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재산, 청탁, 학폭 무마, 언론장악... 이동관, 이대로 괜찮나
[곽우신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오는 18일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증인 및 참고인 합의에 실패했다. 서류 송달 등에 소요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이번 인사청문회는 결국 증인이나 참고인 없이 여야 정치인들만의 입씨름으로 진행될 모양새다.
이동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명 이전부터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두 달 동안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이슈가 촉발됐고, 쟁점도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다. 18일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이슈들이 한 데 맞물리며, 여야 총력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야당은 애초에 이동관 후보자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행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제10조 '결격 사유' 6항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의 신분을 상실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을 적시하고 있다. '권언유착'을 우려해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참여한 인사는 3년 이내에 방통위원장을 맡을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이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해산일은 2022년 5월 6일이다. 2025년 5월까지는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이 방통위원장을 맡을 수 없는 것. 그러나 여권은 이동관 후보자가 대통령직인수위 '위원'이 아니라 대통령직인수위 '특별고문'을 맡았기 때문에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 해석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지점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인사청문회 시작도 전에 파행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쟁점②] 똑똑한 부동산 투자, 실거주했는데 개별 난방비는 0원?
가장 최근에 불거진 것은 이동관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에 관한 의혹이다. 이 후보자의 공직후보자 재산 신고 내용을 보면, 그의 재산은 51억 원이 넘는다. 그가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시절 공직자 재산 신고한 16억5000만 원가량에서 3배 이상 늘어났다. 그의 재산이 이처럼 급증할 수 있었던 건 부동산 덕분이다. 강남에 재건축 아파트 2채를 보유한 덕에 자산 증식에 성공한 것.
그런데 이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그는 본래 종합부동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었지만, 과세 시점이 오기 전에 본래 소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팔며 '똑똑하게' 과세를 피해갔다(관련 기사: [단독] 이동관 후보자, 강남 아파트 2채 보유하고 종부세 피했다). 재건축 아파트 지분을 99%와 1%로 나눠, 아내에게 지분 1%를 넘겨준 점도 예사롭지 않다. 재건축조합 대의원 자격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지분을 챙기기 위해 1%만 넘겨준 것인데, 불법은 아니지만 '쪼개기 증여'를 하고, 그마저 홍보수석비서관 재직 당시 신고하지 않은 게 적절한지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우리가 살 아파트 잘 만들어보자고 의기 투합해 배우자가 대의원으로 참여하기로 한 것"이라며 지분 쪼개기가 '실거주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잔금을 받는 과정에서 두 달가량 배우자와 별거한 것으로 드러나며 이 해명에도 물음표가 생겼다(관련 기사: 실거주용이라던 이동관 잠원동 아파트, 잔금 받으려 별거까지 했다). 여기에 2019년 12월과 2020년 1월, 한겨울에도 개별 난방비를 전혀 지출하지 않은 점까지 확인되며 실제로 거주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관련 기사: [단독] 한겨울 난방없이 버틴 이동관 배우자... 커지는 위장전입 의혹).
이외에도 본인 소유의 아파트를 담보로 빌린 돈으로 배우자의 채무 8억 원을 갚았는데, 이 경우 부부 간 증여세 면제 한도 6억 원을 초과하므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증여세를 납부한 기록이 없다는 점이 KBS 보도를 통해 확인됐고, 금융실명법 위반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동관 후보자는 본인이 담보를 제공해 아내 명의로 대출을 받은 것이었기 때문에 금융실명법 위반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 지난 2010년 11월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당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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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가 연루된 의혹은 또 있다. 인사와 관련한 부정청탁 관련 의혹이다. 앞서 YTN은 2010년 7월, 한 불교종파의 신도회장이 정치인 등 사회 고위층과 친분이 있다며 재물을 편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실을 보도했다. 그런데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은 그의 판결문엔 이동관 후보자의 배우자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A씨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G20정상회의 준비위원회의 홍보기획단장 자리를 부탁받고, 이동관 후보 배우자에게 그의 이력서(2009년 11월)와 20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전달(2010년 1월)한 것.
이 후보자 측은 수건이 담긴 쇼핑백에 2000만 원이 있다는 사실을 다음날 알게 돼 그날 밤에 돈을 돌려줬고, 이후에 이 후보 본인이 직접 민정수석실에 이 사실을 신고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YTN은 인사청탁자가 그 이후 불교 행사에도 참석했고, 정치인과 동석도 한 점을 지적했다. 이 신고가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취지다.
