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망신' 새만금 잼버리, 숨겨진 승자는 따로 있다 [임성희의 환경리포트]
[임성희 기자]
▲ 태풍 '카눈'이 지나간 11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렸던 전북 부안군 야영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
ⓒ 연합뉴스 |
참가국들은 줄줄이 철수했고, 결국 "최후의 승자는 입국조차 하지 않은 예멘과 시리아"라는 비아냥이 쏟아졌지만, 숨겨진 승자는 따로 있다. 승자가 되어서는 아니 될 이들, 개발로 돈을 버는 사람들, 개발로 표를 현혹하는 사람들이다.
애초에 갯벌을 매립해 일시적으로 조성한 '농업용지'에 야영장을 만든 것 자체가 문제였다. 본래의 잼버리 부지(약 8.8㎢)는 관광레저용지의 일부였으나 '농업용지'로 변경되었다. 농지로 변경되면서 환경영향평가는 생략되었고, 농지관리기금 2150억 원을 매립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드넓지만 나무 한 그루 없이 내리쬐는 뙤약볕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곳, 비가 내리면 질척거리고 아직 염생식물이 자라고 있는 곳. 그런 곳을 농지답게 평평히 조성하다 보니, 아무리 야자매트로 길을 내고 깔판을 깔아도 물이 빠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급하게 집수정도 만들고 배수로를 만들었지만 무용지물이긴 잼버리 참가 대원들이 경험한 그대로였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해 철수하는 나라들이 생기고, 결국 태풍을 이유로 야영장 철수가 결정되었다. 잼버리 준비와 운영 문제로 조사와 감사 등이 예상되지만, 계획대로 새만금 동서대로와 남북대로가 개통되었고, 새만금 신항만, 새만금항 인입철도를 비롯해, 새만금국제공항까지 추진되고 있으니 새만금에서의 토건개발세력은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 시민들과 함께 새만금 해창갯벌에 세운 새만금지킴이 장승들 |
ⓒ 녹색연합 |
물론 개발사업의 다른 이름인 국가균형발전이 필요하단다. 전북 지역은 전국 16개 시·도 중 지역낙후도가 하위권에 머물고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가 절실하며, 1989년부터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지역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1조 원에 가까운 사업비, 2024년 착공하여 2029년 개항이 목표. 이쯤 되면 조금 의아해진다. 잼버리를 위해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며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았다는데, 2023년 잼버리는 끝났다. 그렇다면 착공도 하지 않은 공항과 잼버리는 어떤 연관이 있었던 걸까? 잼버리 전에 공항이 뚝딱 건설될 것이라고 여긴 것일까?
애당초 새만금 간척사업은 상식적이지 않았다. 군산에서 변산까지 33km 방조제를 건설하여 바다를 막아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갯벌을 매립하고 담수호를 만들어 농지와 농업용수로 쓰겠다는 계획 자체가 문제였다. 1987년 전북지역의 미래 비전으로 내세운 노태우 대통령 후보의 선거공약. 도로와 산업용지 등으로 농지를 없애면서 경제성으로만 보아도 농지보다 월등한 갯벌을 매립하여 농지로 만들겠다는 구상!
물론 갯벌의 가치는 눈앞에 보이는 돈으로만 계산할 수 없다. 갯벌은 백합과 흰발농게 등 수많은 생명과 그곳에 기대어 사는 어민들의 터전이었고 수만 킬로미터를 오가는 국제적인 철새들의 중간 쉼터였다. 육지의 오·폐수를 정화시키고, 탄소를 흡수하는 저장고임은 물론이다.
새만금을 통해 갯벌의 가치를 다시 발견했고, 새만금 갯벌을 지키려는 많은 노력과 지지가 있었지만, 전라북도나 역대 중앙정부 모두 새만금 개발에 적극적이기는 매한가지였다.
