한율(88%)에 근접하도록 입찰가격(장비 가격+건조 비용)으로 투찰에 임하는 것이 통례였다. 고정된 장비 가격과 낙찰률 차이를 건조사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요기관(장비선정위원회)이 확정한 주요 장비 가격을 제외하고, 선박 건조 비용으로만 가격을 평가해 건조사가 갖는 장비 가격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 조달청의 설명이다.
◆책임 소재 명시, 선박 하자의 ‘신속한 치유’=개선방안은 선박 하자 발생에 따른 건조사의 부담을 줄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간 건조사는 선박 설계·주요 장비 선정·가격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선박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 총괄적 책임을 부담해야 했다.
이에 조달청은 앞으로 ‘하자 책임 분담원칙’을 설계 계약서에 반영하고, 수요기관·장비 공급업체·건조사·설계업체가 합동으로 ‘하자공동대응팀’을 구성해 공동으로 하자 발생 원인을 규명케 할 방침이다.
수요기관은 ‘총괄 및 조정’, 장비공급업체는 ‘주요 장비 하자 발생 시 책임 부담’, 건조사는 ‘장비 설치 및 연동에 따른 책임’, 설계업체는 ‘기본설계 및 상세설계 오류에 대한 하자 책임’ 부담을 각각 지워 신속한 하자 치유와 이해관계자 간 사전·자율 조정을 통한 법적 분쟁 방지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조달청은 발주기관 중심의 ‘불공정 특약’ 삭제와 표준 계약조건 제정 등으로 공공기관의 우월적 발주 관행을 개선할 계획이다.
김윤상 조달청장은 “개선방안은 그간 중소 선박 건조 업계에 부담이 됐던, 불합리한 요소를 혁신·타파하는 데 방점을 둔다”며 “무엇보다 민·관이 대등한 위치에서 협력·균형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공공선박 발주·계약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달청은 연평균 5500억원 규모의 공공선박(경비선·어업지도선·해양조사선 등 20여종) 계약을 체결한다.
최근 3년간 체결한 전체 공공선박 계약 규모는 98건에 1.4조원 상당이다. 이중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은 전체 계약금액의 80%(1조1225억원)를 차지하는 주된 수요기관으로 꼽힌다.
수요기관에 공공선박을 공급하는 국내 중소 조선업체는 총 123개사(제조 등록 기준)로 집계된다.
이들 업체가 최근 3년간 수주한 계약 규모는 86건에 6900억원으로, 전체 건수의 88%·금액의 49%를 차지한다. 이는 1000t 미만의 소형 선박은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중소 조선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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