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년만 최악 폭염 속 달라지는 유럽 관광시즌…"7월보다 10월"

정현진 2023. 8. 17.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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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그리스 최악 폭염·산불
남유럽 대신 북유럽行 서서히 늘어
여행 시즌도 4~5월, 9~10월 증가

전세계인이 찾는 대표적인 여름 관광지인 남유럽 지역이 올 여름 170여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폭염에 시달리는 가운데 기후 변화로 유럽의 여름휴가 트렌드가 크게 변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름철에 몰렸던 기존 휴가 여행객들이 극심한 무더위로 봄과 가을철로 주요 휴가시즌이 크게 변화했고, 비교적 선선한 북유럽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휴가 트렌드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CNN방송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중 억눌린 여행 수요가 살아나면서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남부 유럽 지역이 주요 관광지로 여전히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미묘하게 변화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유럽의 휴가 일정도 기존 성수기인 여름철 7~8월 대신 비성수기이자 비교적 기온이 낮은 4~5월 또는 9~10월로 이동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최대 여행사인 독일 TUI의 세바스찬 에벨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러한 분위기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기후변화로 더 많은 관광객이 북부로 향하게 될 것이라면서 북유럽이나 네덜란드, 폴란드, 벨기에 등에서 휴가를 보내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여행 시즌도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길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올해부터 등장했다.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여행사 ITKE의 카렌 매기 수석 부사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고객들이 연락해 폭염으로 인해 여행 일정을 조정할 수 있을지를 문의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뉴욕 기반 여행사인 아자리아트래들의 돌레브 아자리아 사장은 한 가족 고객이 5일간의 휴가차 로마에 가려다가 폭염을 피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일정을 바꾸는 일이 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스페인 기반 여행 데이터 회사인 포워드키즈는 최근 CNN방송에 영국에서 남부 유럽에 대한 관심이 예전과 비교해 줄었다고 밝혔다. 휴가 성수기인 7~8월 중 영국에서 남부 유럽으로 가는 항공편과 관련한 온라인 검색량이 7월 초 전체 항공편 검색의 58%로, 한 달 전(62%)과 비교해 줄었다는 것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포워드키즈의 올리비에르 폰티 선임 연구원은 지난달 영국 관광객들이 사이에서 남부에 비해 기온이 낮은 북부 지역에 대한 선호도가 확대됐다면서 올여름 폭염으로 인해 기온이 좀 낮은 지역을 목적지로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럽 관광단체 협회인 유럽여행위원회(ETC)가 지난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6~11월 중 지중해 여행을 계획하는 유럽 내 관광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시에 체코, 불가리아, 아일랜드, 덴마크 등의 인기는 올라가고 있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ETC는 "덜 붐비는 지역, 비교적 온화한 날씨를 찾는 관광객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 변화로 인해 주요 관광지였던 남부 유럽에 폭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올해 한낮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으며 폭염에 시달리고 있고, 그리스에는 휴양지인 로도스섬에서 지난달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관광 산업이 치명타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럽의 기상이변이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와 엘니뇨 현상이 맞물리며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관광업이 발달한 산업과 국가는 대비할 필요성이 커졌다. 유럽의 대표적인 남부 관광 국가인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여행·관광 산업이 지난해 전체 경제의 각각 18.5%, 10% 이상을 차지했다. 여행 수요가 감소하면 국가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영국 항공사 이지젯은 고객들의 기호가 달라지면서 수요가 변화하는 것과 관련해 향후 노선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자원연구소(WRI)의 레베카 카터 박사는 올여름에 겪은 폭염을 두고 "우리가 앞으로 많이 보게 될 트렌드의 시작"이라면서 "언제, 어디로 갈지 등을 결정할 때 날씨와 기후 변화는 그러한 판단 요소의 일부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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