마지막 남은 새만금 갯벌 파괴하고 공항이라니
▲ 새만금의 저어새 (천연기념물) |
ⓒ 녹색연합 |
탄소 흡수를 강화하기 위해 해양 식생 식재 면적을 2030년까지 105㎢(3만 6000톤)로 220% 늘리고 2050년까지 전체 갯벌 면적 2482㎢의 27%인 660㎢(23만 톤)에 염생식물을 조성한다고 했다.
폐염전·폐양식장과 방치된 간척지 등에 해수를 유통해 갯벌로 복원하고, 탄소흡수기능을 회복하도록 전체 갯벌의 절반 이상(1318㎢, 탄소 26만 톤 흡수)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보호해 흡수원 가치를 유지한다는 것이 해양수산부의 정책브리핑이다. 한쪽에서는 갯벌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또 한쪽에서는 갯벌을 파괴하며 그곳에 공항을 짓겠다는 이런 엇박자를 언제까지 겪어야 하는 것일까.
지금 새만금신공항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다. 환경영향평가는 해당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조사, 예측, 평가하여 환경피해를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물론 개발사업을 위한 면피용이란 비판이 많았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려면 제대로 된 조사가 기본인데, 조사가 엉망이거나 거짓인 경우가 허다했다. 해당 지역이 아닌 곳에서 조사하면서 멸종위기종을 누락시키거나, 어두워서 탐조가 불가능한 시간대에 탐조했다고 하거나, 조사자를 허위로 기재하는 등 거짓 부실 조사가 번번이 진행되어도 사업 진행에 영향을 미치거나 처벌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제도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새만금신공항 사업대상지의 수라갯벌과 그 주변지역엔 멸종위기1급 조류인 저어새, 황새, 흰꼬리수리, 매를 비롯해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인 흰발농게, 금개구리, 쇠검은머리쑥새, 잿빛개구리매 등 40여종 이상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 전국 도요물떼새의 절반이 집중 도래하고 있다.
그러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는 법정보호종 흰발농게, 금개구리 등이 누락되어 있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흰발농게 1만 개체 이상이 서식 중인 것으로 추산하며 국토부에 재조사를 요구했으나, 국토부는 결국 환경영향평가서에 흰발농게 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마음대로 결론 내렸다.
▲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인 국수봉 전경(Now)과 신공항이 들어선 모습(After) |
ⓒ 녹색연합 |
부산 가덕도에 들어설 예정인 신공항 역시 마찬가지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사업비가 13조 원이나 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했다. 2021년 제정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의 힘이다.
가덕도신공항은 해양 매립에 필요한 토석을 얻기 위해 가덕도 국수봉 전체를 절취해야 한다. 광범위한 지형과 경관 훼손을 부르며, 환경적으로도 민감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을 포함하며,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와 인접해 있어서 항공기의 조류 충돌 위험성이 제기되는 곳이다.
문제는 새만금신공항이나 가덕도신공항이나 부풀려진 수요예측을 기반으로 공항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의 타당성을 위해서는 항공수요를 촉진시켜야 하는데, 과연 기후위기시대에 온실가스를 내뿜은 항공 운항 횟수를 늘리는 사업 확장이 타당한 것인지, 근본 질문이 필요하다.
기후문제에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의 생존이 위태로워진다는 자각에 따라 기후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제도들이 수년 전부터 마련되어 왔다. 그중 하나가 작년부터 시행된 기후변화영향평가제도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예외적으로 공항건설사업에 대해 적용 시점을 1년 유예시켰다.
가덕도신공항건설사업과 제주제2공항건설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무사통과시키기 위한 유예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환경부는 기후변화영향평가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과연 앞으로 남은 공항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부가 어떤 의견을 낼지는 두고 볼 일이다. 환경부는 개발부처의 난개발을 견제하는 유일한 규제부처로서 기후와 환경, 생명을 지키는 사명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환경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명심해야 한다.
[관련기사] 환경영향평가 거짓 부실, 난개발 현장을 가다① (https://omn.kr/24n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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