이후 이동관 후보자는 "이 일의 실체적 진실은 아주 간단한 것"이라며 "부정 청탁을 하기 위해서 전달 받은 돈인지 모르고, 기념품이라는 이유로 전달받은 걸 바로 거의 즉시 돌려준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직접 해명했다. 그는 "제가 출근해서 민정(수석실) 쪽에 누구한테 제가 얘기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제가 (당시에) 공직 감찰을 하는 청와대 고위 직책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었다'(라고 신고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쪽에서 조치를 뭔가 했겠지? 그래서 수사가 시작됐고, 처벌이 됐고, 거기에 제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느냐?"라는 반발이었다(관련 기사: 이동관 첫 일성 "공산당 신문, 언론이라 하지 않는다").
▲ 서울 은평구 하나고등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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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중 한 명이 나서며 이동관 후보자 아들의 학교폭력 관련 논란은 다소 소강상태지만, 인사청문회를 기점으로 언제든 재점화 할 수 있다.
이동관 후보자 아들이 2011년, 하나고등학교 재학 시절 동급생 여러 명을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특히 학폭 이후 하나고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지 않는 등 제대로 된 절차도 거치지 않았고, 남기도록 돼 있는 문서조차 작성하지 않았다. 결국 아들은 아무런 공식 징계 없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고, 덕분에 별 문제 없이 명문대학교에도 진학했다.
이동관 후보자는 장문의 해명문을 통해 학폭 발생 사실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자녀와 학생B(피해학생)는 고교 졸업 후에도 서로 연락하고 지내는 친한 사이"라며 "학폭 피해자였다면 있을 수 없고,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관련 기사: 이동관 '아들 학폭' 장문 해명 "피해자와 화해, 졸업후에도 연락"). 지목된 피해 학생도 "가해 학생이라 불리는 친구로부터 사과받고 1학년 1학기에 이미 화해한 상황이었고, 뒤에는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라고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관련 기사: 아들 학폭 해명 나선 이동관, 핵심이 빠졌다). 우선 당시 이동관 후보자의 아들로부터 폭행 당한 학생은 최소 3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여권에서 강조하고 있는 '화해'한 피해자는 아직 1명이다. 다른 피해자들과도 과연 원만하게 화해를 했는지, 그 피해자들도 이후에 이뤄진 조처들에 납득하고 있는지 등이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는 셈이다.
또한 학폭과 별개로 학폭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 이뤄진 이동관 후보자의 부적절한 대처가 여전히 논쟁 거리로 남는다. 그는 "학교 선도위원회가 퇴학 다음 무거운 징계인 전학 조치를 내렸다"라고 해명했지만, 하나고는 선도위조차도 열지 않았다. 사실과 다르게 해명한 것이다.
특히 당시 청와대 언론특보였던 이동관 후보자는, 아들의 학폭 문제가 불거지자 김승유 당시 하나고등학교 이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관련 기사: "학기 말까지만..." 이동관 '학폭 처리' 부탁에 김승유 "알아볼게"). 이 후보자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전화였다고 해명했지만, 일반적으로 아들의 학폭 문제를 학교 이사장에게 전화해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과거 MBC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이동관 후보자가 "학기 말까지만 있다가 (자녀 전학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부탁했고, 김 전 이사장은 "내가 알아볼게"라고 답했다. 사실상 아들의 학폭 처리와 관련해 청탁에 나선 셈이다.
▲ 국가기관을 총동원한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에 대한 장악 음모 포기를 촉구하며 KBS와 MBC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
ⓒ 권우성 |
가장 첨예한 건 언론 장악 관련 의혹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은 민간인 사찰부터 인사 개입까지 광범위하게 공영방송 장악에 나섰다. 당시 작성된 문건 중 확인된 것만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 ▲MB 정부 '문화·연예계' 대상 퇴출 관련 건 등 다양하다.
이동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의 초대 대변인,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 그리고 청와대 언론특별보좌관까지 역임했다.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들에는 "홍보수석실 요청사항"과 같은 표현으로 홍보수석실의 개입을 명시하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의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한 검찰 역시, 이명박 정부에서 자행된 언론 장악의 배후에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관련돼 있는 것으로 파악해 수사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외에도 대변인실에서 작성한 문건 역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관련 정황과 증거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여권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정원 문건을 꺼내들었을 때 한덕수 국무총리는 해당 문서의 신뢰도를 핑계 삼아 답변을 거부해 논란을 키웠다(관련 기사: 이동관 관련 국정원 문건에 답변 피한 한덕수... 고민정 "지금 싸우자는 거냐").
국민의힘은 이동관 후보자가 직접 지시 혹은 개입했다는 물적 증거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 후보자 본인 역시 "제가 만약에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서 어떤 지시 또 실행 그리고 분명한 결과가 나왔었다면,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겠는가?"라고 되레 기자들에게 반문했다.
▲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지난 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 오피스텔에서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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